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색깔로 표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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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색깔로 표현하기
  • 이윤정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지원팀>
  • 승인 2020.07.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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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라는 것을 색깔로 구분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사람마다 색깔에 대한 감정이 다를 것 같고 또한 같은 사람이라도 때에 따라 환경에 대한 느낌도 사람에 대한 느낌도 또 색깔에 대한 느낌도 다를 것 같다. 미술치료를 전공한 심리상담사로서 상담 현장에서 가장 많이 쓰는 도구가 HTP그림검사와 색깔심리이다.

내가 아는 친구는 빨간색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신발이나 가방 장식품도 가구도 붉은 색을 선호한다. 그리고 우리민족도 요즘 빨간색이 대세다. 월드컵 경기에 이어 촛불집회에서도 다양한 붉은 색을 접하게 된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빨간색은 왠지 불안함이다.

10년 전, 붉은색 코트를 샀다가 그 붉은 코트가 장롱 속에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맘이 불편해서 며칠 만에 반품한 적이 있고, 동생이 준 예쁜 다홍빛 코트를 직장동료에게 줬던 기억이 난다. 가끔씩 패션과 소품으로 구입하지만 늘 며칠 안가서 싫증이 나고 눈에 안보여야 마음이 편안함을 느꼈다.

인간에게 있는 여러가지 감정이 있지만 그 중에서 분노, 우울, 짜증, 기쁨이 있다면 분노는 파랑, 우울은 검정, 짜증은 빨강, 기쁨은 노랑이라고 표현하고 싶었다. 파랑은 핏기 없는 놀란 얼굴 같다고 생각했다. 저승사자도 파란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파랑은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함이라고 생각했다. 분노 즉, 화남은 사랑이 식어버린 감정이라고 보았다. 

우울은 검정이었다. 우울증에 시달린 적이 있는데 세상이 온통 무색으로 보였다. 하늘이 파랗지 않고 회색으로 보이고 바다도 검게 보이고 공기가 황사 낀 것처럼 텁텁하게 느껴져서 견디기가 어려웠다. 세상이 무색이라니 참 마음이 무거워진다. 다시는 그런 세상 속에 빠지고 싶지 않다.

기쁨은 단연 봄과 같은 희망과 꿈이다. 봄은 뭐니 해도 개나리 노란색이다. 짜증은 빨간색을 선택했다. 모든 색깔은 다 필요하다. 모두 다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언제나 빨강이었다. 

모든 문제는 순간적인 것이 많고 곧 감정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빨강이 그 붉음이 한 사람의 평생 힘들게 했을까? 오래 삶의 터널을 지나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이제는 빨간색을 싫어하지 않게 됐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같은 맥락에서 호랑이 무늬로 이루어진 담요이야기를 해보고자한다. 호랑이 얼굴도 없는 줄무늬 이불이 선물로 집안 소파에 놓여있을 때 깜짝 놀라 그대로 한동안 서있었다. 마치 호랑이가 집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몸이 작아지고 상대가 기운을 누르는 것 같은 위축감이 들었다. 왜일까?

그동안 내담자를 대상으로 심리치료를 하면서 함께 치료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당당하게 위협에 맞서는 힘과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에너지를 다룬다. 사람의 사건 해석은 개인적인 사건으로 인한 주관적 해석이 바탕이 된다. 

신은 세상에 다양한 색깔을 입혀 놓았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 함께 조화를 이룬다. 빨강은 짜증을 표현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생명과 활력의 상징이다. 우리나라 대한민국 국기를 장식하고 태극인의 힘을 모아주기도 한다.

한 인간이 힘을 잃고 방황 할 때 모든 것은 어두움의 색으로 드리워진다. 하지만 어두움은 내면에서 나온 것이지 밖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밝음의 빛 속으로 나아갈 수 있다. 심리치료와 함께 개인에게 드리워진 불편한 색을 극복하기를 권해본다.

 

이윤정<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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