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깃발·불법현수막으로 도배된‘홍성’ … 손 놓은 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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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깃발·불법현수막으로 도배된‘홍성’ … 손 놓은 단속
  • 최선경 편집국장
  • 승인 2012.09.27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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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민들 “불법현수막 근절돼야”…일관된 행정 펼쳐야 ‘항의 민원’

△ 청운대 주변 불법현수막이 찢겨진 채로 방치돼 있다.



오는 12월에 예정된 내포신도시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주말이면 아파트 분양을 홍보하는 현수막이 홍성군 곳곳을 도배하다시피 나붙고 있다. 또 이달 들어 홍성읍에는 청운대 이전을 반대하는 의미의 선정적 문구가 담긴 붉은 깃발이 도로변에 걸리기 시작했다. 깃발뿐만 아니라 청운대 이전과 관련해 행정소송을 시작했음을 알리는 군민대책위 이름의 현수막이 온통 거리를 뒤덮었다. 특히 청운대 입구 육교 주변과 농협군지부 앞, 복개주차장 주변, 광천통 사거리 등 주요 지점에 100여개가 걸렸다. 급기야 지난주에는 오관리 공무원주택가에도 오관구역 주거환경 개선사업 시행을 촉구하는 의미의 붉은 깃발이 집집마다 걸려 있는 형국이다.

■ 불법현수막 철거 “엄두가 안나요”
이 현수막들은 지정게시대에 걸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현수막으로 철거했어야 한다. 그러나 한 달이 넘도록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현수막 단속정책이 일관성이 없다고 항의하는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홍성군에서 일반적으로 적법하게 현수막을 걸 수 있는 지정게시대는 38곳으로 200여개 정도만을 게시할 수 있다. 현재 불법현수막 단속업무는 홍성군 도시건축과 직원2명이 담당하고 있다. 이중 여직원 1명이 매일 불법현수막 철거 및 계도 업무를 하고 있지만 이들이 현수막뿐 아니라 간판, 벽보 등 모든 광고물에 대한 단속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도시 전체를 뒤덮고 있는 불법현수막을 단속하고 철거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 오관지구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촉구하는 붉은 깃발이 걸려있다.






■ “불법인줄 알면서도 걸고 있다”
광고업체 관계자는 “현수막 게시대는 원하는 시기에 걸 수 없고 효과도 적어 불법인줄 알면서도 도로변에 걸었다”며 “운이 좋으면 일주일 정도는 철거되지 않기 때문에 지정게시대 1주일 거는 것보다 홍보효과가 크다며 불법장소에 현수막을 걸어달라고 사업자가 요구하면 거절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도 사정은 이와 비슷하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불법현수막 근절을 위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강원도 조례에 따르면 현수막 바탕색은 적색류 또는 흑색류 색깔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수원시는 지난해부터 현수막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고 상세하게 규정했다. 바탕색은 흰색 또는 아이보리색만 사용할 수 있고 글자색상도 지정된 5가지 내에서만 허용된다. 글자 크기 및 이미지 규격까지 제한해 이를 어길 경우 현수막을 제작한 광고업계에 과태료를 부과한다. 아산시는 지난해부터 현수막실명제를 운영 중이다. 현수막실명제는 현수막 우측 하단에 사업주와 광고업체 이름, 전화번호를 기재하고 설치기간을 명시하도록 한 것이다. 실명제를 따르지 않으면 지정게시대에 설치할 수 없다.
현재 홍성군에도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관한 조례가 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단속을 하여 불법현수막을 제거하기는 하나 벌금 등의 행정 처분도 거의 없다고 알려진다.

■ 현수막 알림이 강한 주장이다 ‘오판’
도시미관 저해, 국민들 갈등만 조장

일관성 없는 단속과 불법을 양성할 수밖에 없는 구조도 지적의 대상이지만 문제는 주민들이 자신의 주장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현수막으로 도배한다고 해서 강하게 주장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오히려 오판이며, 구태의연한 생각이라는 여론이다. 오히려 도시미관을 저해하고 도시문화가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는 주민들의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현수막을 대량으로 내걸면 쉽게 주민들 관심을 끌 수 있고 외부 방문객들에게도 자신들의 의견을 강하게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일리는 있다. 적은 비용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알리는 데는 효과적인 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안다는 것과 동의하는 것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론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주민 스스로가 자율적 판단으로 납득하고 동의할 때 생기는 것이지 현수막으로 도배하는 것이 여론은 아니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편 지난 21일 경 청운대 주변 현수막 60여개가 누군가에 의해 면도칼로 찢겨진 사건이 발생했다. 청운대이전저지대책위 측은 비상식적인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불법현수막 도배로 오히려 군민들 간의 갈등을 조장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홍성읍 월산리에 거주하는 주민 김모 씨는 “현수막이 대로변 이곳저곳에 어지럽게 내걸려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불법현수막의 문제를 떠나 찢겨진 현수막을 보면 주민들 간의 갈등을 행정이 방치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낸 꼴”이라며 “차라리 불법현수막을 단속해 일찍 제거했더라면 이렇게 끔찍한 모습까지는 보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었을까”라고 말했다.

현수막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군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홍보와 군민들의 공감대 형성 노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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