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사장, 당신한테 주례를 부탁하려고 전화를 했어요."
저녁에 김사장이 알밤 막걸리 3병과 음료수를 들고 신부될 예쁜 여자와 함께 찾아왔다. 역시 주례 부탁이었다. 50이 넘어 동갑인 처녀 총각 천생연분을 만나 식을 올린다고 하니 거절할 수가 없었다. 마지못해 대답은 했지만 나이 지긋한 중년이 올리는 예식에 좋은 이야기가 무엇인가, 무슨 말을 해주는 것이 좋은 가 궁리하다 다음과 같이 결정했다.
결혼의 첫째 목표는 행복입니다.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남편과 아내의 서로에 대한 배려입니다.
남편은 사회 일과 가정 일을 처리할 때 아내의 의견을 충분히 받아들여서 아내의 변함없는 신뢰와 존경을 받을 때에 비로소 가정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아내 역시 남편이 어려운 문제로 괴로워할 때에 아내의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로 아낌없는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한 쌍의 부부가 세상을 살아나가는 데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는 가정은 행복의 집을 짓지만 서로 허물을 덮어주지 않고 지적하며 불만인 점을 고쳐보려고 상대편에게 잔소리를 하는 가정은 불행해지고 파경으로 치달을 수도 있습니다.
4월 마지막 금요일 KBS 1TV 아침마당은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여보, 제발 이 말만은 하지 말아 주세요"에 대한 내용이었다. 탤런트 선우용녀 가정도 '남편은 하늘이다'라는 생각이 바뀌는데 12년이 걸렸다고 했다. 나도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TV에서 하지 말아야 할 말에 대한 통계를 보여 주었다.
-나중에 얘기하자.(31.7%), 이게 다 당신 탓이야(나 만큼만 해라. 23.3%), 그럴 줄 알았어(9.0%), 당신이 보면 뭘 알아?(7.5%)-
지금 생각하면 이러한 말을 나는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일이 생겼을 때 충분한 대화와 소통이 부족했던 것은 부정하지 못한다. 가정에서 생기는 모든 일은 '모두 내 탓이오'라고 말하고, '그럴 줄 알았어' 보다 '당신 참 잘했어. 당신이 역시 최고야' 라는 말을 해주지 못한 점이 많이 후회된다.
누군가가 말했다. 결혼 초 아내의 거슬리는 점을 고쳐보려고 노력했다. 잔소리도 해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아내의 불만을 가져왔고 둘은 갈등이 쌓여갔다. 궁리 끝에 그는 자기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자기가 변하니 아내도 변했다.
사람은 애완동물처럼 자기가 다루고 싶은 대로 길들여지는 동물이 아니다.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상대가 자기 입맛대로 해주기를 바란다. 자기 밖에 모른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다. 잘하는 것은 기본이니 당연하다고 여기고 못하는 부분만 크게 보인다. 칭찬이 없고 잔소리만 늘어간다. 대화는 정 떨어지는 소리뿐이다. 아내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남편이 반갑지가 않다. 식탁에 밥만 차려 주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행복의 집을 짓는 사람들은 다르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수용한다. 장점은 크게 칭찬해주고 약점까지도 인정한다. 약점은 수용하는 풍토에서만 개선된다고 한다. 상대가 부족한 면이 있기 때문에 내가 필요한 존재다. 부부는 100점짜리끼리 만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부족한 사람끼리 만나 만점이 되려고 둘이 손을 잡고 노력하는 것이다. 서로 결점과 허물을 배려와 사랑으로 감싸주는 게 부부다. 행복의 집은 배려라는 벽돌과 사랑이라는 시멘트로 지어야 한다.
저작권자 © 홍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