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엔 영광과 수난의 역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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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엔 영광과 수난의 역사가 있었다
  • 최선경(홍성군의원·칼럼위원)
  • 승인 2015.08.2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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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9박 10일 동안 충남도내 청소년 90명과 함께 동북3성의 항일유적지 역사대장정에 참가했다. 홍성군과 충청남도가 공동주최하고 사단법인 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가 주관한 이번 역사대장정은 청산리, 집안, 백두산, 용정, 산시진, 하얼빈 등 중국 백야 김좌진 장군을 비롯한 독립 선열들의 발자취를 따라 항일 독립전적지를 탐방하는 코스였다. 참가한 청소년들은 이번 역사대장정을 통해서 진정한 나라사랑의 의미를 알게 되고, 인생의 목표도 세우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그동안 홍성군내 청소년들만 참여하던 것을 지난해부터 충남도의 지원을 받아 도내 청소년 33명도 함께 참여하게 돼 더욱 뜻 깊은 여정이 됐다. 다행히도 빡빡한 일정과 열악한 환경 가운데서도 90명 대원들은 흐트러짐 없이 무사히 모든 일정을 잘 소화해냈다. 힘들고 고생스럽긴 했지만 청소년 역사대장정은 교육적 효과가 상당히 높은 사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독립군가도 제대로 따라 부르지 않고, 차에 올라타면 눈 감고 잠자기 바빴던 대원들이 아픈 역사의 현장을 직접 몸으로 느끼며 하루가 다르게 눈빛이 살아나는 것을 보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무성한 수풀에 둘러싸인 유허비, 쓰레기투성이인 전적지들을 바라보던 대원들의 입에선 저절로 한숨과 탄식이 흘러나왔다. 공안의 눈치를 보느라 당당하게 애국가를 부르지도 못하고 마음 편히 태극기도 펼쳐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원들이 속상함을 넘어 분노조차 느끼는 것을 바라봐야 하는 것은 선배 어른으로서 또 다른 아픔이자 부끄러움이었다. 다만 사업을 마무리하면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일정이 너무 타이트하고 이동거리가 길다보니 상대적으로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또 연달아 이틀 연속 기차와 배에서 숙박을 해결해야 했던 것은 제일 큰 불만사항이었다. 따라서 꼭 필요한 전적지를 중심으로 일정을 재조정할 것을 권하고 싶다.

아울러 대원들 간의 조별활동시간을 더 늘렸으면 한다. 왜냐하면 많은 대원들이 조별 장기자랑과 일송정에서 ‘선구자’ 노래 부르기 대회 등 조별활동을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손꼽았기 때문이다. 조별로 주제를 정해 토론을 한다거나 리더십 강화훈련을 갖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일정 속에 녹아 있었으면 좋겠다. 이밖에도 타 시도에서 참가한 학생들이 많다 보니 위대한 인물들이 대거 출생한 홍성군을 홍보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포함됐으면 한다. 한편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군비와 도비가 지원되고 학생들의 자부담이 포함돼 총 1억1000만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의 역할이 너무 미진했다는 점이다. 최소한 대원들을 총괄하고 일정을 이끌어가는 총책임자 한 명 정도는 파견돼야 하는 게 마땅하다. 지난 6년 간 최선을 다해 이 사업을 이끌어온 조기준 단장과 김종오․김주호 선생 등 일부 지도자들의 열정과 희생만을 기반으로 이런 행사를 진행하는 건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최근 영화 ‘암살’의 흥행몰이로 많은 청소년들이 항일무장독립운동을 비롯해 근현대사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추세다. 앞으로 내부적으로 체계를 잡고 전문성을 확보해 청산리역사대장정 사업을 더욱 확장해야 할 시점에 놓였다고 본다.

끝으로 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를 통한 사업이 아니더라도 각 지자체나 교육청에서 다양하고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청소년들에게 역사대장정을 떠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길 바란다. 역사대장정은 투철한 국가관과 한국인의 정신을 배울 수 있다는 것 외에도 최소 100명 이상이 함께 움직이므로 서로 협력하고 봉사하는 정신을 길러 민주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력적, 정신적으로 ‘나 자신과의 싸움’으로 스스로 한계를 느끼게 되지만 단체로 떠나기 때문에 내 옆의 동료도 함께 살펴야 하는 인성교육의 장이라 할 수 있겠다. 아무리 책을 읽어도 피부로 직접 느끼는 것만 못하다고 생각한다. 백두산에 올라가 애국가 한번 부르지 못하고, 태극기 한 번 휘날려보지 못하는 그 현실을 마주하면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자연스레 조국의 소중함을 깨닫게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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