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하고 풍성한 한가위, 행복을 요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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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하고 풍성한 한가위, 행복을 요리하다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0.09.17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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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ㆍ상인 모두가 힘겨운 '한가위 대목'…마음만은 풍요로워

오랜만에 친지와 친척들을 만나는 민족의 명절 한가위. 가족끼리 옹기종기 모여앉아 명절 음식에 밥을 먹고 간식으로 햇과일을 먹으며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은 어렸을 적부터 우리에겐 너무나도 익숙한 풍경이다. 또 동그랗게 뜬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면 항상 마음이 설레곤 했다. 추석을 6일 앞둔 지난 16일, 이제는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의 추석을 맞는 홍성풍경을 담아봤다. <편집자주>



#농촌들녘

태풍 곤파스에 다친 상처, 고향 찾을 자식들 생각에 위안


추석을 코앞에 둔 홍성의 농촌들녘은 노랗게 물들어가고 노인들은 고향을 찾아오는 자식들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하다. 하지만 태풍 곤파스로 인한 피해로 추석을 맞는 농촌들녘은 풍요로움 대신 한숨소리로 가득하다.

곤파스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논에는 태풍이 지나간 길을 뚜렷하게 보여주듯 벼들이 한쪽 방향으로 가지런히 누워있고 과수농가에서는 봉지에 싸여 낙과된 과일들이 나뒹굴고 있어 과일 최대의 수요철인 민속 명절 추석이 다가오고 있지만 대목장에 낼 변변한 과일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은하면 김 모씨는 "추석대목 출하를 앞두고 목돈 만질 설렘으로 마음이 부풀었는데 태풍이 그 꿈을 산산조각 냈다"며 "이번 추석은 풍요로움 대신 무거운 마음만 가득하다"고 한숨짓는다.

결성면을 지나다 고추수확이 한창인 이경완(80)․장예순(78) 노부부를 만났다. 역시나 태풍피해로 고추는 떨어지고 고춧잎은 시들어있다. 하나라도 건져보려 바쁘게 손을 움직여 보지만 화나는 마음과 침통한 표정은 감출 수 없다. 기자의 질문에 볼멘소리로 답하던 노부부는 추석에 만날 자식들 이야기에 금새 표정이 환해진다.

"태풍에 농작물이 다 상해 애들 오면 김치밖에 담가줄 게 읍써. 그나마 우리 애들은 내가 담가주는 김치가 제일 맛있다고 허니 다행이지"라며 고추따기에 여념이 없는 장 노인의 모습에서 우리들의 어머니를 본다.


#재래시장

손주들 볼 생각에 파 하나라도 더 팔렸으면


한가위가 코앞이지만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아 서민들의 주름살이 깊어진다. 태풍으로 인한 농작물과 수산물의 피해로 채소와 과일값, 수산물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면서 장보러 나온 주부들의 지갑을 선뜻 열지 못하게 하고 있다.

16일 홍성장날, 대목장 풍경은 장보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장바구니에 물건 담기가 어렵다.

쌀 팔아 제수용품 장만하러 나온 구항면 임 모(72)씨는 "쌀 한가마니 판 돈 10만원 들고 장 보려니 과일 몇 알 사니 돈 몇푼 안남았다"며 근심이 가득하다.

덩달아 전통시장 상인들도 이제는 명절 대목도 없다며 울상을 짓는다. 20여년 과일가계를 운영해 온 김부성ㆍ윤동주 부부는 "과일가격이 사상 최고치에 올라 선뜻 과일을 사려는 사람들이 없다"며 "올 추석은 평상시보다도 매출이 안 늘어 대목이 없다"고 한숨짓는다.

생선전으로 들어가니 동태포 뜨기가 한창이다. 능숙한 칼놀림으로 동태가 하얀 속살을 내비치더니 금새 정갈한 동태포로 변신한다.

홍성․예산 등 장이 서는 곳을 찾아 다닌다는 상인 정춘희(51ㆍ홍동) 씨는 "생선가격이 지난 해보다 두배 이상 올라 손님들이 간신히 제사상에 올릴 정도만 사간다"며 "이는 홍성뿐 아니라 예산 등 다른 지역 장날도 마찬가지"라고 전한다.

