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비빕밥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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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비빕밥 사랑
  • 임호빈 충남유아교육진흥원장
  • 승인 2012.04.1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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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오늘 점심 돌솥으로 했어요” 피식 웃음이 나온다 . 내가 비빕밥을 제일 좋아하는 것을 아는 직원이 오늘의 점심 메뉴로 정한 것이다. 돌솥 비빕밥은 참 맛있다. 생각만 해도 침이 꿀꺽 넘어간다. 나의 돌솥 사랑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학교에서 집이 가까워 점심때가 되면 쪼르르 집으로 달려가 밥을 먹었다. 엄마는 마당에 연탄불을 피워놓고 밥에 나물, 김치, 고추장을 넣고 비벼 주셨다. 얼마나 맛있던지 냄비 밑바닥에 붙어있는 누룽지까지 박박 긁어 먹어 치우곤 했다. 밥을 먹으며 나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조잘대며 엄마에게 일러바치곤 했다. 엄마는 웃으면서 때로는 잘 했다고 칭찬도 해 주셨고 때로는 친구들과 싸우면 안 된다고도 하셨다. 엄마는 방학 때만 되면 나와 동생들을 데리고 할머니 댁에 가곤 하셨다.

우리는 시골에 있는 할머니 댁에 가서 잠자리도 잡고 메뚜기도 잡고 시냇가에 가서 고기도 잡으면서 실컷 뛰어 놀다가 개학이 가까워오면 집으로 왔다. 비빔밥을 좋아해서 일까 아님 엄마의 밥상머리 교육 덕분일까. 난 항상 밝고 쾌활했다. 성격도 비빔밥처럼 두루 뭉실하여 친구들과도 잘 어울려 지냈다. 가끔 엄마 생각이 난다.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우리를 지켜보시겠지. 엄마의 말없는 사랑이 느껴진다. “원장님은 꼭 어린애 같애요” 가끔 지인들로부터 이런 소리를 듣는다. 말하는 것도 하는 짓도 어린애 같단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들과 함께한 교직생활이 40년에 엄마의 순수함을 닮아서일 것이다.

며칠 전 시집간 딸이 왔다. “어휴 말마 엄마, 애들이 말도 안 듣고 제멋대로만 하려고 그래” 초등6학년, 3학년, 네 살배기까지 애들 셋 키우느라 늙어 버렸다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가장 어려운 농사가 자식 농사라고 하지 않던가. 요즈음은 부모와 자식 간에 진정한 대화가 쉽지 않다고 한다. 아이는 아이대로 방과 후 활동 하랴 학원 가랴 전전하다 녹초가 되어 귀가하여 숙제하랴 준비물 챙기랴 그리고 잠자기 바쁘다. 앞서가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 최고의 아이로 만들기 위해, 1등 아이로 만들기 위해 안간 힘을 쏟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는 초등 1학년생에게 2학년 공부를, 6학년에게는 중1과정 공부를 선행학습이란 이름으로 미리 배우고 있단다. 바른 품성을 지닌 아이로 키우기 보다는 오로지 성적 좋은 아이로만 만들고 있으니 아이들의 가슴은 메마르고 황폐해지고 있다. 오로지 나만, 오로지 우리 아이만 생각하는 사회 현실 앞에서 왕따와 학교 폭력은 멈추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 아이들을 제자리로 돌려놓자. 아이들이 제 속도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아이들의 자생력을 믿고 참견을 덜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싶다.

생명력이 넘쳐나는 오월이다. 가정의 달에 어린이날도 있고 어버이날도 있는 푸르른 오월이다. 바쁜 일상을 잠시 뒤로하고 아이들과 손잡고 기차 여행을 하면 어떨까. 아름답게 펼쳐지는 창밖을 보며 정담을 나누며 가족의 존재도 확인하고, 그동안 감춰뒀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다 보면 아이들은 사랑받고 있다는 뿌듯함에 어떤 공부보다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런 날의 점심으로는 필히 비빔밥이 어울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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