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포신도시 ‘크린넷’의 진실과 운명
상태바
내포신도시 ‘크린넷’의 진실과 운명
  • 이상권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1.10.14 00: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크린넷(Clean-Net)이란 쓰레기를 투입구에 넣으면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여 지하에 연결된 관을 통해 집하장으로 이동시키는 시설을 말하는데 ‘쓰레기 자동집하 시스템’이라고도 한다. 

이 시스템은 지난 1999년 경기 용인 수지2지구에 처음으로 설치됐고,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수도권 2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쾌적한 도시환경을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확산됐다.

충남내포혁신도시에도 2011년 3월에 크린넷 설치계획이 수립돼 966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완성됐고, 170개의 쓰레기 투입구와 홍성 쪽과 예산 쪽에 1개씩의 집하장이 설치돼 있다. 크린넷이 제대로 운영되기만 한다면 초대형 쓰레기를 제외한 모든 쓰레기를 지하 관로를 통해 집하장까지 자동으로 운반할 수 있게 돼 쓰레기차 없는 쾌적한 도시가 될 것임은 명백하다. 하나 세상사가 계획한 목적대로 다 이뤄진다면 좋으련만, 크린넷은 그렇지 못할 듯하다.

우선 우리나라의 크린넷은 일반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의 투입구는 분리돼 있지만, 집하장까지 수거하는 관로는 분리돼 있지 않아서, 같은 관로를 통해 수거하도록 설치돼 있다. 내포신도시 역시 같은 시스템이다. 관로가 하나여서 일반쓰레기가 수거되고 있는 동안에는 음식물쓰레기를 투입할 수 없고, 음식물쓰레기가 수거되고 있는 동안에는 일반쓰레기를 투입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이들이 서로 섞이지 않도록 한다는 아이디어였다. 이를 ‘단일 관로 순차 집하 방식’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는 동안에 그 찌꺼기들이 관로 틈 사이에 많이 끼게 되어, 결국은 분리수거가 불가능하고, 그로 인해 관로의 부식이 급속도로 진행돼 유지관리비가 엄청나게 든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충청남도 당국은 크린넷의 음식물쓰레기 투입구를 폐쇄해버렸고, 그 결과 내포는 냄새나는 음식물쓰레기차가 순회해야 하는 쾌적하지 않은 신도시가 됐다.

충남개발공사는 그들이 모델로 삼은 인천 송도를 비롯한 여러 신도시 크린넷에서 이미 위와 같은 문제점이 드러난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모델을 도입한 잘못을 저질렀다. 그렇게 함으로써 쓰지 못하게 될 운명의 시설을 설치하는 데에 혈세를 낭비했고, 민간 아파트 건설업자들에게 쓰지 못할 시설의 설치를 강제함으로써 아파트 입주자들로 하여금 200~300만 원에 달하는 크린넷 설치비 일부를 아무런 근거없이 부담하게 시킨 것이 두 번째 문제점이다. 

2020년 감사원의 지적 이후 앞으로 건설되는 아파트의 입주자들에게는 설치비를 부담시키지 않겠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미 상당 액수를 부담한 주민들에 대해선 어떤 대책이 있는지 아무런 언급이 없을 뿐만 아니라, 혈세 낭비를 초래한 당사자들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것이 두 번째 문제점에서 파생한 또 다른 문제점으로 남았다. 

법률상 쓰레기 처리 책임은 기초자치단체에 있다. 그러나 내포신도시를 관할하는 기초단체인 홍성군과 예산군은 예산상 쓰레기차를 운행해 문전수거(門前收去)할 능력밖에 없었으니, 크린넷을 계획하거나 설치한 사실이 없고 설치해달라고 요청한 사실도 없다. 그런데 충남개발공사는 자신들이 수고하고 큰돈 들여 설치한 크린넷 시설을 2021년에 홍성군과 예산군에 일방적으로 무상 양도했다. 이것이 바로 세 번째 문제점이다. 

이 시설을 무상양여한 것이 적법한 것인지에 관해 도와 군 사이에 법률적, 행정적 다툼이 발생한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시설을 이전받은 홍성군과 예산군은 연간 십수억 또는 수십억 원에 이를 수도 있는 운영비와 시설개보수비를 부담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충청남도와 충남개발공사가 그 책임을 가난한 기초단체에 떠넘긴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와는 달리, 인천 송도신도시의 크린넷은 2004년에 시작해 2013년에 완공됐지만, 2021년 7월에 이르러서야 겨우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소유이던 크린넷 시설을 2022년 연말에 연수구에 넘기기로 중재를 통한 합의를 했다. 시설이 운영되는 한 무기한으로 운영비의 50%를 경제자유구역청이 부담하며, 노후시설 개선비는 경제자유구역청이 75%, 연수구가 25%를 부담하기로 한 것이 합의의 핵심이다.

인구 350만 명의 인천광역시와 인구 40만 명의 기초단체인 국제도시 연수구마저도 그 유지관리비가 부담돼 10년 가까운 협상을 통해 겨우 이러한 합의를 이끌어냈는데, 충남도가 협의 한번 없이 인구가 각각 10만 명도 안 되는 홍성군과 예산군에 운영비와 시설개보수비 등 모든 부담을 떠안기는 무상양여를 단행한 것은 광역자치단체로서 매우 부끄러운 일 아니겠는가?

연수구의 크린넷 시설 개보수비는 연평균 200억 원에 달한다. 그래서 매우 슬프게도, 그 시설이 한계 수명에 이를 경우, 시설 자체를 폐쇄하고 종전의 쓰레기차 문전수거 방식으로 회귀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슬프게도 그것이 내포신도시 크린넷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이상권 <변호사·전 국회의원 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골길목 2021-10-21 05:07:40
옳바른지적이십니다. 다른지역 평가와같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