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을 통해서 본 우리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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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을 통해서 본 우리 사회
  • 최선경 논설위원
  • 승인 2019.11.14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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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참교육학부모회 독서모임에서 같이 읽었던 ‘82년생 김지영’이 영화로 나와서 함께 봤다. 76년생 서림도 울고, 74년생 한송이도 울고, 70년생 유지영도 울고, 69년생 오흥순, 주은성도 울고, 67년생 조성미도 울었다. 그런데 뒷자리 앉았던 여고생들도 눈이 팅팅 붓게 울었다. 니들은 왜 우니? 니들도 공감하니? 2019년이 되어도 대한민국 여자들 현실은 변한 게 없구나~~ 이런 현실이 더 아프다! (페이스북 친구 한송이)

#2. 87년생 임아연. 딸 셋에 막내로 태어났다. 장남인 아버지가 아들을 낳길 바랐던 할머니에게 우리 엄마는 죄인이 됐다. 아이를 낳고도 축하는커녕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던 병실에서 엄마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다. 덕분에 난 어린시절 숏커트 머리에 가죽잠바 같은 걸 입고 남자아이처럼 자랐다. ‘82년생 김지영’은 평범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호소한다. 아니 절규한다. 도대체 이 책과 영화가 뭐가 그리 불편한지 개봉하자마자 일부 사람들에게 평점 테러를 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남성과 여성을 대립적인 관점에서 보고 있지 않다. 그냥 여성들의 삶의 단면을 현실적으로 보여줄 뿐. 남자와 여자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너나 나나 똑같이 살고 싶다고 말할 뿐이다. 여성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페이스북 친구 임아연)

#3. 오랜만에 영화관 나들이를 했다. 딸아이가 아빠 생일이라고 예매를 해서 다 함께 본 영화는 ‘82년생 김지영’이다. 영화가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어느새 나도 울고 있었다. 나 또한 많은 김지영 중의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두고 SNS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오간다. 댓글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전하기도 하고, 때로는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이 영화를 단순히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로 국한시키지 말았으면 한다. ‘김지영’을 사회적 약자로 투영해 여러 사회적 약자들 중 그저 여성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조금 편하지 않을까? 여성들이 살아가기에 여전히 불편하고 고되고 불평등한 우리 사회의 이야기이며, 그리고 그런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영화라고 평가했으면 한다.

사실, 영화를 보고 나서 지역에서 정치를 한다는 여성으로서 어떻게 하면 구조적 모순을 바꿔낼 수 있을지 책임감으로 마음이 무거웠다. 이것이 단지 영화이기만 할까?’ 복잡한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법과 제도로서 도와줄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저 공감하고 아파하는 것으로 끝낼 수는 없지 않겠는가? 최소한 우리 딸들에게는 ‘엄마처럼 살지 말라’고 당당하게 말해 줄 수 있는 성숙한 사회적 여건은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여전히 국민의 대표이자 시민의 대표로서 여성들의 정치적 지위는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인구의 절반, 국민의 절반, 시민의 절반이 여성이지만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힘이 있는 자리, 권력의 핵심에는 여성이 없다. 국민의 절반을 구성하는 여성들의 주권을 위임받은 국민의 대표기관들조차도 모두 남성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형편이다. 국회 83%, 광역자치단체장은 100%, 기초자치단체장은 96%, 광역의회 80.6%, 기초의회 69.2%를 남성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게 그 근거이다.

저출산 문제로 갖가지 정책을 세우고 막대한 예산을 퍼붓고 있지만 효과는 미비한 실정이다.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위급 결정권자들, 특히 힘 있고 권력이 있는 남성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한다. 그리고 누나로, 연인으로, 아내로, 엄마로 두었을 자신 곁의 수많은 ‘김지영’들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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