“유리야.”
예씨 부인은 밖에서 활을 가지고 노는 유리를 불렀다.
“네.”
“넌 내가 이르는 말을 잊었느냐?”
“잊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찌 거리에서 활을 쏘느냐?”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기에 쏘아 본 것입니다.”
“그러다가 지나가는 사람이 보면 어쩌지?”
“활을 쏘고 싶어서 그랬어요. 어머니 앞으로는 더욱 조심 하겠어요.”
“정 활이 쏘고 싶으면 집안에서 쏘든지,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없는 산속으로 들어가서 쏘거라. 네가 활을 잘 쏜다는 소문이 나면 큰 일이 난단 말이다.”
“왜요?”
“그건 지금 들어도 너는 모른다. 네가 크면 저절로 그 까닭을 알게 될 것이니 그런 줄만 알고, 엄마 말을 명심해야 된다.”
예씨 부인은 유리의 활 솜씨가 주몽을 닮은 것을 더없는 기쁨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져 전날 주몽과 같이 여러 사람의 시기함을 받으면 큰일이기에 남이 보는 곳에서 활을 쏘지 못하도록 말렸던 것이다.
유리는 어머니 말씀에 순종하여 그 뒤로는 남이 보는 데서는 활을 쏘지 않았다.
집 뒤 뜰에서 남모르게 활을 쏘았다.
방안에서 이 모양을 지켜보는 어머니 예씨 부인은 더 없이 아들 유리의 재주를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퍼했다.
유리 또한 그러했다. 자기만큼도 활을 못 쏘는 아이들이 활을 잘 쏜다고 어깨를 으쓱거리는 것을 보면서 그 애들을 칭찬하는 어른들을 볼 때, 유리는 앞에서 보라는 듯 활을 쏘고 싶었다.
나뭇가지에 앉은 참새를 쏘아 맞추는 재주를 보여 주고도 싶었지만 그것을 할 수 없는 유리였다. 그래도 집안에서만 활을 쏘기가 답답하기만 해, 활은 못 쏘더라도 밖에서 친구들과 함께 씩씩하게 뛰놀고 싶다.
“어머니!”
유리는 자신의 생각을 어머니에게 말했다.
“놀고 싶으면 마음대로 나가 놀아라. 밖에서 놀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네 재주를 남에게 알리지 말라는 말이다.”
“네.”
유리가 밖으로 나와 보니 집안에 있는 것보다 얼마나 시원한지 몰랐다.
그 때 갑자기 나무 위에서 까치가 까악까악 울어대고 있었다.
그 때 유리는 활이 생각났다. ‘활이 있었으면 저 까치를 잡을 텐데 활이 없구나.’ 하고 생각했다.
“네까짓 게 날 잡겠다고.”
유리를 놀리는 것같이 까치는 울어대고 있었다.
유리는 땅에서 돌 한 개를 집어 들었다.
활 대신 돌멩이로 까치를 잡아 보려는 속셈이었다.
유리가 돌을 던지자 까치는 푸드득 날아가 버리고 돌은 엉뚱한 곳에 맞았다. 유리는 순간 분했다.
활만 있었으면 그까짓 까치쯤 맞춰서 떨어뜨릴 수 있었을 것을, 활이 없어서 까치를 놓치고 만 것이다. 그런데 친구들은 유리의 마음을 몰라주고, 유리를 놀려댔다.
“네까짓 게 까치를 맞춰.”
“네가 까치를 맞추면 난 개미새끼를 맞추겠다.”
“돌로 까치를 맞추면 활이 소용없게.”
친구들의 놀리는 소리를 들은 유리의 머리에 순간적으로 번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활 아닌 돌로써 까치나 참새를 잡아 보려는 생각이었다.
활로 까치를 잡으면 활 재주가 뛰어났다고 남들이 시기를 한다지만, 돌로 까치를 잡으면 시기할 사람이 없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활을 쏘면 안 되지만 돌팔매질을 잘하면 별일이 없을 것이야.”
이렇게 생각한 유리는 그 날부터 돌팔매질을 시작했다.
맞추고 싶은 것을 활로 쏘아 맞추듯이, 맞추고 싶은 것을 돌을 던져 맞춰 보려고 돌팔매질 연습을 계속했다.
한 번, 두 번, 열 번, 백 번, 유리는 맞출 곳을 정해놓고 돌을 던졌다.
활 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이 보는데서 돌을 던져도 괜찮았다. 물론 어머니 예씨 부인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돌을 던져 맞추고 싶은 것을 맞출 수 있을 때 어머니에게 자랑을 하려는 속셈이었다.
<다음호에 계속>
<이 소설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