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82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22> “갈지 안 갈지는 걸어가면서 결정할 테니까 마음 푹 놓으라구……”소영이가 대범하게 말했다."O K."사내들은 껄껄 웃었다.소영이는 연숙이와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어쩔 판이야?”연숙이가 속삭였다.“지금 여기서 잽싸게 도망을 쳐도 곧 붙잡히겠지?”소영이가 말했다. 주위에는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이곳은 늘어선 카페의 뒷골목 사이로 뚫린 길이다. 소영이는 연숙이의 귀에다 대고 무엇인가 속삭였다.“알았어? 신호를 하면 용기를 내는 거야.”“으응.”연숙이는 마른 침을 삼켰다.뒤에서 불량 사나이들이 저희끼리 소영이와 연숙이의 육체 품평을 하고 있었다.“오른 쪽 것은 히프가 굉장히 큰데?”여성 목소리로 변성한 사내의 말소리가 들려 왔다. 오른쪽이란 연숙 교육 | 한지윤 | 2016-08-18 17:35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21> 소영이가 연숙이에게 말했다. 연숙이는 그 사나이를 흘깃 쳐다보고는,“그만 두는 게 낫겠어, 저 관상을 보니 꽤 밝힐 타입인 걸……”그 때 입구에서 미국인 같은 젊은 남녀 셋이 들어오는 것을 계기로 소영이는 아무렇지 않게 유리컵을 들고 자리를 옮겼다. 그 외국인 마도로스 바로 맞은 편 자리로.그는 지금 막 들어오는 미국 젊은이들을 음흉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던 담배가 길게 타들어가 담뱃재가 푸석 떨어지는 것도 모르는 채 그는 이상한 눈빛을 하고 있다.“어느 나라 국적이시죠?”소영이가 불쑥 영어로 말을 걸었을 때 저편 연숙이는 앉은 자리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넌 왜 그리 주책이 없니’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네덜란드입니다.”“서울엔 친구 교육 | 한지윤 | 2016-08-04 17:05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20> 춥고 음산한 날씨이긴 하지만 다행이 오늘은 금요일이어서 오후의 강의가 없는 날이다.“저녁 식사하러 명동에라도 나갈까?”소영이는 연숙이를 꾀었다.“너도 요즘엔 아주 궁해졌나 보지? 강의가 없는 오후인데도 모처럼 함께 놀러갈 흔해 빠진 남자 녀석 하나 없으니……”연숙이는 소영이를 건드렸다.“그래 사내 녀석들 도무지 시시해서……”“어이쿠! 제법인데……”“잔소리 말고 뭐 좀 먹으러 가자. 잘 아는 집 없어?”“하기야 넌 걱정이라든가 궁색 떠는 따위는 모르는 아이니까……”입씨름 끝에 두 사람은 4시경 명동으로 나갔다. 소영이의 숙모가 그 곳에 거주하고 있었으므로 그곳 지리에는 밝았다. 명동 중국 대사관 앞 거리의 중국음식점들 중에서 싸고 맛있고 양도 푸짐한 집을 소영이는 잘 알고 있 교육 | 한지윤 | 2016-07-28 11:29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19> “너하고 결혼하고 싶지 않은 걸.”“그래?”유일호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난 아직 어느 누구하고도 결혼하고 싶지 않아.”충격을 받았는지 유일호가 소영이의 손을 붙잡으려 했다. 소영이는 그것을 피했다. 그녀는 도망치려고 했다. 유일호는 소영이를 뒤쫓았고 두 사람은 빠른 속도로 병원 앞뜰의 경사가 완만한 잔디밭을 단숨에 뛰어 소나무 숲이 있는 데까지 달렸다. 꽤 긴 거리였다. 병 후이긴 했지만 다리가 긴 유일호에게 붙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소영이도 숨이 찰 수밖에 없었다. 유일호는 숨이 턱까지 차서 헐떡거리며 소영이가 멈춰 선 곳까지 오자, 그는 지나치게 달렸던지 그만 잔디밭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어쩌면 각혈이라도 하지 않게 될까 생각하면서 소영이는 유일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음속의 교육 | 한지윤 | 2016-07-21 12:06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18> 그리고 느꼈다. 