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닌 ‘우리’의 노력으로 일군 원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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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닌 ‘우리’의 노력으로 일군 원천마을”
  • 윤신영 기자
  • 승인 2021.04.10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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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회사법인 ㈜성우 이도헌 대표이사

금융업계 떠나 결성면에서 농업법인 운영 시작
마을발전추진위원회 활동하며 마을 일 앞장 서

 

사람은 살면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 속의 자신을 상상해보곤 한다. 하지만 익숙한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 완전 새로운 삶 속으로 뛰어드는 일은 결코 상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새로운 삶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란 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이가 결성면 원천마을에 있다.

대한민국 금융의 중심인 여의도 한복판에서 기술력을 갖춘 금융·IT 컨설팅 회사를 이끌며 국내 유수의 기업들과 함께 일했었지만, 어느 날 홀연히 금융계를 떠나 이곳 홍성에서 농업회사법인 ㈜성우를 차려 운영 중인 이도헌 대표. 바로 그의 이야기다.

■ 금융업을 떠나 결성면 원천마을로
“원래 금융업계에서 일했어요. 하지만 40대 초반쯤 국제적으로 금융업계에 위기가 찾아왔죠. 그때 금융업에 대한 왠지 모를 회의를 느끼게 됐어요. 생활의 절반 가까이를 해외에서 보내는 것도 싫었고, 컴퓨터와 숫자 안에 제 삶이 갇혀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죠. 그래서 그때 하던 일을 마무리 짓고 사표를 냈습니다.”

이 대표는 당시 치열하게 살아왔던 그때까지의 삶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그는 단순하게도 그 전혀 다른 삶이 ‘농업’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때부터 이 대표는 전문분야에서의 노하우로 ‘금융’이 아닌 ‘농업’을 분석해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원예와 축산, 수산물 양식 사업 등이 자신과 맞는다고 판단했고, 지난 2010년부터 전국을 여행 다니며 실제 현장들을 견학하고 견문을 쌓았다. 결국 그의 종착지는 결성면 원천마을이었다. 그는 그렇게 양돈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부터 양돈사업 운영을 도맡았던 것은 아니었다. 이 대표는 구제역으로 경영난을 겪던 농업법인에 소액출자를 했었고, 전문지식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법인을 운영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않았었다. 그러던 중 2013년 봄, 소액출자를 했던 농업법인이 부실 운영으로 인해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았고, 이 대표도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때 불현듯 이 대표의 머리에 홀연히 떠나온 금융계 지인들이 떠올랐다. 당시 이 대표의 과감한 새로운 선택을 걱정했던 그들에게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것 같았다. 그들에게 부끄러운 내가 되기 싫다는 마음 하나로 이 대표는 용기를 내어 부도 직전의 농업법인 대주주가 돼 경영을 맡게 됐다. 하지만 이 대표의 용기를 비웃듯 그해 11월 또다시 구제역이 발생했다.

■ 위로로 건넨 한마디가 희망으로
“그때는 정말로 위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때 원천마을 이장님이 제게 찾아오셔서 ‘자네 고생이 참 많지?’ 하시며 심심한 위로를 전했어요. 격려차 건넨 그 짧은 말 한마디가 왠지 모르게 저에겐 큰 힘이 됐고, 그때 제 생각을 완전히 바꿔놨어요.”

외지인이 마을로 들어온 것도 모자라 마을주민 모두가 기피할 만한 양돈 농가를 운영하니 탐탁치 않게 보일 수밖에 없었을텐데, 정작 힘들 때 마을이장이 찾아와 오히려 위로를 건네니 그 당시 그 짧은 말 한마디가 이 대표의 마음 깊숙이 사무쳤다. 이 대표는 양돈사업을 이대로 운영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사업만을 위함이 아닌 원천마을과 사업이 함께 잘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만의 삶이 아닌 공동체의 삶을 위한 이 대표의 생각은 생활의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구제역의 위기를 넘기고 난 2014년 이 대표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원천마을에 반딧불이와 희귀종인 황금개구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해 원천마을에서는 마을발전추진위원회를 열었고, 이 대표는 여기서 서기를 맡게 됐다. 마을발전추진위의 노력으로 마을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첫 변화의 시작은 마을과 축산이 상생하는 환경 에너지 자립마을을 미래의 목표로 세운 것이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시작된 ‘원천마을 조롱박 축제’는 지금까지 무려 7년 동안 이어졌다.

“반딧불이와 황금개구리가 원천마을을 생태·상생 마을로 조성하기로 한 계기였어요. 이런 귀한 생물들이 서식할 정도로 좋은 자연환경을 유지하자는 것에서 시작한 겁니다. 회의 때 제가 마을을 위한 의견을 제시하고 설명드리면, 결국은 제 마음을 이해해주시고 모두가 협력해 실행에 옮겨주셨어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것은 원천마을 주민 모두의 힘이었습니다.”

■ 원천마을 주민들의 새로운 도전
지난 2014년 추진위를 통해 세웠던 목표는 거의 마을의 환경적인 부분으로 현재 대부분 개선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 대표를 비롯한 마을주민들은 원천마을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으며, 새로운 도전에도 나서고 있다. 

원천마을 주민 15명이 주축으로 한 마을기업 ‘머내’의 준공식이 지난달 28일 진행된 것이다. 마을을 넘어서 결성면의 옛 부흥이 되살아나길 기대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 원천마을 주민들과 이도헌 대표의 용기를 두 손 모아 박수치며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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