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329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80> 금테안경을 끼고 옷도 점잖게 차려입고 있었고 단정하고 우아한 태도였으며 목소리는 알맞은 톤으로서 다소 긴장감이 섞여 있었다.“사시는 곳은?”“저는 의정부입니다. 이 아이 부부는 서울입니다.”한 박사는 노부인의 말에서 이해하기 힘든 점이 없지 않았다. 며느리의 친정인 천안이 멀다고 하면 이 곳도 서울에서 살고 있는 아들 부부에게서 보면 먼 곳이 아닌가.한 박사는 자기의 본분인 의사의 일 이외의 것에는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구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초산이지요?”“네.”역시 시어머니가 대답하고 있었다.“최종생리는 언제 있었나요?”이 것도 시어머니인 노부인이 대답할 것인가 하고 한박사는 기대하면서 물었다.“3월 26일이었어요.”한 박사는 이번에는 목소리에 교육 | 한지윤 | 2019-06-12 09:07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79> 만일 아내인 윤미가 만들었다면 한 숟가락도 먹지 않았을 것이다.한 박사는 내키지도 않는 단팥죽을 먹으면서 전쟁 직후 식량이 극도로 귀할 때 좋고, 싫고 할 것 없이 아무 것이나 먹었던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한 박사가 테이블 위에 내놓은 수술비를 넣은 봉투는 그대로 놓여져 있었다. 한 박사가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 돈을 받아야 된다고 설득해서 박선영은 겨우 받아 두기로 했다.“꼭 선생님 뜻이 그렇다면 받아 두겠어요. 영수증을 써야겠죠?”한 박사는 웃으면서,“영수증? 글쎄나…… 그렇지, 병원경리는 그걸 바랄걸.”“뭐라고 쓰죠? 수술비 돌려받은 금액이라 써요?”“음, 정확해서 좋은데. 그렇게 쓰지.”한 박사는 영수증을 쓰고 있는 선영의 머리칼 때문에 조금 가려진 옆모습을 눈여 교육 | 한지윤 | 2019-06-05 09:07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78> ‘선영 미용실’ 이란 간판이 붙어있는 박선영의 미장원은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문에는 ‘정기휴일’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문을 밀어 보았다. 잠그지 않은 문이 쉽게 열렸다.“어머나, 정말 오시네. 기다리고 있었어요.”박선영은 붉은 색과 감색의 체크 원피스에 외출용인 듯한 임신복을 입고 안에서 달려 나왔다. 다른 사람은 없는 듯 집안은 조용했다.“어머니는 ”가게와 붙어있는 방에 안내되자 한 박사가 물었다.“부산에 숙모님이 계세요. 오늘 거기에 간다고 가셨어요. 같이 있는 아가씨는 비가 이렇게 오는데 당일치기로 친구들과 놀러 간다고 나갔어요.”“아무튼 젊은 사람들은 발랄해서 좋아.”한 박사는 이렇게 말하고는“수술이 잘못된 것에 대해서 변명이랄까. 설명을 하고 싶어서 왔는데.” 교육 | 한지윤 | 2019-05-29 09:04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77> 하고 한 박사는 얼른 말을 얼버무려 버렸다.“신부님, 저런 아이도 살아있는 것이 좋을까요?”“생명이란 인간 스스로가 살고 싶다든지 죽고 싶다든지 하는 것을 결정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생명에 관한 것은 모두 그렇습니다. 신의 뜻입니다.”“그렇게 생각하면 마음 편한 일이지요. 인간으로서도 고마운 일이고, 가령 항문을 성형한 아이의 문젠데 대변을 실금할 것이라고 병원에서 말하고 있지만 훈련하기에 따라서는 기저귀가 필요 없게 될 수가 있지요. 그러나 건강한 사람과는 달라서 설사 같은 것은 참을 수가 없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예사로 속내의를 더럽히게 돼죠. 또 냄새가 나니까 다른 사람들이 싫어 할 것이겠죠.생각하는 능력도 없으니 그대로 두어버리겠죠. 보다 못한 부모가 뒤처리를 해 주게 되면 자기의 교육 | 한지윤 | 2019-05-22 09:03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76> “그 부모들이 과연 그랬을까요?” 