그것은 병원 특유의 약내음과 결핵균의 맛을 지닌 기묘한 키스라는 것을.“네가 있다는 사실, 내겐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 줄 넌 잘 모를 거다……”유일호는 마치 헛소리라도 하듯이, 소영이의 다소 느러뜨려진 머리칼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달빛을 받아 유일호의 야윈 얼굴은 마치 귀신처럼 보였다. 소영이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요양소 안에서 살아가는 유일호에게 소영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처절한 병고와 대결 할 수가 있다면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소영이는 조심스럽게 그 영광스러움을 마음 속으로 어루만져 보았다. 그러나 소영이의 마음은 동시에 유일호를 냉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좋아하는 척 해준다면……?’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다시 그녀의 악마적인 마음은 언젠가는 그 무엇 교육 | 한지윤 | 2016-07-14 10:43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17> 날을 잡아 소영이는 병원에 면회를 하러 갔다. 사회의 희생자가 되어 쓰러진 이 가련한 영웅에 대한 선물은 한 통의 치즈와 세가지 빛깔의 오랑캐꽃을 담은 자그마한 꽃광주리였다. 국립요양소의 호텔같은 현대적 건물은 바닷바람과 햇볕을 받아 싱그럽고 조용했다.여윈 얼굴에 수염을 기른 일호의 얼굴을 보자 소영이의 가슴은 갈기길기 찢겨 지는 것 같았다. 일호는 수술 받은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나서 바다를 볼 수 없었다. 병원 뜰은 소나무 숲을 사이에 두고 바닷가로 곧장 이어져 있어, 귀를 기울이면 밀려오는 파도소리도 들려왔다. 그러나 일호는 찢겨진 창문을 통해 달빛이 스며 들어오던 시골마을의 그 날 밤처럼 조용히 가슴에 손을 얹고 깍지끼운 채 천정만 바라 보고 있었다.지금 그의 손을 잡으면 설마 자는 교육 | 한지윤 | 2016-07-07 11:03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16> 이 부근의 농가는 산간에 있는 조그만 토지를 경작해 왔는데, 워낙 땅이 메말라 있어 아무리 화학비료를 주어 봤댔자 큰 수확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신경통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고 했다. 억지로나마 겨우 일을 하고는 있지만 무릎이 시큰거리고 손목도 아파서 앞날의 일이 걱정이라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셋인데, 맨 첫째가 이제 겨우 초등학교 1학년이고 부인은 또 임신을 해 배가 불러 있었다. 그 외의 식구로 귀머거리나 다름없는 노모가 있다고 했다.농가의 밤은 빨리 왔다. 8시쯤 되자 벌써 마을 사람들은 잠자리에 드는 듯이 보였다.“당신들 둘이서 함께……?”하고 할머니가 넌지시 소영에게 물어 왔다.“네 괜찮습니다.”소영이는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이것이 시대의 새로움인가. 집 전체 교육 | 한지윤 | 2016-06-30 14:18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15> 드디어 소영이에게도 애인이란 존재가 생겨났다는 점이 아니겠는가.이 청년은 유일호라는 대학생이었다. 지난 해의 일이었다. 소영이는 S대학교 1학년이던 유일호군과 오랜만에 해후하여 다방에 틀어박혀 여나문 시간이나 졸업 이후의 얘깃거리들을 되새기며 만난 적이 있었다.유일호의 집은 부친이 사법서사를 하고 있는데 그는 언제나 학년 전체에서 수석을 해 왔었다.그럼에도 그의 모습에서는 천재들만 모인다는 S대학교의 입학시험이라는 괴물과도 같은 압박감이라곤 전혀 느껴 볼 수 없이 활달했다.