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중심 홍성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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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중심 홍성 2
  • 범상<석불사 주지 ·칼럼위원>
  • 승인 2014.11.1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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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에는 많은 인물들이 있고 어느 한 분이라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지난 호에서 홍성을 대표할 만한 가장 설득력 있는 인물은 태고 보우, 남당 한원진, 만해 한용운 등 세 분이라고 말씀드렸고, 그 중에서 만해의 사상과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주장했다. 만해를 재조명해야하는 이유는 인류역사가 이성을 강조하면서도 선(善)과 악(惡)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 지금 현재도 미국의 아랍침공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이 성전(聖戰) 즉, 살육과 파괴가 진리와 정의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은 소비할 만큼 소유한다. 반면 인간의 욕심은 천하를 움켜쥐고 호령해도 만족할 줄 모른다. 여기에 더하여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무자비한 마왕(魔王)을 영웅호걸이라 칭송한다. 그리고 나약한 서생들은 이성을 운운하며 절개와 지조를 논지만 결국 강자들의 논리에 선과 정의를 부여해줌으로서 민중들을 더욱 미혹에 빠트린다. 그래서 욕심이라는 마왕(영웅호걸)은 어느덧 어리석은 중생들의 우상이 되어버렸고,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권력은 어떤 부정과 부패를 저질러도 용납하는 출세지향적 사회구조가 전착되었다. 이제 이성을 가진 인간이라면 종교, 인종, 국가, 민족, 이념 등등의 일체분별과 자신이 처해있는 입장을 내려놓고 ‘과연 선과 진리가 인간의 목숨을 해치고 사회를 분열시키는 도구로 이용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인류역사에 던져보아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효제충신이라는 개념은 만고의 진리와 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것은 신성(神聖)이라고 할 만큼 막강한 대의명분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 홍성뿐만 아니라 많은 고장들은 충절(忠節)을 자랑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효제충신을 현실에 맞게 재고해보자는 긍정적 논의조차도 어려운 실정에 있지만 이것을 타파하지 않고서는 미래의 발전을 모색할 수 없다. 효제충신은 화합과 상생이 아니라 분별과 차별의 개념이다. 사회학자들에 따르면 효제충신은 가족주의의 근간이며, 가족주의가 강한 국가일수록 부정부패지수가 높다고 한다.

그 예로 가족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이탈리아의 마피아와 아시아국가 중에서도 가족에 대한 의무를 중요시하는 동아시아국가들이 중앙아시아국가들에 비해 부패정도가 높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그래서 일부학자들은 가족의 이익을 위해서 부정부패를 서슴없이 저지르는 가족주의를 ‘비도덕적 가족주의’라고 부른다. 하지만 가족주의가 확대되면 종교, 국가, 이데올로기, 백인우월주의 내지 오리엔탈리즘 등이며, 현재 초강대국인 미국과 거기에 맞서는 중국 등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질서 역시 차별과 분별이라는 가족주의를 벗어나지 못한다.

다시 말하면 한국사회의 고질적병폐인 가족주의, 연고주의 등은 좁은 개념의 가족주의인 반면, 과거 미국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민주진영과 공산진영의 대립은 넓은 의미의 가족주의이며, 현재 초강대국인 미국의 횡포는 마피아와 같은 무자비한 가족주의가 되는 셈이다.

붓다는 이러한 문제들이 시시각각 부딪치는 인간세계를 오탁악세(五濁惡世) 즉, 사바세계라 부른다. 그렇지만 본래 ‘진여(眞如)’의 입장에서 사바세계 역시 중생의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이므로 사바와 극락이 다르지 않음을 설하신다. 이것은 인간세상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모순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다만 갈등과 모순을 풀어나가는 방식에 따라서 극락이 되기도 하고 사바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만해는 출가사문이다. 출가란 분별과 차별의 근원이 되는 연고(가족주의)를 떠난 것이다. 그래서 그가 행했던 독립운동을 포함한 일생(一生)은 사바세계의 갈등과 모순을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을 제시하고 실천함으로서 사바와 극락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려 했음을 알아야 한다.(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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