이 아이를.”“아마 그런 것 같아요. 확실한 경위는 알 수가 없으나 입원한 후에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습니다. 버리고 만 아이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입니다.”“가끔 여기에 옵니다만, 이런 아이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신부는 놀랐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저 쪽 방에도 심장에 질환이 있고, 다지증, 즉 육손이라는, 손가락이 6개가 달린 것 외에 또 구개파열이 된 아이가 있습니다. 증후군이니까, 기형이 여러 가지로 겹쳐 생기는 것입니다.”“예수님 같은 아이인데요. 이 세상의 괴로움을 다른 사람 것까지 혼자 도맡아 가지고 왔으니.”신부는 말하면서 손발을 귀엽게 놀리며 보이지 않은 눈으로 인생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참담한 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교육 | 한지윤 | 2019-05-15 09:03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75> 몽고증이란 트리소미형의 상염색체 이상의 1종으로 1866년 다운이란 사람이 정신박약아의 얼굴 모양이 몽고인을 닮았다고 해서 몽고증이라고 불렀다. 정식으로는 다운증후군이라고 하는 것이다.몽고증이란, 이 병의 아이들은 눈과 눈 사이가 비정상적인 간격으로 떨어져 있고 눈 꼬리가 덜 찢어진 형태를 하고 있다. 아래 입은 벌리고 혀를 내밀고 있다. 손바닥의 크기도 작고 한 개의 손금이 가로 질러져 있다. 무엇보다도 확실한 특징으로는 신장, 체중이 모두 발육부진이 되고 지능지수도 50이하인 수가 많으나 성격이 명랑한 점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그 때였다. 부원장이 왔다고 해서인지 젊은 담당 의사가 왔다. 한 박사는 고경철 의사라고 소개를 받았다.“다운증후군이라는 것은 잘은 모르지만 지능이 떨어진다지요?”마 교육 | 한지윤 | 2019-05-08 09:03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74>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비가 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길이 비교적 한산해서 예정대로 차를 곧장 몰수가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차는 녹음으로 덮혀 있는 소아병원의 정문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신부님, 부탁이 있습니다. 난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인데 종교적인 의식에 참석한다는 것이 쑥스러워서…… 끝날 때 까지 여기서 기다렸으면 싶습니다. 그 후에 견학을 시켜주십시오.”“좋습니다. 편할 대로 하십시오. 세례식은 10분이면 충분합니다.”한 박사는 마테오 신부가 세례식을 하는 동안에 가지고 온 문고판 책이라도 읽을까 하다가 머리에 들어갈 것 같지도 않아서 그만 두었다.병원에 와서 의사의 진찰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가 된 기분으로 대기실에 출입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토요일의 면회시간이라서 교육 | 한지윤 | 2019-05-01 09:06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73> 심리적인 요소가 가미된 일시적인 폐뇨증에 물소리를 들려줌으로써 해결하는 방법이었다.한 박사는 그 날의 보고를 수석간호사에게서 받고 있었다.“저는 아줌마에게 ‘축하해요.’라고 말해 버리고 웃었어요. 수석 간호사도요.”영은이는 재미있었다는 듯이 재잘거리면서 따라왔다.“선생님 전 말예요. 지금 와서 자기에게 주어진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지금까진 그렇게 관심도 없었는데 말예요.”“그래. 