은하면 대율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박재룡(76) 할머니는 태풍 곤파스 피해로 하우스 13동 중 2개동만 남고 모두 부서져 딸기ㆍ채소 농사 지은게 허사가 되버렸다. 그래도 추석 명절 찾아올 손주들 양말이라도 사줘야겠다며 성한 것만 골라 장터에 나와 앉았다.

박 할머니는 "젊은 주부들 장보러 나오면 내 딸ㆍ며느리 같아 덤을 한웅큼 씩 줬지만 태풍 때문에 채소가 모조리 상해 덤을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다"며 야박해 하지말라고 당부한다.


#지역 특산물ㆍ우체국 택배

밀려드는 주문에 몸 힘들지만 마음은 풍요로워


추석 대목을 맞아 밀려드는 주문량에 눈코뜰새 없이 바쁜 지역 특산물 업체에서는 몸은 힘들지만 마음만은 풍요롭다.

20여년 동안 옛 전통방식으로 한과를 만들고 있는 광천읍 광천리 승언강정(대표 양병숙)에서는 갖가지 한과를 만들고 정성스레 포장하느라 아낙네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양병숙(62) 대표는 "승언강정 한과는 일체의 첨가물이나 화학조미료가 아닌 직접 만든 조총으로 맛을 내기에 달지 않고 바삭한 맛을 자랑하며 젊은 주부들에게 인기가 많다"며 "특히 기계가 아닌 전 과정 수동으로 옛날방식을 고집하고 있어 맛의 깊이를 더한다"고 덧붙였다.

이곳에서 생산된 한과는 상자당 1만5000~10만원까지 다양한 제품을 갖춰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면서 전국적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주문은 승언강정(641-2500․011-9167-2500)으로 하면 된다.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따라가 보니 (주)광천솔뫼식품(대표 최규복)에서 제조되고 있는 광천 웰빙 재래맛김이 출하를 앞두고 공장 앞마당에 가득 쌓여있다.

구이에서부터 조미, 절단, 포장까지 자동생산설비로 이뤄져있는 공장안으로 들어가 보니 갓 구운 김이 고소하고 아삭한 맛을 자랑한다.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는 광천 빙재래맛김은 광천 인근의 섬이나 서해안 일원에서 채취된 엄선된 원초에 황토 소금과 해바라기유로 구워 독특한 향과 입안에 감도는 것이 특징인 웰빙식품이다. 1호부터 6호까지 선물하기 좋은 다양한 구성을 갖추고 있으며 주문은 080-642-0018, 홈페이지 www. kcgim. co. kr로 하면 된다.

이들 업체와 더불어 한창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곳이 또 있다. 바로 우체국 택배이다. 홍성우체국에서는 지난 6일부터 추석전날인 21일까지 '추석 우편물 특별소통기간'으로 정하고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50여명의 집배원을 투입해 배송현장에 나서 상품이 적기에 배송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체국 관계자는 "이번 추석은 관공서와 카드사 고지서 등 통상우편물이 대량으로 접수되는 기간과 맞물려 배송에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며 예년보다 5~10%의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트

정육ㆍ수산물 주력상품 내세워, 추석맞이 행사 마련…10% 매출증가 예상

홍성축협 하나로 클럽에서는 지난 10일부터 추석명절 당일인 23일까지 한가위 우리 농산물 큰잔치와 고품격 한우 선물세트 등 대대적인 추석 맞이 행사를 마련하고 고객을 맞고 있다.

추석을 6일 앞둔 시점에서 축협마트는 아직까지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명절 5일전인 17일부터 많은 고객이 몰려 붐빌 것으로 예상돼 2억~3억 정도의 1일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정찬희 부점장은 "올 추석은 지난 해(12억 8천여만원ㆍ10일기준)보다 물가상승을 감안해 10% 정도 매출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올 추석에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정육과 수산물을 주력상품으로 내세우며 태풍피해로 지난 해보다 두배 가까이 오른 과일 선물세트를 하나로 추천 특선선물세트를 마련해 최저가로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해 고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자식들 보는 재미로 산다고 말하는 고향의 부모는 포근한 어머니의 품속처럼 언제든 반길 준비를 하고 있다. 고향을 찾아 부모님과 함께 마음만큼은 풍성한 한가위가 되면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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