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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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좋은 날
  • 범상<석불사 주지·칼럼위원>
  • 승인 2014.12.1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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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좋은 배필을 만날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하거나 결혼식 날짜를 물어 온다. 나의 대답은 언제나 똑같다. 현재 만나고 있는(앞으로 만나게 될)사람이 (당사자에게)최고로 좋은 사람이고, 양가의 형편에 맞추어 편안하게 행사를 치를 수 있는 날이 좋은 날이다.

거두절미하고 ‘특별히 좋은 사람이 있고, 좋은 날짜가 있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세계 최고에 달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왜냐하면 연애결혼은 처음부터 죽고 못 살 만큼 맘에 쏙 드는 사람끼리 만났을 것이고, 중매는 우리네 정서상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에게 궁합과 좋은 날을 받았을 테니 말이다.

1990년대 초에는 1999년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예언서들이 쏟아져 나왔고, 지금까지도 꾀나 명성을 유지하는 성직자들도 종말론을 주장하며 분위기에 편승하기도 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날짜와 수리로서 인생의 길흉화복을 예언한다.

예언의 기준이 되는 날짜와 수리가 정확하다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일차적으로 예언이 모두 같아야 한다. 마치 구구셈의 정답처럼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기준이 되는 날짜와 수리가 부정확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심리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통해 허구임을 증명한다.

실험대상자를 선정하여 심리검사를 한 다음 며칠 뒤에 그 결과를 통지한다. 통지내용은 전원이 동일하며 잡지책에서 베낀 허접한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실험대상자의 80% 가량이 너무 정확하다며 신뢰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운명을 점치는 실험을 했고 그 결과는 같았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인간은 자신에게 가장 관심이 많고, 미래가 궁금하며 불안하기 때문에 아주 사소한 심리기법에도 쉽게 빠져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예언가가 내방객에게 “당신은 보통사람 보다 예지력 뛰어나고, 그 예지력을 잘 이용하면 올해는 큰돈을 벌 수 있습니다”고 말하면 십중팔구는 라포(rapport: 두 사람 사이의 상호 신뢰관계를 나타내는 심리학 용어)가 형성되고, 상담기법에 빠져들어 결국 소중한 지갑을 연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예언가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예지력(신끼)이 강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특별한 기준이 없어 비교 할 수 없는 ‘보통사람 보다 뛰어나다’는 말로 상담자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토설하도록 유도해놓고, 정작 예언가 자신이 맞추었다는 심리상태로 만든다. 여기에 ‘예지력을 잘 사용하면……’이라는 단어로서 나는 예언을 정확하게 했지만 예지력이 보통사람 보다 뛰어난 당신의 선택에 문제가 있어서 그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상담의 책임에서 벗어난다.

여기에 자기의 행동을 합리화 시키는 방어기재가 더해져서 시중에는 지나간 과거는 잘 맞히는데, 미래가 맞지 않은 것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해서 그렇다는 이야기가 돈다. 또한 어떤 사람은 신이나 절대자가 인간의 길흉화복을 주관 한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사람이 죄를 지었을 때 신이나 절대자를 교도소에 가두어야할지 말지는 큰 고민꺼리가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꿈과 희망을 가지고 밤낮없이 노력 할 이유가 사라져 버린다. 인간의 행복은 날짜나 음양수리에 있지 않다. 그렇다고 운명이나 숙명도 아니며, 신이나 절대자에 의해서 주관되는 것도 아니다. 오직 자신의 행동 방식에 있다.

그래서 운문화상은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즉, ‘날마다 좋은 날’이라고 일갈한다. 다시 말하면 오늘! 지금 처해있는 현실은 지난날의 결과이므로 바꿀 수 없고, 미래 역시 오지 않았으므로 실체가 없다.

현재는 찰라찰라 흘러가므로 붙잡아 둘 수 없다. 그렇지만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현재 뿐이다. 그래서 매일 매일 좋은 날로 살아가면 결국 인생이 행복해진다는 확신으로 다가오는 새해를 기쁘게 맞이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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