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하정(余何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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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정(余何亭)에서
  • 구재기 시인
  • 승인 2013.09.08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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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기 시인과 함께하는 시로 찾는 ‘너른 고을 홍성’ <12>

 

 

 

 

 

연꽃 피어있는 자리
하늘이 간헐적으로 내려앉는다
긴 밤 어둠을 밝혀나가던 흔적들이
하나하나 구름처럼 지워질 무렵
함께 즐기던 여유라든가
더불어 나누던 눈물이어도
오늘 하루 또 다시
미루는 마음에 끝이 없는데
어찌하여 이리도 잠들어 있는가
깨어있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어둠에 접힌 연꽃
어떤 향으로 지난날들을 엿볼 수 있으랴
오,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마음은 완전한 흐름
사랑은 하나를 따르고
또 다른 하나를 부정하고 있다
목덜미에 감은 비단 목도리처럼
흠도 티도 아무런 허물도 없는 몸으로
혹은 그 몸의 울림으로
세상은 점점 연꽃향에 젖어든다
그러나
어느 누리를 둘러보아도
별들이 있는 곳에서는
반드시 어둠이 에두른다는 걸
알아차릴 마음은 늘 남아 있으리오 
여하정(余何亭)은 안회당(安懷堂)의 뒤뜰에 있는 작은 연못에 세워져 있다. 고종 33년(1896년) 이승우(李勝宇) 목사가 옛 청수정(淸水亭) 자리에 세운 것으로 역대 홍주목사들이 관아의 일을 돌보다가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 여하정은 비록 그 규모는 작으나 안으로 들어가는 돌다리의 고아한 멋과 수백 년은 되었을 성싶은 왕버들나무의 고목이 우람하게 자라나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이에 맑은 물 위에서 피어오른 연꽃 향기까지 더하여 옛 정취를 그대로 살려내고 있다. 그 모습은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동양화를 떠올리게 한다. 정자 내의 기둥에는 다음과 같은 시액(詩額) 12현판이 걸려있어 서정적인 시적 분위기까지 한층 자아내게 한다.

余方宥公事(여방유공사) 내 목사로서 공사를 보게 되어
作小樓二間(작소루이간) 조그마한 누 두 칸을 지었다
懷伊水中央(회이수중앙) 연못의 물은 중앙으로 맴돌고
樹環焉泉縣(수환언천현) 등나무 가지는 샘가에 느렸다
開方塘半畝(개방당반무) 반이랑 정도 수문을 열어놓으니
九日湖之湄(구일호지미) 햇빛에 비친 연못의 물살에 아름답구나.
一人斗以南(일인두이남) 남쪽은 한 사람의 도량으로 가하건만
捨北官何求(사북관하구) 싫다하면 관직을 어찌 구하려하는가
環除也皆山(환제야개산) 환제는 모두가 다 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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