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한 물고기'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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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한 물고기'를 찾습니다
  • 모영선<생태학교 나무 이사장·주민기자>
  • 승인 2013.07.18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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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과 밭 사이, 마을길 사이, 동네마다 작은 물길에서 친구들과 놀던 추억의 공간 도랑, 우리 집 앞에 흐르는 작은 도랑은 폭이 1m도 안되었지만 나의 어린 시절 그 곳에서의 추억은 100m가 훨씬 넘는 강처럼 느껴졌다.

논 옆 도랑에서 우렁과 미꾸리와 미꾸라지를 잡다가 웅어를 만나 놀라 도망치기도 하고, 물뱀을 만나 친구들과 달려들어 돌멩이 세례를 퍼붓기도 했다. 마을길 옆 모래와 수풀이 있는 도랑에서 붕어와 피라미, 모래무지와 버들치를 잡으며 물놀이를 하다가 버드나무 아래에서 버들피리를 분다며 삐삑거리다 누운 하늘을 바라보며 하루의 피로를 잊게 해주었던 도랑에 대한 기억은 그것으로 멈추었다. 도랑에 얽힌 추억을 안고 지금은 사라진 물고기와 도랑의 소중함을 잊고 살고 있다.

도랑! 도랑의 사전적 의미는 매우 좁고 작은 개울이며, 도랑의 정의는 국가(한전행정부)에 등록된 소하천과 등록되지 않은 소하천 중 폭이 5m 내외이고, 물이 흐르는 소하천이 마을 앞(500m)을 지나는 구간이라 한다.
도랑을 개울, 개천, 고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도랑에 중요성을 인식하고 충청남도에서 2013년 3월 22일 도랑살리기 원년 선포식을 시작으로 향후 5년 동안 지속적으로 추진 계획하고 있으며, 7월 15일 충남도청 회의실에서 15개 시군이 참여한 가운데 '바람직한 충남 도랑살리기 공감대형성을 위한 협력워크숍'을 개최하였다.

도랑은 어느 순간부터 농촌마을의 환경이 급속하게 변하면서 마을 앞 도랑에 생활쓰레기 투기와 쓰레기소각, 농약빈병, 가축분뇨유입 등으로 오염되었고, 식물과 동물들의 공간이 번듯하고 곧은 콘크리트 수로로 바뀌는 순간부터 생태적 순환의 공간이 아닌 단절의 공간이 되었다. 이로 인해 아이들에게는 체험과 놀이의 공간을 빼앗겼고 어른들에게는 추억과 낭만이 사라져 버렸다.

도랑은 점이대(漸移帶:서로 다른 지리적 특성을 가진 두 지역 사이에서 중간적인 현상을 나타내는 지역)로 물과 흙이 만나 생태적 안전을 가지고 생물다양성이 높은 곳으로 생명의 공간, 인간과 자연의 심미적 안정과 순환의 공간이다.

도랑살리기는 생명의 공간, 인간과 공존의 본래 모습을 다시 찾는 활동이다. 또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기본적 진리로 하천의 수질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중요한 활동이다. 홍성에서 올해 구항면 황곡마을과 금마면 월암리 봉암마을의 이장님과 마을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사업에 선정되어 진행한다. 도랑살리기를 황곡과 봉암마을 뿐만 아니라 홍성군민 모두 현재의 사람 사는 모습과 행동을 바꾸어 환경과 도랑을 살리기 위한 생활의 작은 실천운동을 한다면 홍성의 모든 도랑에 살던 물고기와 식물들이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와 생물다양성을 가진 생명의 공간으로 바뀔 것이다.

가출한 물고기! 빨리 돌아와 내년 여름 홍성의 모든 도랑에서 아이들과 물놀이하며 반두를 들이대고 붕어와 피라미를 몰아보며 자연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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