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지만 함께 고민하고 개척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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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지만 함께 고민하고 개척하는 삶”
  • 윤신영 기자
  • 승인 2021.06.19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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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표히 김예슬 캘리그라퍼
작품들과 함께 포즈를 취한 김예슬 캘리그라퍼.

세상살이에는 한 가지 방법만이 있는 것 아니야
언젠가 우리 부부 정체성 가진 공간을 가지고파

 

컴퓨터로 일을 하고 핸드폰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요즘 직접 손글씨를 써야 할 경우는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직접 쓴 손글씨로 상대방에게 중요한 말을 전하면 색다른 멋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글을 직접 쓰는 것 자체에 대해 특별한 감성을 느끼기도 한다. 표표히 김예슬 캘리그라퍼(이하 작가)는 캘리그라피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손으로 무언가를 하는 행위가 AI 시대에 마음의 정화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수강생 중 글을 쓰면서 마음을 힐링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거든요. 청첩장, 결혼 축하 같은 중요한 메모에 솜씨를 뽐내고 싶은 분들도 있어요”

캘리그라피의 사전적 의미는 ‘글씨나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이다. 우리가 옛날부터 알아 왔던 서예와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김 작가는 이런 의문에 대해 스승에게 들었던 문구를 인용했다.

“서예는 사람으로 비유하면 ‘미인’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캘리그라피는 ‘여러 형태의 사람’인 거예요.”

김 작가는 글자에 각 상황에 맞는 감성이나 뜻을 담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글씨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캘리그라피는 다양한 워드 프로세싱 프로그램의 글씨체(폰트) 보다 특별한 형태로 모양을 표현할 수 있다. 이처럼 캘리그라피에서는 정해진 형태도 없고 정해진 서체도 없다. 한없이 자유로울듯한 그녀의 어릴 때는 어땠을까.

“전 수원에 살았는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한 버스로 다닐 수 있었달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좁은 세상에서 살았어요.”

부모님의 바람 따라 가까운 학교 다니고 직장 다니다 결혼하는 삶을 살았었던 김 작가의 그 시절, 변화는 남편과 유럽에서 살게 되며 시작됐다. 결혼하고 나서 유럽 여행 겸해 남편과 덴마크에서 살았던 시절은 그녀의 인생을 바꿨다. 덴마크에서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과 그이들의 다양한 인생살이를 봤던 경험은 그녀에게 인생살이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캘리그라피를 배우는 수강생들에게 가르쳐주기도 한다. 어린 학생들의 경우 자신의 인생에 대한 고민을 그녀에게 상담 해오기 때문이다. 그럴 때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고민 상담을 해준다. 상담해 오는 수강생의 고민이 단순히 반항심 때문인지 진지한 것인지 판단하고 수강생에게 가능한 현실적인 방법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직접 생각해보게끔 하는 것이다. 자신이 인생을 고민해보고 결정하지 못했던 본인의 어린 시절의 안타까움일지도 모른단다.

나이 많은 수강생들에게는 오히려 배우기도 한다. 당신들이 하고 싶어 김 작가를 찾아온 만큼 그 열정이 본인에게 자극이 된다는 것이다.

“어르신들은 처음에는 ‘글을 못 쓴다, 재능이 없다’고 부끄러워 하시는데 출석률도 정말 좋고 쉬는 시간에도 쉬지 않고 연습하세요. 그분들의 열정에 제 열정도 함께 살아나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 누구나 그럴걸요?”

김 작가는 직장에 다니며 월급을 받고 일정하게 일했던 예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홍성에 내려온 지는 벌써 3년째다. 그녀는 캘리그라피를 가르치고 아이들의 방과후 수업을 하기도 하고 스승과 함께 배웠던 작가들과 그룹전시를 하기도 한다. 예전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해서 진지함이 덜하거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남편과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를 이야기해요. 우리 선택으로 자유로운 삶을 사는 만큼 결정에 따른 고민도 해야 한다는 남편 의견에 동의했거든요. 우리가 개척해 나가는 삶을 스스로 계속 고민해야 하는 거잖아요”

김예슬 작가 부부는 함께 삶의 방식을 정하고 함께 고민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한다. 홍성에서 살면서 현재의 삶에 안주하지 않겠다고 항상 다짐한다. 미래의 목표에 대해 그녀는 “언젠가 집이 아닌 우리 부부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그곳은 가게가 될 수도 있고 캘리그라피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자유롭지만 책임감 있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김예슬 작가, 그녀의 꿈을 홍성에서 이루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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