그 날 그는 대학에 입학한 뒤 최초의 시험이 끝난 직후 곧 시내동쪽에 있는 벽촌으로 리포트 작성차 1박 2일 다녀 와야겠다고 소영이에게 말했었다.“왜 하필이면 벽촌으로 가니?”“찌들게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는 인간이 교육 | 한지윤 | 2016-06-23 13:47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14> “그래? 그렇다면 좋지, 내 하숙집으로 가자!”나교수는 웨이터를 불러 계산을 치뤘다, 그의 주머니 속에는 이제 동전 몇 개밖에는 남지 않았다, 정말 돈이 없는지 어떤지는 의문이라고 소영이는 생각했다, 어쩐지 이런 남자라면 자신의 봉급을 겨드랑이 밑에 숨겨 두고 다니기 때문에 여자가 돈을 우려낼 수도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밖으로 나왔을 때 비는 이미 그쳐 있었고 거리는 인파로 한창 북적거리고 있었다.“전 함께 가지 않겠어요.”소영이가 말을 했다,“그 앨 돌려 보내요! 나 혼자가 아니면 같이 안 가겠어요.”“넌 돌아가!”사나이는 아방가르드에게 명령했다,“오늘은 이미 선약이 되어 있어.”“난 돌아가라는 거예요?”아방가르드는 찢어지는 소리를 질렀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멈춰 교육 | 한지윤 | 2016-06-23 13:45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13> “아아뇨. 테니스를…….”소영이는 태연스러운 얼굴로 대답했고, 그 말에 사나이는 히죽이 웃었다.“성북역에 도착하면 함께 차라도 한 잔 합시다.”사나이는 벌써 아베크 기분에 입맛을 다셨다. 소영이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노동자 타입의 사나이가 일어나 내려가 버리자 이 때다 싶게 그는 자리를 소영이 곁으로 바싹 옮겨 앉았다.‘학교에? 아니면 직장에?““학교같은 것 귀찮아요. 여자들 뿐인 곳에……”나교수의 손이 소영이의 억깨를 걸쳤다. 소영이는 눈을 흘기며 바퀴벌레라도 쥐듯이 오른손으로 그의 팔을 내렸다. 그는 다시 씨익 웃었다.“어디에서 살지?”그의 말솜씨의 템포는 빨리도 친숙해 지려는 투다,“관악산 부근요,”소영이의 학교 경성여자대학교는 관악산의 관악에 위치하고 있었다.“ 교육 | 한지윤 | 2016-06-09 16:23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12> 아방가르드족은 대체로 모든 사람을 사랑하며 좋아한다는 투의 스타일을 표방한다.“그 교수, 이름이 뭐래?”“나대수 교수라고 하던 것 같던데......어딘가 이상스런 이름이지......”“나대수 교수라고? 알고 있지. 우리 대학에도 이번 학기부터 강사로 나오고 있는 교수지. 애들이 내가 대수요 라고도 불러 댄다구.”“안 될 소리. 그런 식으로 교수 이름을 함부로 불러 대니까 그반발로 자기 추종자도 있다는 걸 보여 주겠다는 심리에서 여학생 들에게 마구 손을 뻗치는 거야.”나대수 교수는 를 연구했고, 소영이 학년들에게는 을 가르치고 있었다. 나교수는 경성여자대학교에서는 아직 본성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는데 흥미로운 미국문학에 대한 인기 때문에 그 강의에 출석하는 학생수는 꽤 교육 | 한지윤 | 2016-06-02 14:05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11>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입신양명의 야망을 품고 자신을 바보로 여긴다든가 호의를 가져 주지 않는 모든 인간들, 이웃들, 학교의 동급생, 담임선생에 이르기까지 단단히 복수를 해줘야겠다고 결심을 하곤 했었다. 사실 그는 학교 성적도 그다지 좋지 않았고 담임 선생을 비롯해 동급생 친구들조차 그에게 호의는 커녕 인정조차 해주지 않았다. 또한 성격이 삐뚤어져 있어서 대인관계의 교제가 좋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간섭 같은 것을 받게 될 때에는 증오와 경멸 이외의 다른 감정의 교류를 모르는 사람이기도 했다.그러나 뒷날 성인이 되어 세상의 사리에 대해 분별을 알게 되자 나교수는 오히려 명랑하고 사교성이 좋은 인간으로 변했다. 