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와 콩나물 기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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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와 콩나물 기르기
  • 변승기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1.05.13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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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유명한 소설가인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미술학교에 다니며 건축공부를 했고, 군대에 입대해 비행기를 수리하는 일을 수행하다 조종사 자격도 취득했다. 제대 후에 민간 항공회사에 취직해 우편 비행을 담당했고 우편 비행을 수행하며 느낀 점을 기반으로 ‘야간 비행’을 집필했다. 

비행을 하다가 사고를 당해 목숨이 위태로운 때도 있었다. 틈틈이 글 쓰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인간의 대지’, ‘어린 왕자’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글뿐만 아니라 삽화도 직접 그려 넣는 등 또 다른 재능을 보여주기도 했다.

생텍쥐페리는 이런 말을 했다. “어린아이에게 배를 만들게 하려면 배 만드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바다에 대한 동경심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면 된다.” 즉, 사람이 감성을 느끼고 흥미를 갖게 되면 스스로 탐구하고 확장해 나간다는 뜻이다. 생각의 차이가 접근법의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람은 타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숨겨진 자신만의 독특함과 고유한 재능을 갖고 태어난다. 이것이 발현되려면 어떤 계기가 필요하고, 생텍쥐페리처럼 다른 일을 하면서 나타날 수도 있다.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하면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면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를 만든 이탈리아의 작곡가 비발디는 카톨릭 신부님이었다.자칫 특정 분야의 전문가나 성공한 사람들은 한 분야를 꾸준히 연구했다는 오해를 할 수 있다. 물론 사람마다 다양성이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각자 타고난 성격과 재능에 따라 전혀 다른 시기에 나타나는 것은 분명하다. 고민할 주제는 그 재능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관점을 갖는 것과 재능이 나타나는 시기를 끈기 있게 기다려주는 것이다.

처음 콩나물을 시루에 기르는 것을 보고 궁금함이 있었다.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는 흙도 없고 그냥 물만 주는 것으로 콩나물이 크는 것이 신기했다. 물은 시루에 남아 있지 않고 바로 빠져 나가지만 그것이 콩나물을 성장시키는 방법이다. 아이를 양육하는 방법도 비슷하다. 같은 말을 수도 없이 많이 한다. 1년이 아니라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하는 12년 동안 할 수도 있다. 아이의 변화가 확실히 나타나지 않는다. 행동 변화도 역시 보이지 않으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것처럼 보인다. 화가 나도 하고 감정적인 흔들림을 경험한다. 럭비공 같은 모습을 보며 걱정이 앞서게 된다. 그러나 보호자, 교사, 주변의 도움을 주는 사람들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것 같지만, 콩나물의 물처럼 아이는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천천히 흡수하고 성장한다. 다만 그것이 나의 눈에 보이지 않고 매일 같이 살다보니 미세한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상상을 해보자. 만약 생텍쥐페리가 콩나물 성장의 원리를 모르고 기른다면 어떻게 기를까? 영양분이 밑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해진다. 물에 잠기도록 콩나물 기르는 용기를 바꿀지 아니면 밑에 흙은 놓고 다른 식물처럼 기를지. 필자는 생텍쥐페리가 콩나물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을 알아보고 맛을 볼 것 같다. 콩나물이 맛있다는 것을 느낀 순간 콩나물 기르는 방법을 스스로 탐구하고 그 찾은 방법의 경이로움에 감탄할 것 같다.

그림을 이해하는 사람이 명화를 감상하면, 그림에 나와 있는 요소를 파악하고 뭔가를 생각하게 되지만,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면, 물감은 그냥 화학물질에 불과하다. 더 이상 생각할 요소가 없다. 생텍쥐페리는 아이에 대해서 많은 이해를 한 것 같다. 다양한 것이 보였을 것이고, 보통 사람과 다른 배 만드는 법을 말했다. 제2의 생텍쥐페리가 돼보자!

 

 변승기 <한국K-POP고등학교 교사·칼럼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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