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 밑 복지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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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잔 밑 복지 사각지대
  • 최선경 기자
  • 승인 2013.06.05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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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잔 밑이 더 어둡다'는 어린이들도 알만한 속담이다. 그런데 최근 잇따른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죽음을 보며 이 속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맞춤형 복지를 통한 사각지대 해소'를 강조해 역대 최고의 복지정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등잔 밑 복지 사각지대'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아무리 좋은 복지정책도 전달체계가 무너지면 헛수고일 뿐인데 말이다.

지난주 취재현장에서 본 사회복지직 공무원과 민간 사회복지사들의 실상은 참담했다. 폭행에 가까운 폭언, 수치심이 들 정도의 성추행, 본인이나 가족 목숨을 담보로 한 협박에 시달리면서도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한테 당하는 일이라 말도 못하고 냉가슴만 앓고 있었다.

이들은 공공부조와 장애연금, 기초노령연금 등 바우처 사업을 비롯 엄청난 양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육·양육수당 및 교육비 지원 등 신규 복지사업이 추가되면서 업무는 더욱 폭증했다. 가히 살인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복지'라는 말만 들어가면 무조건 복지직 공무원에게 시킨다"고 개탄할 정도다.

'사람'의 일을 다루는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에게 감정노동은 피할 수 없다. 외견상 친절과 미소로 민원인을 대하고 있지만 과중한 업무에 이미 파김치가 된 그들의 속마음도 그럴지는 모를 일이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잇단 죽음을 계기로 처우개선 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는 일회성 관심으로 끝나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제대로 된 정책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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