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 포구에서
상태바
궁리 포구에서
  • 구재기 시인
  • 승인 2013.12.12 1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재기 시인과 함께하는 시로 찾는 ‘너른 고을 홍성’ <25>

저물녘, 물안개가
바라보는 눈길을 막아서며
소금기에 절어버려
눈물 되어 흐르는 까닭은
밀려오는 물결의 옷자락이
하얗게 출렁거리기 때문이다

헤어진다는 것은
예측할 수 없는 사이에
노을보다 후끈 달아오르는 슬픔
몸부림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왜 미처 깨닫지 못하였을까

그러나 멀어져 가던
물결이 흰옷자락을 펄럭이며
울컥울컥 밀려서 오면
헤어진다는 것도, 결국
기다림을 남긴다는 일이다

물결이란 물결이
노을에 물들어 버리고
굴뚝 위로 날던 갈매기마저
양 날개를 붉게 적시면
뜨락 있는 바닷가 횟집에서는
서서히 연기를 피우기 시작한다

궁리 포구는 홍성군 서부면에 천수만을 접하고 위치하고 있는 홍성 8경 중 제 8경으로, 있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어 이곳에 발길하는 모든 사람들의 닫힌 가슴을 절로 열리게 한다. 특히 궁리포구는 천수만 지구 입구 해안도로가 시작되는 곳에서 위치하고 있어 번잡한 일상을 벗어난 시골다운 한가로움을 가까이 하게 한다. 봄이면 꽃게와 주꾸미와 광어, 가을이면 대하와 꽃게와 멸치, 그리고 겨울에는 간재미. 여기에 질박한 포구의 넉넉한 인심과 함께하여 깊은 미각을 북돋아 주고 있으니 갖가지 맛 중에서도 가장 큰 참맛을 느낄 수 있지 않겠는가.
특히 저물 무렵의 궁리 포구는 타는 붉은 노을을 빠져 이별 같은 슬픔까지도 오히려 아름답게 살아올라 새로운 만남의 기쁨으로 소생하게 하는 듯, 일순간에 출렁이는 물결에 몸과 마음을 하나로 이루게 해준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아니라 물결 위로 몇 발자국 내딛어 보아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 몸을 가볍게 하여 눈앞에 펼쳐진 안면도의 편안한 가슴에 안겨 들게 한다. 뿐만 아니라 물결을 마음대로 다스리면서 가볍게 날아다니는 갈매기의 양 날개에 노을이 와 닿으면 물결위에 어느덧 붉은 꽃송이가 휘날리며 내려앉기 시작하면서, 바닷가에 펼쳐진 바닷가 횟집의 유리창이 거울처럼 붉은 기운을 토해내듯 되비치어 하늘과 땅과 바다가 온통 붉은 기운에 사로잡히게 한다. 그러하거니와 어찌 일상의 이별 같은 아픔에 빠져 이 궁리 포구의 물결 앞에 설 수 있겠는가? 사시장철 언제나 궁리 포구는 몸과 마음에서 이별의 아픔 같은 것을 송두리째 훌훌 털어내게 함으로써 소생하는 사랑의 날개에 찬란한 빛을 안겨준다. <칼럼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