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살리기 핵심은 '지역에서 돈이 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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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살리기 핵심은 '지역에서 돈이 돌아야'
  • 윤종혁
  • 승인 2010.02.0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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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희망찾기 (2)

우리에게 지역은 무엇인가. 지역주민, 지역경제, 지역신문, 지역공동체, 지역화폐, 지역학교 등 지역과 관련된 다양한 의미가 우리 삶에 존재하고 있다. 지역은 물질적․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생태적․문화적․교육적인 다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한마디로 지역은 우리 삶의 근간이자 생명의 터전인 셈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우리의 삶터이자 일터인 지역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의 질 관점보다는 자본의 논리에 의해, 권력의 논리에 의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좌지우지 되어 왔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공생과 순환의 고리가 끊어진 채 지역의 가치가 제대로 된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홍주신문에서는 '지역'의 다양한 가치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대형마트 건립과 관련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영세한 지역상권이 무너지고 지역의 자본이 외부로 유출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외부에서 돈이 들어와야 지역경제가 살아난다고 말하곤 한다. 기업유치에 힘을 쏟는 이유도 자본의 유입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아무리 많은 돈이 지역으로 들어와도 그 돈이 고스란히 다시 빠져나간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홍성은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돈은 계속해서 외부로 빠져나가고 있다. 1년 내 농사지어서 자녀 학자금 주고 나면 손에 남는 것은 없고, 토지보상금으로 몇 푼을 받아도 외지에 나가있는 자식들 나눠주다 보면 금세 바닥을 드러낸다. 월급을 받아도 아파트 임대료를 내거나 이자 갚으면 한 달 생활하기에도 벅찬 현실이다.

지역에서 돈이 자꾸 없어지다 보니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고, 일자리가 없다보니 젊은이들은 자꾸만 지역을 떠난다. 계속되는 악순환으로 지역은 점차 활기를 잃어가고 있고, 위기감이 팽배해져가고 있다.

인구 8만8000여명의 농촌지역 홍성. 홍성이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돈이 돌고 도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경제순환 고리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경제순환 고리를 갖춰야만 지역에서 기본적인 고용이 유지되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주민들에 대한 기본적인 생활보장이 이뤄진다.

생활공동체 운동에 눈을 돌리자

▲ 대전의 한밭레츠는 지역화폐운동을 통해 지역순환경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역경제순환 고리를 갖추기 위한 여러 자치단체와 주민들의 다양한 노력은 일정 정도 성과를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전의 '한밭레츠' 경우 1999년 지역 내에서 통용되는 지역화폐를 통해 노동과 물품을 거래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노동과 물품을 이를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고, 자기 자신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필요한 노동과 물품을 제공받을 수 있는 '품앗이' 제도로 대표적인 지역화폐 운동으로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한밭레츠 홈페이지에는 지역품앗이의 유익성으로 △다른 사람에게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회를 통해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고 △공식적인 직업이 없어도 개인의 능력과 자원을 활용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고용의 기회가 창출 △지역사회 구성원간의 직접적인 교환관계를 통해 상호간의 이해증진과 연대감을 강화 △제한된 지리적 영역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지역 내에서 지속적으로 순환, 교환됨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시킴 △지역중심의 경제활동은 비용을 절감하며 환경 친화적 경제에 기여 등을 손꼽았다.

생활협동조합도 지역경제순환을 위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볼로냐는 인구 9만의 작은 도시이지만 세계적인 협동조합의 도시라 불린다. 다양한 형태의 생활협동조합으로 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한 돈은 고스란히 그 지역에 남게 되면서 지역 내 순환적 소비와 공급을 만들어가고 있다.

생활협동조합은 더 이상 낯선 운동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아이쿱생협, 한살림생협, 두레생협 등 다양한 생협이 존재하면서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직거래 운동, 로컬푸드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생산자조직, 소비자조직은 학교급식을 비롯한 지역사회 공동의 과제를 실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긴밀히 협조하는 체제를 구축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지역에는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지역에서 돈이 순환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 홍성에서도 소비자들이 중심이 된 생활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지난달 문을 연 홍성의료생활협동조합 부속 '이사랑치과'.


지역에서 새로운 가능성 찾아내자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경제 자립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가와 시장에 의존한 경제구조 속에서 많은 문제와 한계를 노출시켰다. 한살림 조완형 전무이사는 "금융자본이 주도해서 쌓아온 세계경제체제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당면한 위기상황을 통해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며 "이제 국가와 시장에 의존하기 보다는 '지역사회'를 바라봐야 한다. 지역사회를 무대로 우리 스스로 다양한 활동과 사업을 실험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자치와 협동의 경험과 역량을 잘 살려서 지역생활에 밀착된 새로운 형태의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명경제, 사회적 협동의 호혜 경제 영역을 개척하고 새로운 생활양식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홍성에서도 지역생활에 밀착된 새로운 형태의 생활공동체 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의료생활협동조합이 지난해 만들어졌고, 소비자들이 중심이 된 생활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한 준비모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홍동에 있는 풀무전공부를 중심으로 지역화폐 운동도 몇 차례 시도된 바 있다. 로컬푸드 운동도 지난해부터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진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 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도 몇 몇 단체에서 고민하고 있다.

이처럼 자본의 논리가 아닌 협동의 원리를 바탕으로 지역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지역 내에 있는 자원을 발굴하고 활용한다면 분명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지역의 경제자립을 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주)이장 임경수 대표는 "최근 금융위기로 국가경제는 어렵지만 이와는 반대로 지역경제가 튼튼하게 돌아가는 곳도 있다. 이런 곳은 대개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커뮤니티비지니스 등 대안적 경제시스템이 만들어져 지역에서 돈이 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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