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효자 작물 '냉이'가 으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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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효자 작물 '냉이'가 으뜸
  • 조 원 기자
  • 승인 2014.12.1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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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리 냉이채소 영농조합 이상서 대표

막 수확한 냉이를 들어 보이고 있는 이상서 씨(사진 가운데)와 조합원들.

“추울수록 냉이의 맛은 깊어지죠. 더 맛있으려면 아직 멀었어요.” 추운 날씨 속에도 무릎을 땅에 댄채 묵묵히 냉이를 캐고 있던 이상서 씨. 장곡면 신동리에 위치한 냉이채소 영농조합을 이끌고 있는 그는 조합원들과 오전에 차 한 대 가득 냉이를 실어 보낸 후 막 오후 작업을 하고 있던 중이다.

추운 날씨에 수고가 많다는 기자의 말에 날씨가 추울수록 냉이의 맛도 진해진다며 추위야말로 반가운 손님이라고 이 씨는 대답했다. 채소 중 단백질 함량이 비교적 많고 비타민A와 비타민C, 칼슘이 풍부한 냉이가 봄이 아닌 겨울이 제철로 아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다.

겨울철 비타민의 보고라고도 불리는 냉이의 이날 시세는 1관(4kg)에 1만 7000원. 매일 가격 등락이 있긴 하지만 평균은 2만원을 오르락내리락 한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냉이 값도 올라 지난해는 최고 2만 5000원까지 받은 적도 있었다. 이곳 신동리는 보통 2기작 중이다.

봄·여름에 심은 콩을 거둬들이면 다시 그 밭에 냉이를 심는 식이다. “겨울철에 놀면 뭐해요. 이렇게라도 일을 해야지. 근데 이만한 작물이 없어요. 난방비가 듭니까 하우스가 필요합니까. 그냥 땅에다가 심으면 알아서 잘 자라요.” 그러나 냉이를 무작정 심는 것은 아니었다. 나름 준칙이 있다.

우선 적당한 간격으로 심어야 한다. 담배 씨보다 더 작은 냉이 씨를 그냥 뿌리면 냉이가 고르지 못하고 뭉쳐지게 된다. 그러면 냉이는 크기도 고르지 못하고 맛도 떨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 씨는 냉이를 파종할 때는 씨와 모래를 일정 비율로 섞은 후 동력분무기를 이용해 살포한다. 그러면 일정한 간격으로 냉이가 심겨진다.

또 냉이를 파종하는 9월 초순에는 반드시 일기예보를 살핀다. 지나치게 많은 비도, 적은 비도 아닌 적절한 비가 오는 날을 잡아 하루나 이틀 전에 파종해 둔다. 그러면 수분 공급이 원활해져 냉이의 뿌리가 잘 내리게 된다. 마지막으로 거쳐야 할 관문이 하나 더 남았다.

바로 제초다. 냉이는 결국 제초와의 싸움이다. 제초제를 뿌리면 냉이의 안전성이 훼손돼 제초제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수고스럽지만 수확을 앞두고 매일 밭을 둘러보며 일일이 손으로 뽑아내고 있다. 그러나 냉이로 인해 얻는 겨울철 수익을 따져보면 이것은 충분히 감수하고도 남는 일이다.

“평당 1만원만 수익을 잡아도 성공한 거죠. 퇴비와 밑거름으로 땅심을 높여 놓기만 하면 병충해로 고생할 일도 없어요.” 17명의 조합원들로 구성된 냉이 영농조합의 총 면적은 8만 2500㎡. 3.3㎡당 1만원만 잡아도 겨울철 이곳에는 2억 5000만원의 매출이 나온다.

물류비 등을 제외하면 1인당 평균 1200만원의 조수입이 가능하다. 여름 작기인 콩은 4kg 당 1만원도 안 되는 선에서 거래되는 것에 비하면 냉이는 이들에게 효자 작물이다. “관절염을 앓는 어르신들이 추운 날씨 속에 종일 구부려 일하는 것을 보면 안쓰럽지만 냉이만큼 어르신들의 경제에 도움이 되는 작물이 없어요.”

한편 장곡면은 40여년의 냉이 역사를 가진 곳으로 ‘장곡면지’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초의 냉이 생산지로 알려졌다. 오랜 냉이의 역사를 짊어진 이곳의 냉이로 겨울철 천연 비타민을 보충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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