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그리고 Biophi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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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그리고 Biophilia
  • 모영선<생태학교나무 이사장·주민기자>
  • 승인 2014.11.0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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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에 아이들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놀이터는 자연이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다양한 놀이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공동체를 형성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익혀야할 규칙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계절에 따라 놀이의 종류도 달라져 자연환경의 변화를 직접 몸으로 예민하게 받아들이던 과거에 비해, 지금의 우리 아이들은 학교수업과 방과 후 활동·학원 등으로 인해 자연의 중요성을 미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하루 중 땅을 딛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부모보다 더 지쳐 집에 들어온 아이들은 저녁식사를 하고 곧바로 학교와 학원 숙제를 하다가 잠이 든다. 여기에 엄마·아빠의 맞벌이가 일반화되면서 가족 구성원간의 애착관계에도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자연과 멀어진지 반세기가 채 되기도 전에 아이들에겐 아토피나 알레르기 등과 같은 환경관련 질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뒤늦게나마 신축건물에서는 환경 호르몬을 줄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으로선 한계를 지니고 있다. 때문에 과거의 ‘숲’은 우리에게 더욱 커다란 의미를 던져준다. 자연은 인간이 약 200만 년 동안 정붙이고 살았던 본거지이며 고향이다. 오랜 시간 인류는 풍요로운 숲에서 정신적인 나약함과 육체적 질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해왔다.

이러한 효과의 유효성은 오늘날에도 많은 학자들에 의해서 연구되고 실증되고 있다. 이때, 많은 연구자들은 인류의 기원과 역사·환경이 인간의 유전자에 각인되어있다는 윌슨(Wilson)의 ‘바이오필리아(Biophilia)’가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바이오필리아란 생명을 뜻하는 Bio와 사랑을 뜻하는 philia의 합성어로 우리 인간의 마음과 유전자속에 자연에 대한 애착과 회귀본능이 내재되어 있다는 가설이다. 인간이 바다나 산에 가면 말로는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평온함, 어머니의 품과 같은 느낌,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윌슨의 주장은 일상 경험을 통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돈, 그리고 노력을 들여 강이나 숲을 찾는다.

인공적인 환경보다는 숲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호하고 여유가 된다면 자연적 환경에 살고 싶어 한다. 또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많은 연구를 찾아볼 수 있다.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면 아이들의 신체발달과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자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은 집중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증상이 줄어들고, 인지 능력이 높아지며,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대한 저항력도 증가한다는 새로운 연구보고도 있다. 자연놀이 전문가인 로빈 무어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려면 자연환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연에서 놀이와 학습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모든 감각이 균형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연에서 여러 가지 감각을 동시에 사용하면 ‘지적인 성장에 필요한 인지구조’가 형성되며, 자연의 재료들을 이용한 창의적인 공작활동이 상상력을 증대시킨다고 한다.

이는 우리 인간이 바이오필리아 성향을 근원적으로 지니고 있음을 확인해준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우리 인간이 누리던 자연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단절시키고 우리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결국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질병의 근원이 되었다.

숲은 인간이고, 고향의 파괴는 인간의 근원을 잃은 것과 같다. 우리들의 마음과 사람들이 살고 있는 환경간의 부조화가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살게 한다는 의미와 같다. 주말 아이와 가족을 위해 함께 숲을 찾아 인간의 마음과 환경간의 조화를 만들어주는 시간을 갖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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