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329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60> “제가 아이는 낳을 수 있는가 물었더니 글쎄 아마 안 될걸, 하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날 밤 어찌나 슬픈지 잠도 오지 않았어요. 결혼은 안 해도 좋지만 그이의 아이는 꼭 낳고 싶었는데……”“글쎄. 그렇겠지만 아이를 못 낳는 사람도 많아요. 아가씨만이 아니고.”그리고 한 박사는 계속해서 물었다.“지금 함께 자취하고 있는 친구는 어떤 친구?”“이선애 라고 해요.”“무얼 하고 있지?”“한 때는 회사에 다녔어요. 영양사가 되고 싶다고 지금은 그 공부를 하고 있어요.”“서로 뜻이 맞아요? 룸메이트라고 하나, 이런 걸?” “특별히 뜻이 맞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 둘이서 쉬는 날은 야외로 놀러 가거나 백화점 같은데 가기도 해요.” “주로 어디로 가지?”“대개는 신촌 까지만요. 지난번 교육 | 한지윤 | 2019-01-16 09:12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59> 한 박사가 말했다.“방금 이서영 씨가 오셔서 누님이 돌아 오셨다기에…… 별일 없으셨죠?”“그래요. 별일 없었고, 오늘 아침부터 집안 구석구석 정리 중이예요.”“시간 나는 대로 놀러 와요. 이번여행 이야기를 천천히 해줄 테니까.”“그러지요.”한 박사가 전화를 놓자, 나이분 간호사가,“선생님!”하고 한 박사를 불렀다.“이서영 씨 풀러스인데요.”임신반응을 말하는 것이었다.“뭐?”한 박사는 의외라는 듯이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틀림없어?”“지금 다른 환자는 없는데요.”유리판 위의 백탁한 임신반응을 들고 와서 보여 주었다.“틀림없는데. 올 봄은 의외로 홈런이 많은데……”이서영 씨가 다시 진찰실에 불려 들어 왔을 때 한 박사는,“부인, 큰 일 났는데요.” 교육 | 한지윤 | 2019-01-09 09:08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58> “지난번에는 부탁만 해두고 그만……”한 박사는 사과하듯 말했다. 한 박사는 자기가 꼼꼼한 성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면 되겠다 싶었던 것이다.“사실 어떻게 보면 내가 한 건 별로 없는 것 같아.”김 박사의 말이었다.“그건 또 무슨 말이야?”“그 여자 입원은 했지만, 검사가 끝나자 곧 가버렸어. 나중에 문자가 왔더군. 검사결과는 자네에게 가서 물어 보겠다고 말이야.“할 수 없군. 아직 여기 오지는 않았어. 그건 역시…”“메루(남성)야, 그건.”“그럴 거라 생각은 했지.”“섹스 구로마틴은 음성·염색체는 46/XY, 뇨의 17KS는 2.7㎎ 고나도트로핀은 24m㎍, 에스트로겐은 27㎍, 이런 결과가 나왔어.”“본인에게는?”“글쎄말이다. 아직 판단이 끝나기도 전 교육 | 한지윤 | 2019-01-02 09:17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57> 그런투로 기사를 쓴다는 것은 자기는 마귀가 아니라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지만 그것은 어린애같은 극히 유치한 생각이다. ‘마귀 같은 어미’가 나오는 배후에는 그런 어미를 내게 한 사회의 구조가 그렇게 되어있고 또한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전체 사람들의 공동책임 이라야 한다.브라질 같은 나라에서는 중절 같은 것은 일체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혹은 종교적인 계율이 있으므로 정신박약모라도 아이는 사랑과 같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되고, 우리나라 같은 곳에서는 중절은 합법적이라는 사회상식이 있으므로 자기가 낳은 아이를 죽여서 벽장에 감춰두게 되어도 특별히 이상할 것도 없게 되는 것이다.벌써 몇 해 전 일이었지만 만삭이 다 된 배를 하고 찾아온 여고생에게 한 박사는 지금 중절수술 같은 것을 하면 학생은 그 아이를 ‘ 교육 | 한지윤 | 2018-12-26 09:07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56> 성모마리아가 예수님을 잉태한 나이는 열세 살인지 열네 살인지 그런 나이였다고 들은 적이 있어요. 