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지사, ‘지방 검객’ 될 수 없나?
상태바
안희정 지사, ‘지방 검객’ 될 수 없나?
  • 김학용 디트뉴스 편집국장
  • 승인 2012.03.16 0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 안희정 지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됐었다. 서해안 유류피해 보상 문제에 대통령이 관심을 가져달라는 부탁의 내용이었다. 임기 초반 4대강 문제로 청와대를 향해 거듭 대립각을 세우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안 지사의 편지 ‘공개’는 단순한 서신 이상의 ‘정치 행위’임이 분명하다. 각을 세우던 ‘다른 편’과도 소통할 줄 아는 도지사라는 의미도 있다. 그러면서도 그 편지가 유류피해 어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이다. 일거양득의 편지다.

하지만 이는 청와대와 각을 세우던 안 지사의 모습이 역시 허상이었나 하는 의문을 자아낸다. 나는 안 지사가 ‘지방 정치인’으로서 지방의 소외 문제에 대해서도 4대강 문제처럼 전투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기대해왔다. 지사의 편지가, 중앙 관계가 ‘전투 모드’에서 ‘화해 전략’으로 바뀌었다면 이런 기대는 난망일 수도 있다.

대통령에게 편지 보내는 안 지사, 달라졌나?
모든 권력과 돈이 다 중앙에만 집중돼 있어, 지방은 늘 중앙에 손을 벌려 돈을 구걸해야 하는 입장이다. 도지사라도 중앙에 올라가 조아리고 사정해야 쥐꼬리만한 예산이라도 더 타내고, 별것 아닌 국책사업도 따낼 수 있다.

다른 수단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당장 충남도 예산으로는, 충남도지사의 힘으로는 유류피해 어민을 더 도와줄 수가 없다. 대통령에게 간청하고, 장차관이나 국무총리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안 지사가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도 이에 다름 아니다. 안 지사가 그런 편지를 보내고 충남도의 국비 확보를 위해 중앙부처를 방문하는 것을 문제삼을 수는 없다. 지금으로선 그것이 도지사의 책무다. 그리고 여느 시도지사들이 다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나는 안 지사가 그 이상의 방식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4대강’ 문제로 청와대에 세웠던 대립각을 ‘지방의 문제’에 대해서는 왜 세우지 못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편지’ 같은 게 나쁠 건 없으나 그것만으로 안 된다는 얘기다.

‘지방의 문제’는 지방이 중앙에 구걸하는 방법으로는 풀리지 않으며 오히려 지방이 중앙을 상대로 투쟁해야 해결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방분권 문제의 권위자인 안성호 대전대교수도 그런 의견을 가지고 있다.

안희정, ‘4대강’처럼 왜 못 싸우나?
나는 그런 싸움을 할 수 있는 ‘지방의 투사(鬪士)’로 안희정을 연상해왔다. 지방을 위해 싸우는 ‘지방 검객’으로서의 도백(道伯)을 기대해왔다. 그러나 그는 ‘4대강 문제’ 외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본래 그런 검객은 아니었는지, 아니면 때를 더 기다리고 있거나 전략을 수정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물론 안 지사는 지방분권에 대해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충남 도정의 중요 목표를 언급할 때마다 자치분권과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빼놓지 않는다. 작년에는 전국시도지사협의회에 지방분권 추진 기구를 만들고, 얼마 전에는 4·11 총선에서 각 당이 지방분권을 최우선 공약으로 삼아달라는 여야 시도지사의 공동 촉구문까지 이끌어 냈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지방분권이 진전되기 어렵다. 안 지사 같은 사람이 나서 ‘4대강’ 이상으로 중앙을 상대로 날을 세워야 하고 전국적인 이슈로 만들어야 한다. 혹, 안지사도 그 필요성은 알면서 도지사로서 할 수 있는 방법에 한계가 있다고 여길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총선이 좋은 기회다. 충남도는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홍보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동하고, 안 지사는 ‘지방분권 특강’을 잇따라 마련할 수도 있다. 모든 후보들에게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 추진을 다짐받고 공약으로 주문할 수 있을 것이다. 선관위에 알아보니 자치단체장이 지방분권을 요구하는 행위가 특정 정파나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만큼 선거법에도 걸릴 이유가 없다고 한다.

지방분권주의 진정이면 총선 때 ‘행동’ 나서야
지방분권은 중앙 혼자서 가지고 있는 권력의 일부를 지방으로 가져오는 일이다. 현실적으론 대통령이 지방분권에 찬성해야 하고 국회의원 과반수가 동의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거의 다 지방분권에 반대하는 중앙집권주의자들이다. 중앙정부 중앙언론과 함께 대표적인 중앙집권주의자요 기득권자들이다.

이들은 말로는 지방분권 운운해도 속내는 반대다. 자기들 밥그릇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국회의원들에게 지방분권 법에 도장을 찍겠다는 다짐이라도 받을 수 있는 때가, 국민이 딱한 번 상전이 되는 이번 같은 선거다. 이때가 아니면 지방분권 법을 그들에게 명령할 수 없다.

이번 총선과 연말 대통령 선거는 지방분권 작업을 그래도 가장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기회다. 그 선봉자는 중앙에선 찾기 어렵고 지방에서 나와야 한다. 지방분권에 적극적인 안희정 지사가 적임이라고 믿고 있다. 안지사가 진정한 지방분권주의자라면 이번 총선부터 행동에 나서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