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산(烏棲山)을 바라보며
상태바
오서산(烏棲山)을 바라보며
  • 구재기 시인
  • 승인 2013.09.13 10: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재기 시인과 함께하는 시로 찾는 ‘너른 고을 홍성’ <13>

 


저 고매하고 푸른 산이
타고난 목소리와 몸색으로
세상의 혐오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새 한 마리 품은 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어찌 생각이나 하였으랴

가진 것 모두 포기하거나
연소시킬 것도 없이
만남을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는 걸
두 눈 바로 뜨고 나서야 깨달았다

사랑 앞에서는
정도의 차이를 가지고 말할 수 없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껴안으며
서로가 서로를 기다리지 않게 하는 것

때로는 지겹고
아픔과 서러움의 허무 속에라도
주어진 사명처럼 사뤄가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태어난 곳 그 자리, 사시장철
단 한 번도 떠나 살아본 적이 없는
뱁새나 굴뚝새, 박새 혹은
참새 한 마리라도 날아들라치면
좁은 가슴으로라도 힘껏 펼치며 살아갈 일이다
그렇게 이름처럼 품고 살아갈 일이다

오서산(烏棲山)은 홍성의 광천읍과 장곡면, 그리고 보령시의 청소면과 청라면에 걸친 높이 790.7m의 산으로, 서대산(西大山, 904m), 계룡산(鷄龍山, 845m)에 이어 충남에서 세 번째로 높다. 금북정맥이 경기도 안성의 칠현산(七賢山 ,516.2m)에서 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脈, 총 도상거리 158.1km)으로부터 갈라져 나와 남서쪽으로 내려오다가, 광덕산(廣德山, 699m) 부근에서 서쪽으로 나가 청양을 지나 다시 남서쪽으로, 그리고 성주산(聖住山, 677m)을 기점으로 북쪽으로 달려와 오서산을 치솟게 한다. 이 오서산(烏棲山)에서 계속 북쪽으로 향하면 가야산(伽倻山, 678m), 그리고 마침내 서산의 안흥진에서 서해에 발목을 담근다.
이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오서산은 서해의 해안선과 함께 길이로 뻗어있는 금북정맥의 최고봉이라서 옛날에는 배들이 이 산을 등대로 삼아 항해를 했다고 하여 일명 '등대산'이라고도 불린다.

부근에 높은 산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곳저곳의 넓적하고 큰 바위는 좋은 전망대가 되어 주고, 긴 주능선에는 큰 나무들도 전혀 없어 시야를 방해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따라서 광활한 조망으로는 서해로 지는 낙조의 아름다움을, 가을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하얀 억새꽃의 장관을 만끽하게 한다. 한때 토정(土亭) 이지함이 이곳에 기거하면서 집필하기도 하였다는 이름 높은 산으로, 본래는 오서산의 '오(烏)'는 우리 민족전통의 새인 삼족오(三足烏)를 의미하고 태양 흑점을 상징하는 '검은 오(烏)'자였는데, 일제의 잔혹한 민족혼 말살 정책과 역사 왜곡으로 민족전통의 시조(始祖)새가 '까마귀'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날까지 지나간 역사 앞에서 저지른 만행을 사죄하기는커녕 남의 나라 땅을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대는 일제의 파렴치함을 깨닫게 한다. <칼럼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