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키를 크게 해 준 콩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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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키를 크게 해 준 콩나물
  • 최봉순<혜전대 교수 ·칼럼위원>
  • 승인 2014.12.2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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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콩나물을 좋아한다. 어려서 엄마는 내게 콩나물 심부름을 자주 시켰다. 시장 아주머니는 신문지에 콩나물을 듬뿍 담아 주시며 착한 아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 으셨던 기억이 난다. 요즘같이 추운 겨울에는 밥상에 서너 가지의 김치가 올라오고 그 틈에 하얀 콩나물을 보면 고소한 참기름 냄새와 함께 침이 꼴깍 넘어가곤 했다.

잘 익은 김치를 송송 넣고 끓인 콩나물김치국은 밥 한 그릇이 다 없어지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많은 형제 중에 제일 먼저 밥 수저를 놓아서 입이 짧다고 엄마는 늘 한마디 하셨다. 중학교 갈 때까지 삐쩍 말라서 도무지 키가 클 것 같지 않았는데 갑자기 훌쩍 크면서 맨 뒷줄을 차지하곤 했다.

내가 키가 커진 것은 콩나물을 잘 먹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밥이 주식인 우리에게 콩은 단백질과 지방질을 공급하는 식재료로 콩나물과 두부를 만든다. 콩에서 싹이 나서 콩나물이 되면 콩에는 없던 비타민 C가 많이 생긴다. 특히 콩나물에는 단백질과 비타민, 다양한 무기질이 있다.

콩나물에는 숙취에 좋은 기능이 있는데 콩나물 속에 들어 있는 아미노산(Amino acid)과 아스파르긴산(aspartic acid)이 간세포의 파괴를 막아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콩나물에 대한 유래는 고려 태조 왕건이 나라를 세울 때 주변나라와 전쟁이 자주 있었는데 한번은 군사들이 식량 부족과 더불어 질병에 시달리게 되어 전세가 불리하게 되었다.

이에 배현경이라는 사람이 콩을 냇물에 담가 싹을 틔운 뒤 군사들에게 먹여 질병을 다스렸다고 한다. 전쟁 중에 병사들에게 신선한 채소를 먹임으로써 비타민을 보충하고 면역력을 좋게 한 것이 이유일 것이다. 18세기 실학자 이익은 만약 콩이 없었다면 그 많은 흉년과 기근과 전쟁 틈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하여 ‘대두국력론(大豆國力論)’을 주장하였을 정도다.

콩나물에 대한 기록은 고려시대의 의서‘향약구급방, 1226년’에 건조된 검정 콩나물을 약재로 사용한 기록이 있으며, ‘동의보감, 1608년’에서는 “콩나물은 산후조리에 피를 맑게 하고 원기회복에 사용하였으며 제반 염증을 억제하고 위의 울혈을 제거하는 효과가 뛰어나다”고 하였다.

그 외에도 ‘산림경제, 17세기말’, ‘임원십육지’등에 기록이 있으며 처음에는 콩의 싹을 틔워 한약재로 사용하다가 점차 채소로 이용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옛날에는 가정에서 콩을 물에 불린 후 시루에 넣어 재로 덮고 적당한 간격으로 물을 주어 천연 콩나물을 재배하였으나 지금은 소규모 공장에서 자동화기계로 생산하고 있다.

콩나물의 제조 방법을 보면 콩의 불순물을 골라내고 깨끗이 씻어 물의 온도 20~25℃ 정도로 4~6시간 불려서 콩눈의 발아를 촉진 시킨다. 콩나물이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물을 주어야 하는데, 수분 공급 뿐 아니라 콩이 자랄 때 호흡작용을 하게 된다.

이 때 열이 발생하기때문에 이 열을 냉각시켜 주는 역할도 하게 된다. 물을 적게 주게 되면 미생물에 의한 변질이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일이다. 처음에 싹이 나오는 시기에는 5~6시간 간격으로 1일 4~5회 물을 주어야 부패도 안 되고 잔뿌리도 생기지 않는다.

물의 양은 콩나물의 무게에 비해 100~150배 정도를 주어야 한다. 콩나물의 영양 성분은 단백질, 지방, 당질, 섬유질, 칼슘, 인, 철분, 비타민 A, 비타민 C가 들어 있다. 특히 콩에는 비타민 C가 전혀 함유 되어 있지 않은데 콩나물이 되면서 16mg이 함유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비타민 C의 성인 하루 권장량은 1일에 65mg인데, 암을 예방하려면 150mg 정도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콩나물은 내 키를 자라게 하기 보다는 어려서 면역력을 키워주었기 때문인 것을 조리공부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감기 기운이 있으면 뚝배기에 멸치국물을 넣고 밥, 콩나물, 잘 익은 김치를 넣고 끓이다 송송 썬 파, 깨소금, 김가루, 새우젓을 넣고 후룩후룩 먹이면 멀쩡해지는 것을 보면 우리 아이들도 나를 닮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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