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키운 농산물 먹는 기쁨, 그게 귀농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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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농산물 먹는 기쁨, 그게 귀농의 매력"
  • 최선경 기자
  • 승인 2013.01.24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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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음대 출신, 홍동면 '뻐꾸기합창단' 지휘자 귀농인 조대성 씨

"아이가 태어났는데 덜컥 겁이 났어요. 나름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했고, 광우병 파동으로 어수선할 때 채식으로 바꿨어요. 그런데 결국 삶의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아이 때문에라도 신념이 바뀔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시골에 가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죠" 서울대 음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SK그룹 계열인 아트센터 '나비'에서 전시·공연 관련 팀장까지 맡았던 조대성(홍동면 금평리·37) 씨.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이력을 가진 그에게 서울 생활을 과감히 접고 낯선 시골 마을에 정착하게 만든 귀농의 매력은 뭘까?

"사람들에게 농사가 찌질한 직업이 아니라 멋진 직업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또 미디어 관련 일을 하면서 전시 후 폐기되는 수많은 쓰레기더미와 엄청난 전기를 소모해야 하는 직업이 제 신념과는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으며 최소한의 벌이를 하고 가족과 함께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고 있는 중입니다"

울산이 고향인 그는 교회 학생부 활동을 하면서 그저 여학생들에게 인기를 얻고 싶어 기타와 피아노를 익혔다. 공부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그는 전교 꼴찌에 가까울 정도로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냈다. 그러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에 음악을 전공해야겠다는 꿈을 갖게 됐고, 동기부여가 되면서 성적은 중상위권으로 올랐다. 좀 더 자유롭게 오랫동안 음악을 하고 싶어 음악을 직업으로 갖는 걸 포기했다.


■ 비빌 언덕이 돼준 풀무학교 전공부
2007년 5월 결혼한 아내 남경은(34) 씨는 다행히도 남편 대성 씨의 뜻을 따랐다. 숙명여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한 아내 역시 한없이 예쁜 딸 가율이(5)를 위해 친정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선뜻 귀농을 결심했다. 2009년 여름 휴가 때 지인의 소개로 풀무학교 전공부를 알게 됐다. 그리고 다음해인 2010년 아무런 연고도 없는 홍성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농사에 필요한 기술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농민으로 살아가는 철학을 함께 가르치는 풀무학교 전공부는 저에겐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인문학 수업을 통해 부족함을 채우고 막연했던 농사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겠다 싶었어요" 2년 간 실질적인 수입이 없었다.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이 시작한 농부로서의 삶을 지탱할 수 있게 도와 준 곳이 바로 풀무학교라는 게 대성 씨의 의견이다.

지난해부터 전공부 정민철 선생의 주도로 젊은 사람들끼리 모여 농사짓는 그룹을 만들었다. 홍성유기농영농조합(대표 정상진)과 장곡면 도산2리 주민들과 함께 하우스에 20여 가지의 쌈채소를 재배하는 공동체를 시작했다. 자본도 기술도 없고 몸뚱아리만 가진 서툰 젊은 귀농인들은 조만간 농산물생산자협동조합을 만들 계획이다. 수익은 아직 못 가져가지만 올해는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이란 설명을 덧붙인다.


■ 음악 전공한 재능 살려 합창단 만들어
대성 씨는 음악을 전공한 실력을 살려 2011년 홍동에 '뻐꾸기 합창단'을 창단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어린이까지 노래를 부르고 싶은 동네 주민 20여명이 모였다. 이제 3년차에 접어드는 '뻐꾸기 합창단'은 오는 3월 첫 정기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음악을 정식으로 배운 사람들이 아니라 악보도 볼 줄 몰라요. 그저 음악을 좋아하고 노래를 부르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모았어요. 공연보다 과정이 즐거운 합창단입니다" 대성 씨는 올해 홍동면 금평리 김애마을 새마을지도자로 선출됐다. 어색하고 쑥스럽다고 표현했다. 김애마을은 50여 가구 중 귀농인 가구가 10여 가구가 될 정도로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그는 과거에 비해 지금이 너무 행복하단다.

"귀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착기입니다. 풀무 전공부에서의 2년은 수익이 없었으나 지역과 농사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귀농인들이 처음 와서 누구랑 만나고 배우고 영향을 많이 주고받는 가가 중요합니다. 인내심도 부족하고 농촌을 잘 모르는 베짱이 같은 젊은 귀농인들이 전문성도 살리고 마을을 살리는 일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는 것, 그것이 앞으로의 과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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