걸을 수 있다는 것, 볼 수 있다는 것, 들을 수 있다는 것, 말할 수 있다는 것, 먹을 수 있다는 것, 정상적인 배설을 할 수 있다는 것 등등……”“선생님 전 말예요. 민선이 아줌마 이야기를 할 생각이 아니었어요. 그 보담 선생님께 여쭈어 볼 것이 있는데요.”“뭐지?”“선생님 교육 | 한지윤 | 2019-04-24 09:02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72> “그런 일은 없습니다. 아직 그런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으니까……”“그럼, 안심은 되지만.”“학생은 어때? 학생은 병이 아니니까 무리해서 누워 있지 않아도 돼요.”한 박사는 영은이에 대해서는 표면상으로는 그대로 일단 방임해 두기로 방침을 정하고 있었다.식욕이란 것은 이상한 것이어서 먹어라, 먹어라, 하면 오히려 먹고 싶지 않은 것이다.한 박사 자신도 전쟁 때 그 당시는 아직 어리기는 했지만 식량기근으로 먹는데 대한 비참할 정도의 경험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음식이라면 가리는 것 없이 아무거나 먹어 치우는 식욕을 가지고 있었다. 음식이란 부족하면 부족할수록 먹고 싶은 것이다. 많은 음식을 눈앞에 늘어놓고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식욕을 죽이는 것은 없다. 밥을 잘 안 먹는 아이를 걱정 교육 | 한지윤 | 2019-04-17 09:05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71> “다르다고 생각돼요. 저는요. 그이가 이 번 일을 알고 있구나 싶어요. 그래서 끝말에 ‘고마워’라고 한 것 같아요.”“무책임한 짓이 아닐까?”“하지만 저 혼자의 결심으로 말하지 않은 것이잖아요. 지금 제 자신이 결심이 굳어져 있어요. 일평생 그이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겠다고 말예요. 그런 비밀을 갖고 살아가는 것도 재미있잖아요. 선생님, 어쩌면 바보 같죠?”“왜 바보야? 좋다, 싫다는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으니까 즐거운 일이지. 그건 그렇고 선영이 집에 한 번 가보고 싶은데, 괜찮아요?”한 박사가 이런 말을 한 것은 중절실패 문제에 대해 뒤에 이러쿵저러쿵 하는 문제가 생기지 않게 단단히 매듭을 짓고 싶어서였다. 선영이가 이 일로 이해하고 임신을 계속해서 아이를 낳는다면 문제는 간단할 것이라고 생 교육 | 한지윤 | 2019-04-10 09:08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70> “방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아요.”전화를 끊고 한 박사는 영은이 엄마의 목소리로 보아 딸과의 사이가 이 이상 견딜 수 없다는 태도라고 느꼈다. 그런 심리의 뿌리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이 세상에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 서로 싸우는 일이 너무도 많다. 부모, 자식 사이만 끊는다면 다 의좋게 살아갈 사람들이라도, 한 지붕 밑에서 부모와 자식으로서 산다는 당연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것만으로 서로 미워하고 심지어는 생명까지도 걸고 상대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일시적이거나 영구적이거나 불구하고 부모와 자식이라는 윤리만 없어진다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들이 많다. 어느 쪽인지 상대를 거부하여 심하면 죽이고 자살도 하고 병이 되고 하는 것보다는 집을 나가는 것이 훨씬 좋을지 모른다.이런 가출보다 더 쉬운 방 교육 | 한지윤 | 2019-04-03 09:01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69> “누님이 가신 후 그 길로 혼자 산책을 했었지요. 돌아올 때 항도의 성당에 들려 마테오 신부에게서 맥주대접을 받고 지금 돌아오는 길입니다.”“어머, 그것 참 잘했군요.”“돌아가신 주인께서 기증했다는 ‘나자렛 예수’의 그림도 보고 왔지요.”“예술적이 아니었죠?”