천사 성가브리엘이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들어 수태를 알리자 마리아는 깜짝 놀랐지만 ‘주의 계집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누가복음 1장 38절)’라고 대답했어요.한 박사와 같은 독설적인 남성이 이 구절을 읽고 ‘잉태될 수도 없거니와 열세 살 난 소녀의 대답치고는……’라고 말한 적이 있었어요. 그래요. 그것이 재미있어요. 놀란 앳된 마리아가 순간적으로 한 그 대답의 전반부는 그녀가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구약성서 사무엘기에 적혀 있어요. 다윗왕이 아내 카일에게 청혼을 했더니 그녀는 땅에 엎드려 ‘왕이시며, 내주의 여종은 내 주의 사환들의 발을 씻길 종이나이다.’ 라고 말예요. 이런 교육 | 한지윤 | 2018-12-19 09:04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55> 서른다섯도 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광대뼈가 불그러지고 쇄골도 심하게 튀어나와 있어 야위었다기 보다 해골 같이 말랐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았어요. 흐트러진 머리는 빗질도 하지 않은 채고, 떨어진 단추는 새로 달아 끼울 기력조차 없는지 가슴은 풀어 헤쳐졌고, 낡아빠진 블라우스를 걸치고 있었죠. 나는 신부님께 이 여자도 미혼모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신부님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그녀의 목소리는 우울하고도 맥이 없더군요.그녀는 남편이 있는 여자였어요. 이번에 낳은 사내아이는 여섯 번째 아이래요. 그녀의 남편은 배관공이었으나 알코올 중독자래요. 술만 들어갔다 하면 섹스를 강제적으로 강요한다나요. 아이는 줄줄이 많고 빈곤으로 그녀의 몸은 쇠약해졌고…… 그녀는 스물일곱 살이었어요. 이 번에도 그녀는 남편의 폭력 교육 | 한지윤 | 2018-12-12 09:15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54> 이런 것은 참 좋은 일이라 생각되는데…… 그녀 자신이 얼마 안 있어 엄마가 될 때 서툴지 않게 미리 훈련을 쌓는 것이거든요.식료품 저장실에는 오렌지, 수박 등의 과일들이 넘칠 만큼 있었고, 세탁실도 완비되어 있고, 솜씨 좋은 임신부들이 모여서 재봉일이나, 편물을 하는 작업실도 있었어요. 침실은 검소했지만 깨끗하고 예쁜 장난감도 장식되어 있더군요. 창피스럽다고 가족이나 이웃에서 손가락질 받던, 배가 불룩한 아가씨들도 여기서라면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가 있지요. 또 이곳에서는 부설된 탁아소가 있어 아이를 낳은 뒤에도 갈 곳이 없는 엄마들은 일정한 기간 내에서는 모자가 모두 여기 살면서 다음 생활 준비를 할 수 있다고 해요.인종들의 도가니라고 하고 있는 브라질답게 백, 흑, 황의 여러 피부색을 한 아이들 교육 | 한지윤 | 2018-12-05 09:08 홍일표, 국감 최우수 상임위원장 선정 홍일표, 국감 최우수 상임위원장 선정 홍일표 국회의원(홍성출신, 자유한국당·인천 미추홀갑·사진)은 지난 24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사단법인 한국유권자총연맹 주최 ‘2018 국정감사 우수 국회의원 대상’에서 국정감사 최우수 상임위원장상을 수상했다.홍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감사 전 과정을 이끌며 정부의 산업 및 에너지 정책,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 방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적절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여야 간 날선 대립이 펼쳐진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문제에 대해서는 대안과 조정을 통해 회의를 파행 없이 합리적으로 중재해 나갔다는 평가를 받았다.