농담도 하게 되었고 재미있고 익살스러운 사람이 된 것이다. 나교수는 세상에 우스개소리를 말하는 교육 | 한지윤 | 2016-05-26 13:23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10> "소영이는 시청 교통과에 서울 2푸 9238번의 차 번호를 조ㅚ시켜 본 결과 문제의 벤츠차는 운전자가 최명복이었고, 소유자는 윤미라라는 여자의 명의로 등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최명복이라는 것은 사실은 케이블의 이름이고 윤미라는 그의 아내 이름일 것이라고 소영이는 생각했다. 그의 이름을 알아냈지만 그 이상 그녀로선 더 알아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버렸다.그러나 세번째로 다시 또 한번 케이블과 만나게 되리라고는 소영이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장마가 계속되다가 그날만은 드물게 맑게 개인날의 저녁 때였다.소영이는 중고책방에 들러 신간 서점에서 품절된 책을 사가지고 전철을 탔다. 무더운 날이었으므로 그녀는 조금이라도 바람을 쐬어보려고 창문가에 버티고 서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몇번째인가의 정류장에 교육 | 한지윤 | 2016-05-19 11:35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9> "저 부근에서 내려주세요.""안 내려 줄 거야. 지난번 내가 말한 약속이 있잖아……"소영이는 어떻게 해서든 이 벤츠에서 도망칠 방법을 강구해내지 않으면 안될거라고 생각했다."별 볼일없는 넥타이를 매고 계시네요. 저하고 함께 데이트하고 싶으시면 세련된 걸로 하나 새로 사지 않으면 안되겠어요."이 말에 케이블은 웃으면서 노란색 넥타이를 망설이지도 않고 목에서 풀어내더니 차창밖으로 서슴없이 휙 내던져버렸다. 넥타이는 일요일의 한산한 아스팔트 위에 선명한 색상을 드러내며 펼쳐졌다. 어딘가 화끈한 태도가 그럴듯했다. 소영이는 문득 넥타이가 없어진 사나이의 옷깃에 그 어떤 친숙감을 느꼈다."넥타이를 풀어 없애버리니까, 어때. 괜찮아? 이제부터 민속촌으로 가는거야. 저번에 내가 한 말 그 약속을 지키고 교육 | 한지윤 | 2016-05-12 11:53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8> “소영이, 어서 타. 아빠와 엄마가 있다고? 거짓말이 서투르군, 응!”소영이는 길가 플라타너스 가로수에 등을 기댄 채로 꼼짝 못하고서 있었다.“엄마가 걱정하실 것 같으니까 이대로 가게 놔 주세요. 우리 집은 엄한 가정이예요.”“집에까지 바래다 주지, 오늘은, 엄마를 걱정시켜서는 안 될 테니까……”“사실 난 여자를 만나게 되면 내 허락없이는 절대 그냥 보내지를 않아.”소영이는 별수 없이 묵묵히 그의 차에 올라탔다. 남자 녀석이 덤벼 봐야 그까짓 것 싶은 생각이었다. 일격이면 끝장낼 수 있다고 그녀는 생각해버렸다.“엄마의 일까지 걱정해주시니 고마워요……”“이번만은……그러나 만날 때는 엄마 때문에 걱정하지 않을테니까.”“이제 더 이상 만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우리 집 앞에서 잠복대기 교육 | 한지윤 | 2016-05-04 11:51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7> “향기 좋은 꽃내음인데! 으음……매혹적인 향기를 풍기는 저 꽃이름이 뭐더라?” 사나이는 소영이에게 물었다.“팥꽃이죠.(중국이 원산지인 향기가 짙은 관상목)그런데 이 차안에서도 아주 좋은 냄새가 풍기는걸요. 파이프 담배의……” 사나이는 혼자 재미있다는 듯 킬킬 웃었다.“아가씨 이름은 뭐죠?”여자 같은 말씨로 그가 변성해서 새삼스럽게 물어 왔다.“김소영이에요. 댁은?”“어떤 이름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죠?”“클라크 케이블.”“그렇게 보입니까? 좋죠 케이블이라고 불러도 좋죠” 벤츠는 미끌어지듯 자동차들로 북적거리는 국도로 빠져들어갔다. 