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풍불굴(鬪風不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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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풍불굴(鬪風不屈)
  • 홍주일보
  • 승인 2014.11.1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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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암 이응노 작품해설


‘대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이 내 예술의 근본이다’ 이 명구는 이응노의 1975년작 묵죽에 그가 써 넣은 화제로 애죽헌(愛竹軒)이라는 당호(堂號)도 쓰여 있다. 그에게 대나무는 사랑해 마지않는 ‘존재’이자, 공손히 대해야 할 ‘존재’이다. 그는 어디에 있든 대나무와 동거했고 늘 대나무를 그렸다.

특히 동백림사건으로 옥살이를 할 때부터 적지 않이 대나무를 치게 된다. 동백림사건 이후부터 1980년대까지 이어지는 이응노의 정치적 수모와도 맥락이 이어진다. 이응노는 교도소라는 한 개인의 존재와 인격을 무화시키고 세속적 정체성을 지우는 공간에서 대나무를 치면서 대나무가 갖는 전통적인 상징성에 힘입어 ‘회화적 저항’의 기호로 삼았다.

이 시기 왕성하게 남긴 이응노의 대나무 그림은 자화상과 같다. 가령 1976년작 ‘묵죽-투풍불굴(鬪風不屈)’은 유연하지만 강직한 모습으로 늙은 댓줄기를 일으켜 세우고 거센 바람에 요동치는 댓잎을 쾌활한 붓질로 표파한 뒤 ‘바람에 맞서 굴하지 않는 군자의 기상’이라고 써넣어 그의 심경을 토로했다.

그것을 정치적 역경과 관련된 개인의 분노로만 해석하기 어렵다. 이응노는 세상을 떠나기까지 인류의 화해와 공존공생, 우애와 평화를 염원하는 뜻을 자신의 모든 작업에 심어왔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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