홍일표 의원은 “상임위원장으로서 정쟁 보다는 정책 국감이 되도록 힘썼고, 정책개발과 대안 제시, 토론과 조정이 정치일반 | 서울=한지윤 기자 | 2018-11-30 09:16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53> “양승묵이란 사람, 알고 있어?”윤미는 조리대를 향해 등을 보이고 있었다. 손은 멈추었으나 이쪽을 돌아보지는 않고 말했다.“알고 있어요. 왜요?”“아니, 양승묵 씨 부인이 자기 남편이 당신을 만났다고 말해서…… 그 사람 딸이 오늘도 외래에 왔어.”“좀 이상한 분이죠?”“글쎄, 속은 알 수 없지만 상당히 미인이던데.”“승묵 씨는 하와이에서도 만났어요. 자기집안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 사람 부인 얼핏 보면 현모양처로 보이지만 형편없는가 봐요. 승묵 씨의 출장기회를 타서 상당히 바람피우는 바람꾼 인가봐요.”“그 승묵이란 사람 LA에서 만났어?”“아뇨. 처음은 하와이에서 백수 형부가 소개해 줘서, 내가 LA에 가면 거기서 또 만나자고 하면서 같이 식사를 하기도 했어요.”이백수 교육 | 한지윤 | 2018-11-28 09:12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52> “제가 두 분의 생활에 이래라 저래라 한다는 것은 주제 넘는 일이지만 전심전력으로 주어진 두 아이에게 정을 쏟아 보십시오. 두 분은 사이가 아주 좋으신 분인 것 같고 1남 1녀를 두고 있으니, 그 아이들은 두 분의 아이들입니다. 이것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요?”대답이 없었다. 1분 가량 지나자 침묵이 어색했던지 남편이 먼저 고개를 들고서,“한 번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미숙이, 그렇게 하도록 하지, 응?”아내도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일어섰다.“그렇게 해 주십시오.”한 박사는 일어서는 두 부부에게 정답게 말했다.“안녕히 가십시오.”이나미 간호사도 따뜻한 인사를 했다.병원이란 곳과 장의사라는 곳에서는 ‘또 오십시요’라는 인사는 못하는 법이다.한 박사는 잠시 후 이나미 간호사에게 교육 | 한지윤 | 2018-11-21 09:10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51> 다시 재소통 수술을 받았다. 성공률이 적다고 하는 수술이다. 그러나 정자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아내는 꼭 아이가 갖고 싶다고 해서 생각 끝에 AID(비배우자간의 인공수정)를 희망해 온 것이다.“아이는 몇 살과 몇 살 터울인가요?”한 박사가 물었다.“위가 사내아이로 열한 살이 되고, 아래가 계집애로서 여덟 살입니다.”“네에……”한 박사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군말 같습니다만, 제 아이를 낳는 것도 아닌데도 이 아이들을 귀엽게 보고 잘해 주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친엄마 같이 따르고 있지요. ‘엄마, 동생 하나 낳아요, 업어 줄게’ 하고들 있습니다.”“이해가 충분히 갑니다. 미안하게 됐습니다만 우리 병원에서는 비배우자간의 수정은 하지 않습니다. 가령 된다고 하더라도 이런 교육 | 한지윤 | 2018-11-14 09:16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50> 한 박사의 말에 어떤 중대한 불안을 느껴서인지 민자는 돌아갈 때까지 두 번이나 ‘대학병원에서 뭐라고 해도 또 선생님 병원에 와도 됩니까?“라고 되묻곤 하기에 한 박사는 ’좋아요, 좋고 말고, 언제든지‘라고 했으나 솔직한 심정은 그만 와 주었으면 싶었다.그날 저녁 무렵 아내인 윤미는 집에 돌아와 있었다.파출부 아주머니가,“사모님은 감기 기운이 있다고 2층에 누워 계십니다.”하고 말하기에 한 박사는 아내를 보기위해 2층으로 올라갔다.“감기라고?”한 박사는 인사치레로 말했다.윤미는 벽 쪽으로 돌아누워 그동안 울고 있었는지 눈이 부어 있었다. 방 안의 어둠을 핑계로 한 박사는 못 본 척 했다.“아마 어제 비를 맞은 게로구먼, 그건 나빠.”