“예수의 손이 더러워져 있다고 서로 이야기 했지만 이 문제는 언젠가 다시 이야기합시다, 지금 잠깐 생각이 나서 의논하려고 전화 드린 건데, 언젠가 양자를 키우고 있다는 토마스 씨란 사람 이야기 한 적이 있죠?”“그래, 있지.”“그분, 누님과 직접 잘 아는 사이인가요?”“아는 분이예요. 왜 그러지?”“그 때는 농담 삼아 말했지만 양자 한 명 데려 가지 않을까 해서……”“그 여자 벌써 아기 낳았어요?”“아뇨, 아직 지금부 교육 | 한지윤 | 2019-03-27 09:10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68> “그 아이 어머니가 가서 이것저것 물어보았더니 상대는 최근 그 시설에 수용되어 온 사람으로 이 남자는 구개파열로 발음도 똑똑치 못하고 또 상당히 중증의 간질병 환자라고 하지 않겠습니까”.“벌써 8개월에 접어들었다고 듣고 있습니다.”“중절은 할 수가 없겠는데요.”“그렇다고 듣고 있습니다만, 큰일입니다. 몸이 성하지 못해 무척 애먹고 있지요. ‘이 아이가 살아 있는 한은 죽을래야 죽을 수가 없다’고 제 누이는 늘 말하고 있습니다. 나는 누이가 늘 그렇게 생각하고 염려하고 있다면 그 아이는 오래 살 수가 있다고 위로의 말은 했지만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앞날까지 생각하면 나로서도 할 말이 없는 상황입니다.”“너무 염려할 것 없습니다.”한 박사는 무책임한 말을 했다.“우선 해산을 시켜야 할 것 교육 | 한지윤 | 2019-03-20 09:05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67> 미술적 가치는 잘 알 수 없으나 구도나 그린 필치가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다.“나는 이 그림을 설교의 자료로 곧잘 쓰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서른이 넘을 때까지 부모를 도와서 나자렛에서 평범한 목수생활을 하면서 지내셨습니다. 그 매일의 생활을 조금도 소홀히 하지도 않았거니와, 부탁을 받은 일은 무엇이든지 수선해 주었고, 작은 것 이라도 만들어서 생활을 해 왔습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큰일을 할 자격이없다는 것이지요.““그렇군요. 그것도 중요한 일이겠죠.”“작은 일이란 큰일에 연결되는 것이지요. 큰일이란 작은 일로써 지탱되는 것이고. 간단한 일이지만 철칙 같은 것입니다.”“이 그림에서 예수의 손은 더럽혀져 있군요. 목수 일보다는 농사일이라도 한 것처럼 말입니다. 교육 | 한지윤 | 2019-03-13 09:03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66> 수술 때 착상이 없는, 즉 태아가 들어있지 않은 방을 긁었을 경우에도 임신 때와 같은 내용물이 나와요. 엄밀히 말한다면 틀리는 내용물이지만…… 5주나 6주 정도면 내용물도 적고 해서 좀처럼 구별이 안 되지요. 그래서 그 반쪽에 있는 태아는 무사하게 남게 되는 수가 있습니다.”“재미있는 이야긴데요. 그 결과는 어떻든 선생의 공적이 아니겠습니까? 선생은 생명을 하나 건진 것이지요.”“우울한 이야긴데요. 신부님. 그렇게 해서 생명을 건졌다는 것은 말입니다. 그럴 때 뭐라 하죠. 신부님 류로 말한다면 나도 신의 심부름꾼인데. 그것도 아주 더럽혀진 심부름꾼이지요.”“더럽혀졌다고 할 것은 없어요. 인간의 선악은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과 그 결과가 명백하게 나타날 때까지는 결코 단순한 것은 아니니까……”그 교육 | 한지윤 | 2019-03-06 09:06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65> 너는 중절에 실패해서 결국 이 세상에 태어난 아이라고 들려주었다고 해도 그 아이는 결코 충격을 받을 리가 없을 것이라고 선영이는 믿고 있었다.이렇게 되면 자연 한 박사는 거기에 가담한 의사가 될 것이다.한 30년 후쯤에 칠십 세가 넘은 한 박사에게 서른 정도 된 남자나 여자가 ‘내가 오늘 존재하는 것은 선생님의’ 수술의 실패’ 덕택이라고 어머니로부터 듣고 있습니다.’라고 감사를 할런지도 모른다.그런 것을 겁내는 것은 아니었지만 단지 한 박사는 자기가 한 수술이 실패한 원인이 마음에 걸리고 있었다.한 박사는 술의 힘을 빌려서라도 박선영의 일을 잊어버리고 싶었다.“이 성당의 건물은 오래 된 것 같지는 않은데 지은 지가 얼마 안 되나 보죠?”