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과 지역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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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과 지역대학
  • 김상구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1.03.0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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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來不似春’, 이 말은 요즘 지역대학에 해당하는 말일 것이다. 대학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지역대학들이 정원을 다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입학정원보다 고등학교 졸업자 수가 적다보니 대학총장을 비롯한 교수들이 홍보에 나서는가 하면, 학생들에게 노트북, 아이팟과 같은 선물을 제공하겠다는 선심성 제안을 내놓았다. 수시 지원자가 등록할 경우 1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고육지책을 펼쳤지만 미달사태를 면하지 못했다. 저 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으로 이러한 정원미달 현상은 점점 확대 지속될 것이고, 2021년 출생자는 27만 2400명이니 대학의 상당수는 문을 닫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참고로, 인구가 가장 많았던 1969년생은 100만 명이 넘게 태어났다. 저 출산의 문제는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국가 정책 제일의 ‘어젠다(agenda)’로 다루고 있지만 인구는 점점 감소해 왔다. 국가정책, 국가운영의 실패라 할 수 있다.

인구분포 표를 볼 때, 대학들이 입학정원을 줄이지 않을 경우 심각한 미달사태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그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맞아야 시장이 안정화 되듯, 대학 입학정원이 줄어들어야 이런 미달현상을 근본적으로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이 그 지역에 끼치는 영향은 단순한 수요와 공급의 문제를 넘어서는 문제이어서 폭 넓은 접근이 필요하다. 대학은 교육을 하는 곳이지만 그 지역의 경제, 문화, 사회 등에 연결되어 있어 대학이 문을 닫을 경우 지역에 심각한 타격을 끼친다. 일본과 국내 몇몇 지역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학이 폐교했을 때 그 지역 공동체는 을씨년스러움을 넘어 경제적, 정신적 황폐함을 가져온다. 

홍성지역만 하더라도 청운대학교와 혜전대학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두 대학의 교수들이 군청과 지역단체의 각종 위원회에 참여해 문화발전과 지역공동체의 의식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대학과 지자체는 지역의 축제나 지역의 현안 문제를 놓고 토론하며 관학협력을 맺어왔다. 대학이 없는 곳과 있는 곳의 지역민도, 문화발전에는 차이가 많다. 만일 두 대학의 신입생이 줄어들어 두 대학이 사라진다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부정적으로 예측해 보는 것은 청운대학교와 혜전대학교의 신입생 모집이 올해뿐만아니라 차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정원미달 사태는 대학 평가에 영향을 주어 부실대학이라는 멍에를 쓰게 될 것이고, 그것은 다음년도 학생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연결될 것이다. 두 대학뿐 아니라 다른 대학들도 학생감소가 예견된 일이라 정원미달사태에 대처해 왔지만, 인구절벽 앞에 대책은 무기력할 뿐이었다. 금년 들어 충청지역까지 많은 대학들이 미달사태를 피하지 못한 것은, 지역을 고려한 국가차원의 대학정원 축소 정책이 화급한 일임을 말해준다. 그러나 교육부는 대학평가를 핑계 삼아 뒷짐을 지고 있다. 결과는 지역대학들이 대학정원을 대폭 줄이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지역대학에 불리하지 않게 평가방법을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학령인구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에 지역대학들은 신입생 정원을 줄이고, 기존의 대학 패러다임을 새롭게 전환하지 않고서는 미달사태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기존의 대학 교육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진리를 탐구하는 상아탑의 이미지보다는 대학을 졸업하면 먹고 살 수 있는 내용으로 교육과정과 체제를 바꿔야 한다.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고 재교육할 수 있는 평생교육시스템으로의 전환이다. 이것은 지역단체에서 모집하는 취미수준의 평생교육이 아니라, 급변하는 사회변화에 적응하고 취업과 연결될 수 있는 재교육, 평생교육시스템이다.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기에 대학 때 배운 지식만으로 직장을 오래 유지할 수 없다. 변화된 환경에 적합한 인재를 길러내는 일을 지역대학이 맡아야 한다. 재교육, 평생교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에 산업시설이 뒷받침되고 필요한 산학협력이 있어야한다. 그러나 홍성인근에 많은 기업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산학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평생교육이 원활하지 못한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대학의 폐교를 막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대학이 관·산·학 협력의 방안을 새롭게 창출해 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대학은 머리를 맞대고 지역발전을 위한 어젠다를 상정하고 끊임없는 토론을 통해 대학과 지역상생의 모델을 찾아내는 일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지역대학도 스스로 강도 높은 변신을 지금 해야 한다. 찰스 다윈은 “끝까지 살아남는 종은 강한 종도 아니고 우수한 종도 아니며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종‘이라고 말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원리다. 어떻게 해야 생존할 수 있을지 구체적 방안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이미 지역대학이 변화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늦었다고 느꼈을 때가 적기(適期)인지 모른다.

 

김상구 <청운대학교 영미문화학과 교수·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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