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아주머니의 김장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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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아주머니의 김장김치
  • 맹다혜<곰이네농장 대표·주민기자>
  • 승인 2014.12.12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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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을 맞이하여 돌아다니다 보면 마을 곳곳에 김장하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올해는 직장에 다니다보니 유독 그런 광경이 마치 고문 같았다. 전처럼 농사에 전념했으면 우리 집에 일하러 오는 동네 아주머니들로부터 한동안 먹을 김치를 종류별로 얻었겠지만 그렇지 못하니 내심 아쉬운 마음이 심하게 든 것이다.

김치야 어디서든 사먹을 수는 있다. 그런데 난 왠지 시골 아주머니들이 담은 김치가 우리 엄마가 담은 것보다 맛있고 좋았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이렇다. 직접 기른 배추와 고춧가루, 양념채소들, 수돗물 아닌 아직은 맑은 시골 물과, 도시에 나가있는 그 많은 형제, 자식, 손주들을 향한 푸짐한 아주머니들의 정 때문이지 않을까.

더군다나 밭에서 뽑은지 한참 되어 차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당도하게 되는 숨죽은 야채가 아니라 금방 뽑아서 아직은 풋풋함이 살아있는 야채들이 그대로 들어가는 김치니 당연히 더 맛있을 수 밖에 없다. 여하튼 아무리 내가 직장에 다녀도 그렇지 어쩜 김장김치 하나 주신다는 분이 없을까 우울했던 차에 우리집에 가장 오랫동안 일을 다니셨던 아주머니께서 김치 가져가라는 전화가 왔었다.

귀에서 “김치 가져가!” 이 소리가 울릴 때 속으로 얼마나 철렁했는지 모른다. 김치 가지러 댁에 도착해보니 아주머니는 벌써 김치 한 박스를 들고 집밖에 서계셨다. 그리고는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으시던 한마디가 마음에 확 박혔다. 대충 잘 지낸다고 하고 집에 와서 막 꺼내 먹어봤는데, 역시나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시골 아주머니들의 그 김장김치 맛이었다.

김치를 입에 물고 울컥할 뻔한 웃긴 상황. 그 뒤로 지금까지 그 김치를 먹을 때마다 이분들이 좀 더 오랫동안 건강하게 시골에 계셔야 할텐데, 몇 년 전부터 이젠 김장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얘기해오셨는데 언제까지 하실 수 있으려나, 이런 김치 맛은 젊은 사람들은 아무리 배워도 따라할 수 없을 텐데 아쉬워서 어떡하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이 동네에 들어온 뒤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시는 모습들이 걱정스럽기도 했고, 그렇다고 일을 안 하면 몸만 더 아프다고 하시던 말씀들도 기억에 남는다. 김장 김치 하나 얻어먹고 완전 감동하여 그분들의 마지막 노후까지 걱정 하고 있는 줄 알면 주제에 누굴 걱정하냐 하실 텐데. 그리고는 다시 내년 봄이면 집에 일 오셔서 잔소리를 해대실 것이다.

그러나 안 듣다보면 또 많이 허전해 지는게 사실이다. 아직까지는 그분들이 농촌이고, 그분들이 자산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농촌에 대해 모두가 너무 쉽게 알고, 거만함을 가지고 한순간에 확 바꾸려 드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러다 다치고 정체성을 많이 잃어버린 곳이 농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현재 농촌을 지키고 계신 어르신들에 대한 복지 만큼은 서서히, 있는 그대로의 그분들을 존중하는 것이 첫째라고 생각한다. 아프고 힘없으니 시설하나 크게 짓고 거기에 모아놓고 먹여주고 재워주는데로 있으라는 것은 또 하나의 역행이다.

김장철이면 집집마다 돌아가며 같이 김장하시고 누구네 김장은 이렇다 저렇다 뒷담화 하시며 돌아가시는 모습을 최대한 오래 지속되도록 하는 것이 농촌 복지의 기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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