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내 아이의 ‘결성’, 변화는 이제 시작입니다”
상태바
“나와 내 아이의 ‘결성’, 변화는 이제 시작입니다”
  • 윤신영 기자
  • 승인 2021.04.24 08: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동소 결성마을학교 운영위원장
장동소 결성마을학교 운영위원장이 아이들이 목공시간에 만든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결성서 태어나 평생을 보낸 ‘결성 토박이’
마을학교 아이들로부터 지역 분위기 변해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농촌 인구 소멸문제가 최근 전국적인 화두다. 홍성군 역시 인구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결성면은 그중에서도 가장 인구가 적다. 이런 상황 속에서 평생 결성을 지키며 지역을 위한 여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가 있어 그를 만나 봤다. 바로 장동소 결성마을학교 운영위원장이다.

“제가 어릴 적만 해도 결성면에는 사람이 무척 많았습니다. 장날 중심가는 사람들과 부딪쳐서 제대로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였죠.”

결성면의 옛 시절을 말해주는 장 위원장은 결성면 토박이다. 결성면에서 태어났고 면 소재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대학교 역시 홍성의 혜전대학교를 결성 본가에서 통학하며 다녔다. 첫 직장 생활도 운 좋게 결성농협에 입사하게 되면서 지역을 떠나지 않고 계속 지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안정된 직장 생활 속에서도 마음 한 편에 무언가 계속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지역 농협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시절은 무척 바빴어요. 그러던 어느 날 왠지 소를 키우는 분들에게 관심이 갔어요. 순수하고 느긋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특히 아들로 보이는 아이와 함께 배드민턴을 치며 행복해하던 한 농장주인의 여유로운 모습이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마음 깊숙이 파고들었어요. 그래서 언젠가 나도 소를 키우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죠.”

농장에 대한 생각만 가지던 장 위원장은 아들을 갖게 되면서 정말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과감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농장을 시작한 것이다. 농장 이름은 아들의 이름을 따서 ‘영훈 농장’이라고 지었다. 아들의 탄생으로 그는 자신의 꿈을 실천하며 삶을 변화시켰고 이와 함께 그와 아들의 터전인 결성에 대한 생각도 깊어졌다. 우리 아들이 살아갈 결성이라는 생각 변화는 지역 사랑 실천으로 나타났다. 아들로 인해 그는 직업을 바꾸고, 결성에 대한 애정을 실천으로 옮기게 됐다.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면 소재 학교들이 하나둘씩 폐교되는 것에 장 위원장은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도 당시 주민들이 화도 내지 않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는 그는 아들 ‘영훈이’가 이러한 결성을 보며 자라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농장일을 하며 시간을 쪼개 주민 단체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에는 결성면자율방범대장을 맡으면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됐고 그는 이를 자산으로 더 다양한 지역 활동에 매진했다. 장 위원장은 현재 결성마을학교 운영위원장, 결성면 주민자치회 사무국장 등의 일을 하고 있다.
 

결성마을학교 목공 작품 등.

많은 활동 중에서도 장 위원장이 현재 공을 들이는 활동은 결성마을학교이다. 결성마을학교는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갈 시기에 시작했다. 당시 결성면복지회관의 설비가 잘 구비돼 있었는데 마침 군에서 마을학교 사업제안이 왔다. 복지회관이 있어 학교를 운영할 시설은 충분했는데 문제는 프로그램과 학생들을 가르칠 선생님을 구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문제는 쉽게 해결됐다. 사람을 찾고자하니 생각보다 면내에 인재가 많았던 것이다. 그 중 15명을 가려 마을 학교를 꾸렸다. 이후 교사, 학부모, 주민, 마을학교 교사들로 교육공동체를 만들어 교육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를 해오고 있다.

마을학교 첫 해에는 돼지, 이야기책, 결성 농요 관련 수업을 했다. 수업은 돼지 농가 경영인, 작가 등의 각 분야 전문가가 가르쳤다. 장 위원장은 “애초에 기대한 것보다 수업의 질이 좋아 실제 학교에서도 관심을 가진다”며 자랑스러워했다. 현재는 4년째이며 프로그램이 더 늘어 결성 역사, 드론, 농요, 돼지(곤충), 목공 등에 대해서 가르친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어요. 학교가 끝나면 심심했는데 친구들과 재미있는 수업을 듣는 것 자체가 좋았던 거죠. 아이들의 활기찬 분위기에 가르치는 사람들도 너무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기분 좋은 분위기가 지역 내에 조금씩 퍼져 나갔습니다.”

장 위원장은 마을학교의 성공과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청년마을학교 공모 사업도 추진 중이다. 청년마을학교는 지식 전달이 목표가 아니라 젊은 층이 지역에 대해 알고 면내 문제점을 찾아내 서로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내’가 살고 있고 ‘내 아이’가 살아갈 결성을 이대로 둘 수 없다”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장 위원장의 활동으로 지역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장동소 결성면마을학교 위원장은 혼자 뭔가를 확 바꿔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성마을학교도 학생들에게 필요한 수업을 했을 뿐이고 학교는 지역 주민 모두가 함께 이뤄낸 결과물이다. 그런데 이런 그의 활동들은 자연스레 지역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청년마을학교로는 지역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 모두가 문제를 공유하고 같이 고민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문제 해결의 시작은 문제를 아는 것부터이지 않는가. 결성 지역에 부는 새로운 바람은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