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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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현실
  • 심재선<도예가 ·주민기자>
  • 승인 2014.09.1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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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시골 마을일을 맡은 지 5,6년이 되어 간다. 명절을 앞두고 바쁘게 제초작업이며 주변정리를 하며 준비했으나 명절이 지난 지금 마음이 허전하다. 명절을 보내면서 농촌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현재의 대부분의 농촌 현실이 젊은 사람들은 외지로 나가고 고령화된 어르신들이 고향을 지키고 산다.

항간에 우스갯소리로 ‘60대는 애들이고 70대는 회관에서 심부름을 해야 한다’라고 하는데 마을마다 차이가 있으나 최소한 필자가 아는 대부분의 마을 분위기는 그렇다. 그러다보니 주민들이 모여 마을일도 하고 품앗이를 하던 것들도 점점 사라져 전통적으로 마을을 유지해주던 마을 공동체가 붕괴 직전이다.

가끔 TV가 안 나온다는 연락을 받으면 어르신들이 전화를 하기까지 많은 고심을 하는 것을 알기에 될 수 있으면 방문을 한다. 대부분이 시스템 오류로 전원을 끄고 다시 켜면 되는 경우가 많고 아니면 리모콘 버튼 실수였다. 주민들이 스스로 불편함을 해소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농번기에는 일손이 부족해서 농사일이 힘들고 농한기라도 오순도순 마을 회관에 모여 여흥을 즐기는 것도, 마을잔치를 한번 하기도 힘들어진 것이다. 더군다나 마을을 방문하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 중에는 쓰레기를 버리거나 소각하고 농산물을 가져가는 사람들이 있고 마을 공용 수도로 세차하거나 타 지역에서 가지고온 쓰레기를 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시골의 보안이 허술한 점을 이용해 고물이라며 주인도 없는 집에서 항아리며 농기구들을 가져가는 좀도둑도 생겨났다.

얼마 전 홍성, 예산 등지에서 마을회관을 돌며 집기들을 훔쳐가는 일도 있었다. 더 이상 마을에서 주민들이 마을을 유지 할 수 있는 힘이 줄어든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향후 농촌을 바라본다면 대부분이 가지고 있던 따뜻하고 푸근한 이미지의 고향의 개념인 농촌이 붕괴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현재의 주민들과 자손들이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그 시간은 점점 빨라질 것이다.

이제는 스스로 고민하고 움직일 때이다. 농촌이 사는 사람이 없어 붕괴 되더라도 생산기반인 농지와 자연 환경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런 면에서 농촌의 가능성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한국사회는 인구가 많아서, 아니면 인구가 너무 없어서, 계층 간 부의 격차가 너무 심해서 오는 갈등과 사회적 비용이 사회를 멍들게 한다.

행정적으로 실적을 내기 좋은 도로를 포장한다던지 건물을 새로 짓는 것 보다는 그 농촌의 현실에 맞고 주민들 스스로 농촌 문제을 해결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과 실행 할 수 있는 인력을 양산하는데 중점을 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삶의 가치 판단이 물질적 풍요나 육체적 편안함, 명예나 권력으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한 일부분으로 자연과 사람이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이 가치판단에 있어 먼저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사람들 가슴속에 자리 잡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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