클라크 케이블이라고 아무래도 괜한 말을 꺼내 이 고약한 사내녀석을 너무 추켜 올려 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자, 소영이는 은근히 화가 치밀었 교육 | 한지윤 | 2016-04-28 14:38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6> 큰 사건이 아니긴 햇지만 시경찰국 본부나 시내 전역을 누비고 있는 모든 패트롤 카에서 여자대학교에 나타난 치한이 오보 신고였다는 사실을 알고 그들은 한순간 긴장 속에서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8명의 경찰들은 모두 차에 올라탔고, 모든 학생들은 손을 흔들어주었다.패트롤 카가 막 움직이려고 하자 소영이는 차로 달려가 차장에 키스라도 하는듯한 태도로 조용히 말했다."잘 부탁해요!"소영이는 조금 전 자기가 내던졌던 젊은 경찰관에게 생긋이 웃어보였다."거짓말장이 여자대학생이 장난치려고 '이리떼가 나왔어요'하고 112다이얼을 걸어 놀라게 한 건 아니니까요, 앞으로도 또 무슨 일이 있을 때 부르면 꼭 다시 와 주셔야 돼요!""좋아요! 언제든지……"젊은 경찰관은 흐뭇한 표정으로 교육 | 한지윤 | 2016-04-21 12:17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5> 캠퍼스 연가패트롤 카가 막 움직이려고 하자 소영이는 차로 달려가 차장에 키스라도 하는듯한 태도로 조용히 말했다."잘 부탁해요!"소영이는 조금 전 자기가 내던졌던 젊은 경찰관에게 생긋이 웃어보였다."거짓말장이 여자대학생이 장난치려고 '이리떼가 나왔어요'하고 112다이얼을 걸어 놀라게 한 건 아니니까요, 앞으로도 또 무슨 일이 있을 때 부르면 꼭 다시 와 주셔야 돼요!""좋아요! 언제든지……"젊은 경찰관은 흐뭇한 표정으로 웃으며 대답했다. 패트롤 카가 떠나 버린 뒤 캠퍼스에는 세 가지 닉네임이 남겨졌다.하나는 한연주 교수에게 붙여진 '농축 우라늄'과 또 하나는 프로포즈를 한 원자력연구소의 과학자라고 하는 나현수 교수라는 남자에게 붙은 '가이거 카운터'라는 별명이었다. 둥그스름한 얼굴 교육 | 한지윤 | 2016-04-14 15:41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4> 연인들의 오솔길“아가씨가 정말 이렇게 덩치 큰 남자를 저렇게 무참히 던질 수가 있었어요?”“그렇게 의심스러우시다면 내 친구인 소영이한테 다시 한 번 재연해 보라고 해도 좋을 거예요.”어느 사이엔가 소영이 곁에 와 있던 연숙이가 불쑥 큰 못소리로 말을 하며 나섰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다시.“여러분!”하며 손뼉을 세 번 치면서 조용히 해달라는 시늉을 했다.“지금부터 소영이가 한연주 교수님의 신랑 후보감을 치한으로 착각하고 조약돌 던지듯 집어 던진 합기도 호신술을 다시 재연해 보여드리겠습니다.”연숙이의 이 말에 일순간 기숙사 창문에선 환호성과 박수가 여름 하늘에 치솟았다.“정말 다시 해보일 겁니까? 여기서……”젊은 경찰관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는 듯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교육 | 한지윤 | 2016-04-14 15:38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3> 기숙사 유리창에 상반신을 내밀고 있는 여자들의 호기심에 가득찬 시선과 미소가 패트롤카의 붉은 빛이 번쩍이는 현장에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경찰관들은 얼굴이 굳어졌다. 이렇게 많은 풍만한 여자들의 눈빛에 위압을 당한 것일까. 아니면 사건이 의외라서 차라리 한바탕 웃어만 버릴 수도 없는 처지여서일까. 지금 이 현장은 마치 뮤지컬 무대의 한 장면과도 같다고 표현해야 옳은 것이다. 누군가 지금 당장 ‘레오나드 번스타인’처럼 유연하고 멋지게 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들어 올려 경쾌하게 지휘를 하게 되면 8명의 경찰관들이 150여명의 아름다운 여대생들과 노래 부르면서 손을 잡고 팔짱을 서로 껴가면서 춤을 출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는 누구나 선망하는 뮤지컬의 본고장인 브로드웨이는 아니었다.현관에서는 연숙이가 아 교육 | 한지윤 | 2016-04-14 14:02 처음처음이전이전12345다음다음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