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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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 "
  • 조태원<홍성군의회 의장>
  • 승인 2013.12.1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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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부 샌프란시스코만에 있는 항만․공업도시 오클랜드. 추운 겨울 어느 날 배 한척이 파선당해 난민들이 생겨났다. 경제 불황이었던 당시 1000여 명이 넘는 난민들을 위해 도울 예산이 없었다. 그래서 난민들은 추위에 떨며 굶주린 채 지내야만 했다. 그러던 때에 구세군 사관 조셉 맥피 정위가 이를 안타깝게 여기며 도울 방법을 찾아 나섰다. 그러던 중 자신이 영국 리버풀에 있었을 때 부둣가에 놓여있던 자선을 위한 심슨의 솥을 기억해 냈다. 당시, 심슨은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주방에서 사용하던 큰 쇠솥에 다리를 만들어 거리에 내 걸었다. 그리고 그 위에 이렇게 써 붙였다.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
바로 그 다음날 맥피 정위는 당국으로부터 부둣가에 솥을 걸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 솥을 걸어 놓았고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라고 외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성탄절에 어려움을 당한 이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할 만큼의 충분한 기금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렇게 이웃을 돕기 위해 새벽까지 고민하던 한 구세군 사관의 깊은 마음이 매년 성탄이 가까워지면 실시하게 되는 구세군 자선냄비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그 정신은 오늘 모든 구세군 자선냄비의 종소리를 타고 우리 사회 깊숙이 파고들어 모든 이들에게 이웃사랑의 절실한 필요성을 되살려 주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회 만들기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1928년 12월 15일 당시 한국 구세군에 의해 서울에서 처음으로 자선냄비가 시작되고 85년간 사랑의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자선냄비 모금활동이 겨울을 정점으로 시작된 것은 가장 악조건인 겨울철의 거리에서 어려울 때일수록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하지만 나눔은 어느 한 시점, 한 때에만 선행되어야 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꾸준하게 우리 곁의 이웃들을 향한 지속적인 관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선냄비 본부가 출범하게 되었고 나아가 구세군 자선냄비의 국제적인 복지사업과 구호활동은 한국 기부문화의 성숙도를 평가하는 지표가 되며 세상을 향한 희망의 빛을 더 멀리 비추게 하는 소망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그동안 작은 손길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자선냄비의 역사는 앞으로도 이웃들의 삶과 희망을 복원하는 기적의 역사를 꾸준히 써내려 가고 그리고 이런 기적들이 국민들의 가슴을 울려 더 풍성하고 따뜻한 나눔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데 일조하는 역할은 지속될 것이다.
매년 12월이 되면 거리에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자선냄비의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많은 정성으로 모아진 성금은 기초생활수급자, 저소득층 빈곤가정 의료지원, 복지시설 지원 등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에 쓰여진다.
지역경제가 어려운 탓인지 많은 사람들은 나도 먹기 힘든데 어떻게 남을 생각할 수 있느냐는 말들을 많이 한다. 하지만 나보다 못한, 나의 조그마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다는 생각을 먼저 한다면 우리 사회는 따뜻한 사랑이 넘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자선냄비를 통해 나눔에 동참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항상 행복과 사랑이 흘러넘치길 소망해 본다. 우리 다 같이 이 국솥이 펄펄 끊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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