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나이, 만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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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나이, 만 나이
  • 조남민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6.01.1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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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월 1일이 되면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 나이에 관한한 양극화도 없고 빈부격차도 없다. 떡국을 안 먹고 버틴다한들 자동으로 배달되어온 나이를 거부할 재간이 없다. 1월에 나이 한 살을 더해주는 시스템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또한 태어나자마자 한 살로 따져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12월 31일에 태어난 아이는 다음날에 두 살이 된다. 1월 1일에 태어난 아이에 비해서 날짜로는 하루가 빠르지만 햇수로는 1년이나 빠르게 된다. 세는 나이를 사용하던 중국은 문화혁명을 거치면서,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심지어 북한도 1980년대 이후에 사라진 이 관습을 우리는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나이 산정방식을 우리는 왜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민족은 정이 풍부하고 생명존중사상을 중시 여겼기에, 태아가 모체에 생존해 있는 10개월을 대략 1년으로 정하여, 출산과 동시에 1살을 인정하여 왔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는 태어난 날을 시작으로 하여 얼마를 살았느냐를 따져서 나이를 매긴다. 즉 생일을 맞을 때 마다 1살이 되는 만 나이를 쓴다.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다. 우리사회는 연공서열을 중시하며 상하간의 예절을 존중하다 보니 자연스레 나이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시비가 붙으면 대뜸 ‘나이가 몇이냐’ 며 삿대질하기 일쑤고, 사소한 언쟁에도 ‘주민증 까보자’라는 말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주민증을 들이대도 이게 ‘집에서 쓰는 나이’ 인지 ‘호적을 늦게 올린 나이’인지 알 수가 없다. ‘학교 나이’란 것도 있어서 몇 년도에 졸업했으면 다 그 나이로 인정하거나 행세하는 경우도 있다. 지긋한 나이를 낮잡아 부를 때는 나이와 살을 연달아 붙여 만든 ‘나잇살’이란 표현도 사용한다.

1월 1일 새해에 한 살을 더 먹도록 하다 보니, 그 기준을 양력으로 매겨야 할지, 음력으로 매겨야 할지도 난감하다. 정월 초하루인 음력 1월 1일을 설날(음력설-구정-민속의날-설날)이라고 하는데, 이때가 지나야 비로소 한 살을 먹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띠 나이’를 중심으로 하는 동양학에서는 입춘(立春)일을 진정한 새해로 본다. 외국에서 나이를 말할 때는 만 나이부터 말하고 나중에 한국나이를 따로 설명하기도 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만 나이 계산기’라는 것도 한국나이가 만들어낸 독특한 풍경이다. 다행스럽게도, 관공서나 여러 기관단체에서의 공식나이는 만(滿)나이를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현행 법률은 연령계산을 할 때 출산일을 산입하게만 되어있을 뿐(민법 158조) 나이계산에 관한 뚜렷한 규정은 없다. 때문에 여러 나이가 혼재되어 씌여도 특별한 법률위반은 아니다.

‘만 나이’가 좋은지 우리만 가지고 있는 특수한 ‘한국나이’가 실생활에 더 유익한지는 시대의 흐름이나 문화에 따라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이 여러 나이를 갖고 있어서 발생되는 사회적 혼란은 분명히 존재한다. 본인도 헷갈려하는 한국식 나이는 이제 미련을 버려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 맞춘 ‘만 나이’로의 통합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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