‘어딜 쓸데없이 돌아다녀’ 라고 한 박사는 교육 | 한지윤 | 2018-11-07 09:17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49> “그럼, 지금 그 남자를 무척 좋아 하나 보군?”“처음부터 결혼해 줄 수 없느냐는 거예요. 지금까진 다른 남자들은 친구로 사귀고 있었지만요, 그인 진심인 것 같고 또 저도 좋아해서…… 같이 좋아하면서 그대로 있는 것도 뭣하고 해서…… 호텔에 가자고 했어요.”“그렇겠군.”“전 그런 곳에 한 번도 간 적이 없었어요. 이 근방에 ‘신라’라고 하는 호텔 있죠?”“있어, 있지. 뾰족 지붕을 빨갛게 칠한 집 말이지.”“네. 그곳에 갔어요.”“나도 저런 곳에 한 번 가볼까 한 적이 있었는데.”“내부는 보기보다는 깨끗해요. 호텔에 갈 때 이 병원 옆을 지났거든요. 이 병원이 보였어요. 그이와 같이 호텔에 갈 때 만일 아이라도 생기면 이 병원에서 낳아 볼까 그런 생각도 했어요.”“무척 성급하군. 교육 | 한지윤 | 2018-10-31 09:14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48> 최민자는 풍만한 가슴은 아니었으나 좀 마른 듯한 처녀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볼록함으로 보이고 있었다. 젖이 분비되는 일은 없다고 한다. 유두도 작고 유훈도 옅은 색깔이고 겨드랑이 털도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그럼 내진을 해 봐야겠어요. 남자가 이상하다고 말한 것이 간단히 치료될지 모르니까.”한 박사는 언제나처럼 환자가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준비가 끝나자, 진찰용의 둥근 의자에 앉았으나 어딘가 조금 어렵겠구나 하는 느낌을 직감했다.치모의 발육이 나쁜 것은 별개로 하고도 한 박사는 손에 준비하고 있던 질경이 소용이 없구나 하고 느꼈다. 처녀막폐쇄증인 정도가 아니고 처녀막은 흔적도 없다. 질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겨우 1센티 정도로 조금밖에 되지 않고, 거기에다 맹단이 되어 있었다.한 박사는 재빨 교육 | 한지윤 | 2018-10-24 09:13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47> “아니지요, 신부님. 난 신부님이란 남의 일에 무엇이나 설교해도 좋다고 봐요. 무조건 ‘너희들은 죄인이다’하고.”그날 밤 한 박사가 택시로 집에 돌아온 것은 열한시가 조금 지나서였다. 한 박사는 아내가 없다는 가벼운 기분으로 집에 들어왔다. 양심에 걸리는 짓을 한 일은 없지만 아내가 집에 있으면 늦게 들어온 것을 변명 비슷하게라도 해야 되기 때문이다.아내는 오늘 서울에서 고등학교 동창생의 집에 묵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한 박사는 전적으로 그것을 믿지는 않았다. 정말로 그런지 어쩐지 알 수도 없고 혹은 다른 곳에서 자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박사는 아내가 있는 곳을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내에게 귀찮은 짓이 될지도 모르고 또 한 박사 자신에 대해서도 부질없는 일이라 생각되기 때문이었다. 교육 | 한지윤 | 2018-10-17 09:12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46> “너무 어려운 문젠데요. 한 박사님. 그건 그렇다 치고, 동생이 태어난다는 것이 그렇게 싫은 건가요?”신부가 말을 돌렸다.한 박사가 말을 받았다.“난 그 심정 몰라요. 그건 소녀의 심정이지.”“난 여자니까 알만해요. 고1이라면 성적인 것이 불결해서 못 견딜 정도가 돼요. 엄마가 그런 아이를 낳는다는 것을 용서할 수 없는 거예요.”“그럴 수도 있겠군.”“그 학생은 동생을 죽일 수는 없을 거예요. 둘이 같이 사는 것이 싫었지. 그래서 자기가 사는 것을 포기한 거야. 아마 그런 심정 이었을 거야. 혼자 이해해 보려고 노력도 무척 했을 거예요, 아마.”“그 엄마가 딸이나 주위 사람들 보기가 쑥스러워서 인천 같은 곳에 간 것이 잘못이야. 언제라도 알려져서 알 것인데. 