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밭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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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밭 정리
  • 부석만(농비어천가 출연진 중 맏형)
  • 승인 2011.05.1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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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비어천가 좌충우돌 네 남자의 귀농일기

밤새 내린 비로 잠을 설친 다음날 아침.
우리 4형제는 고추밭 비닐 터널이 걱정이 되서 아침도 거른 채 고추밭으로 달려갔다.
지난 밤 폭우로 고추밭 비닐은 온데간데없이 벗겨져 바람에 날아다니고 위태롭게 여기저기 놓여있는 고추밭을 보면서 뭐라 할 말을 잃었다. 우리의 첫 수확물이 될 작물이었기에 땀 흘려 키워왔던 고추밭이 하루아침에 쑥대밭이 되어 버린 것이다.

우리 형제들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복구 작업을 시작했다.
먼저, 부러진 대나무 활대를 뽑아내고 비닐을 모두 제거했다.
상한 고추를 뽑아버렸다. 다행히 고추 모종을 여유 있게 심었기에 다시 심을 수 있었다.

창석이는 저수지어머님네서 빌려온 경운기에 물을 떠와서 다시 두둑에 물을 주고, 성진이는 고추모종을 하나씩 빈자리에 심고, 경수와 나는 복토삽으로 흙을 덮으며 네 형제가 맡은 일을 성실히 하니 어느덧 고추밭정리와 고추심기가 끝났다.

중간에 고추모종이 죽은 거다, 아니다 옥신각신도 하고, 물주는 호스가 구멍이 나서 시원하게 물벼락도 맞았지만 심란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농사를 처음 짓는 우리 형제들은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다. 조금은 더 자연과 친하게 살면서 자연이 주는 선물을 그냥 감사히 받기로 했다.
마음을 비우니 비록 고추밭은 망가졌지만 그래도 만족하고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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