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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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 변승기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1.03.1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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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그 설렘! 입학을 축하합니다. 어느 초등학교에 붙어 있는 현수막 문구다. 1학년 신입생들은 설렘으로 잠을 설치고 입학식에 왔을 것 같다. 가족들도 자녀가 처음으로 낯선 곳에서 낯선 친구들을 만나는 날이라 기대감이 충만할 것 같다.

사람의 삶은 학업, 결혼, 직업, 유학, 군대, 종교, 탄생 등 다양한 이유로 새로운 환경에 놓인다. 환경 중 필연적인 요소는 만남이다. 설렘과 기쁨, 즐거움과 행복도 있지만 불편함과 어려움이 공존한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고, 의사소통 방법의 다른 점으로 난처해지기도 한다. 나와 다른 삶의 모습을 갖고 있고, 내 가족 안에서 경험하지 못한 다른 모습의 사람들을 만나는 등 적응에 필요한 요소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만남은 스트레스가 생기는 상황이고 처음 겪는 아동일수록 만남으로 인한 스트레스 수치가 높아진다. 아이는 누군가 필요한 시기며 하소연할 대상도 필요하다. 기쁘고 슬픈 혹은 복잡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고, 마음에 담고 있는 말을 밖으로 꺼내야 한다. 그렇지만 아동은 아직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언어로 충분히 표현하기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표현하기 어렵지만 어색함을 갖고 만남을 시작한다. 

관찰, 성찰, 통찰의 삼찰(三察)이 움직일 때다. 우선 아이를 잘 관찰하자. 얼굴표정과 평상시의 행동과 다른 점, 새롭게 하는 행동 등을 살펴봐야 한다. 간혹 눈을 깜박이는 등 일시적인 틱도 보일 수 있다. 이미 소변을 가리는 때가 지났음에도 야뇨증상을 보일 수도 있지만 아이는 적응을 위한 첫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보호자가 과민하게 반응하거나 걱정보다는 자연스러운 적응 현상이라는 성찰이 필요하다. 이제는 보호자가 아이를 위해 무엇을 도와줄 수 있고 도와줘야 되는 가를 고민할 시기다. 느긋하게 생각해 보자. 내가 아이라면 지금 무엇을 원할까? 현재 상태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어떻게 해소하고 있을까?

마음의 안정을 찾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다. 접촉이 아동에게 가장 효과적이다. 언어적인 위로보다 그냥 말없이 아이를 안아주면 된다. 잠잘 때도 학기 초 며칠이나 몇 주 동안 아이 옆에 누워 같이 잠을 자면 큰 안정감을 얻는다. 더불어 아이가 하는 말을 들어주면 감정 해소에 도움이 된다. 아이는 비논리적이고 말도 안 되는 말, 자기중심적인 말을 할 수도 있지만 그게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살이 닿고 자기 말을 100% 수용해주는 보호자가 옆에 있으면 아이는 스트레스를 견디고 아침에 다시 힘을 충전하여 만남의 장으로 간다. 문제해결보다는 정서적 지지와 접촉이 효과적이라는 통찰을 해야 한다.

설마 신입생에게 벌써 공부와 성적에 대해 말하는 보호자는 없을 것이라 믿는다. 더불어 아이에게 “착하다”라는 표현보다는 그 아이가 보여주는 언행에 대해 구체적으로 칭찬해주는 것이 아이의 습관을 형성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예를 들면 인사를 잘하는 아이에게 “착하다”라는 말 보다는 “너는 인사를 잘 하는구나”라고 하면 된다.

아이가 세상 공부를 시작한다. 보호자도 함께 새로운 공부를 할 시기다. 보호자는 아이를 잘 관찰하고 자기를 성찰해야 한다. 어릴 때의 누적된 경험이 가치관으로 형성돼 성인이 됐을 때  삶의 기준으로 나타나는 것을 통찰해야 한다. 어른들은 알고 있다. 성장한 후에 사람이 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三察을 잘 활용해 내 앞에 있는 아이에게 긍정적이고 밝은 가치관을 함께 만들어 보자. ‘발달심리’를 읽어보면 내 아이가 달라 보인다. 아하! 이거였구나! 三察을 동시에 만나는 경이로운 순간이다.

 

변승기 <한국K-POP고등학교 교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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