그럴 때는 곧장 집으로 교육 | 한지윤 | 2018-10-10 09:15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45> “중학시절에 존경하고 따랐던 학교선생님이 서울로 시집을 가서, 그곳엘 간 것 같아요. 거기서 그 선생님에게 사정 이야기를 털어 놨대요. 설득이 되어 일단은 납득을 하고 비교적 밝은 얼굴이 되었다나 봐요. 그날 밤 너무 늦어서 선생님의 시어머니도 걱정을 하고 여고생이 혼자 어머니도 없는 집에 막차로 가는 것은 위험하니 자고 가라고 권했대요. 그날 밤, 부엌의 가스꼭지를 틀고……”“연극이 아니던가?”“선생님한테 유서가 있었대요. 때마침 선생님이 밤중에 화장실에 가다가 발견하고 병원에 옮겼다더군요.”“글쎄나…… 자살미수로 몸이 많이 상했다면 죽는 것이 나았을지도 몰라……” “이영신 아주머닌 의외로 낙천적이던데요.”“어째서?”“딸에게 어떤 일이 생기든 살아있든 없든 폐인이 된다면 이제는 아이가 교육 | 한지윤 | 2018-09-26 09:16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44> 두세 사람의 임신의 정기진단과 몇몇의 환자들을 처치한 후에 한 박사는 임신중 씨 부인을 내진실에서 내진을 했다.“부인, 지금도 배가 쌀쌀하게 아프세요?”“아뇨, 좋아진 것 같은데요.”“다른 데는 이상한 곳이 없습니까?”“입덧 같은 증상이 생겨요. 음식 중에서도 기름진 것을 생각만 하면, 속이 메스꺼워져요.”“네. 알겠습니다.”한 박사는 책상으로 돌아와 임신중 씨 부인이 옷매무새를 고치고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좀 앉으시죠. 아무 이상도 없는데요. 너무 신경을 쓰지 않아야 됩니다.”“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둥근 얼굴이 웃으니 한층 더 쟁반같이 보였다.“지난번에 주인께서 검사용 정액을 가지고 오셨습니다만……”“여러 가지로 신세를 지고 있는 선생님의 연구에 보탬이 되 교육 | 한지윤 | 2018-09-19 09:16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43> 부인인 신수경 씨는 이렇게 말하고 있으나 그것은 여고생들이 ‘아이 좋아!’ 하면서 펄쩍펄쩍 뛰는 모습과 다를 바 없는 것이었다.““당연하잖아요. 그렇게 자신이 없었습니까?”“오늘은 아버님 산소에 성묘라도 해서 이 즐거운 희소식을 알려드려야 겠습니다. 이봐요. 수경 씨! 아니, 나의 사랑하는 님이여! 팥밥이라도 해서 선생님께 갖다 드려야지.”“네. 물론이예요!”“팥밥은 저도 좋아합니다만, 너무 좋아 하시다가 혹시 잘못 되는 일이라도 있으면 모처럼 임신한 기쁨이 허사가 되고 맙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한 박사는 기뻐서 날뛰는 부부를 견제하는 뜻에서 주의를 주었다.“네. 무리하지는 않겠어요.”“기쁜 소식에 취해서만 있다면 안 돼죠. 또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먼저 부인의 혈액검사를 교육 | 한지윤 | 2018-09-10 09:06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42> 한 박사는 이렇게 말하고 잠자코 있는 모녀를 입원실에 둔 채 손을 뒤로 돌려 문을 닫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아내는 매일같이 어딘가 외출을 하고 있었다. 집에 있는 일을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아내가 그렇게도 갈 곳이 많은 것인지 한 박사는 몰랐다.물론 굳이 물어 본다면 백화점에 세일이 있다거나, 서울의 디자이너에게 양장을 맞추러 간다거나, 입원해 있는 친구의 병문안을 간다거나 하는 제 나름대로의 구실이 있을 것이다.한 박사는 그러나 그것과 상관없이 매일 제시간에 병원에 출근하고 있었다.한편으로 생각하면 병원이 가장 마음 편한 곳이라고 생각되어서 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한 박사도 아내와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어느 날 임신중 씨 부부가 오랜만에 함께 병원을 교육 | 한지윤 | 2018-09-05 09:05 처음처음이전이전12345678910다음다음다음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