“그래도 벌써 13, 4년은 됩니다. 박 여사의 주 교육 | 한지윤 | 2019-02-27 09:10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64> 10분가량 걸었을까, 저 쪽에서 빈 택시 한 대가 왔다. 한 박사는 손을 들어 차를 세웠다.“항도의 가톨릭 성당 알아요?”하고 운전석을 들여다보면서 물었다. 모른다고 하면 그만 둘 셈으로, 그러나 중년의 운전기사는“예, 압니다.”라고 하면서 문을 열어 주었다. 한 박사는 차에 올라탔다.마테오 신부는 생각지도 않았던 한 박사가 뜻밖에 나타난 것을 보고 신도가 한 사람 늘었는데 라고 여길지 모른다고 한 박사는 생각하면서 속으로 웃었다. 그러나 한 박사는 어떤 일이 있어도 신자가 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단지 박 여사와 신부의 사이를 생각하거나 신부의 됨됨이가 마음에 든다는 것뿐이다.항도 성당은 국도에서 조금 옆길로 빠진 언덕위에 서 있었다. 오래 되지는 않은 듯한 건물이었다. 앞들은 석양 교육 | 한지윤 | 2019-02-20 09:09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63> “이 곳은 미용실이 잘 되는 곳인가요?”“어업관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어딘가 사치하잖아요. 어머니가 살림을 해 주고 조수 한 사람 두고 둘이서 일하고 있어요.”약혼자가 죽은 뒤, 반 미망인 비슷한 기분으로 살고 있던 그녀가 서울의 회사원과 알게 된 것은 작년 12월이었다. 어느 일요일 저녁 때 그녀가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을 때였다. 집 앞에 세운 자동차에서 내린 30대의 남자가 자동차 팬벨트가 끊어져, 정비공장들이 휴일이라서 이 근방에 개인이 하는 조그마한 정비공장이 없는가 그녀에게 말을 걸어 왔다. 그런 공장이라면 팬벨트 정도는 휴일이라도 수리해 줄 곳이 있다고 그녀는 말해 주었다.선영은 가게에서 500미터쯤 되는 거리에 있는 정비공장을 알고 있었다. 정비공장 주인의 아내가 선영이 미장원의 단 교육 | 한지윤 | 2019-02-06 09:06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62> “그 후 어땠어요? 댁은 그 후에 진찰 받으러 오지 않았죠. 나는 대개 1주일쯤 뒤에 한 번 더 오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런 말 하지 않았던가요?”“아뇨. 선생님, 했어요. 그래도 전 가지 않았습니다.”“왜죠?”“입덧이 심해서 선생님께 갔거든요.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기 아빠에게도 그렇게 말할 용기도 없고 해서, 나 혼자 처리할까 해서 선생님께 간 거예요. 그래도 입덧은 낫지 않았어요. 기운도 없었고요.”“그건 이상한데. 입덧이란 조기의 임신중독증이니까 태반이 없어지면 그 날부터 없어지는 건데……?”이것도 위암인가 한 박사는 생각했으나 이 여자의 건강한 얼굴로 보아 그런 병은 아니라고 판단했다.“선생님, 전 말예요. 선생님께 시비하려는 것이 아니고요, 그 때 아기가 중절이 안 된 것 같 교육 | 한지윤 | 2019-01-30 09:07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61> “양우석 씨 댁에도 경사 났다고 야단이래. 양우석 씨만 해도 그래요. 그 나이에 아기가 생겼다고 그 집안이 발칵 뒤집혀질 정도래. 지난주인지 금주인지, 집안이 전부모여 잔치를 했대. 굉장히 좋아들 하고 있어.”“그야 물론 좋은 일이겠죠.”한 박사는 웃음기를 띠면서 마음속으로는 다른 일 하나를 생각하고 있었다.한 열흘 전 일이었다. 기혼녀라고 하면서 병원에 20대의 젊은 여자가 찾아왔다. 생리도 없고 입덧 같은 증상이 있어 임신이라고 생각되었으나 계속해서 기분도 좋지 않고 해서 한 달가량은 진찰을 받을 생각도 않고 있다가 이제 왔다는 것이다. 환자는 퍽 여위어 있었다.“통 못 먹어요?”“먹으면 토해서요.”한 박사는 거의 예상은 하고 있었으나 임신반응을 보았더니 역시 마이너스였다. 이 환자 교육 | 한지윤 | 2019-01-23 09:05 처음처음이전이전12345678910다음다음다음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