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달라지면 삶의 방식도 달라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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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달라지면 삶의 방식도 달라져야한다
  • 범상<석불사 주지·칼럼위원>
  • 승인 2015.01.0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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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뜻하는 한문의 도(道)는 여러 의미로 사용되지만 결국 순리로 귀결된다. 노자의 ‘도덕경’은 “말로 할 수 있는 도는 한결같은 도가 아니다(道可道 非常道)”로 시작되며, 불교의 무상(無常)은 이 세상은 항상 변하고 있으므로 그 어떤 것도 확정 지을 수 없음을 말한다.

반면 인간사회에서는 법으로 규정되고, 관념으로 확정지어진 것들을 도(道)라고 한다. 물론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하므로 큰 틀에서는 우주의 이치와 계합하는 듯 보이지만 자연의 도와는 그 성질이 판이하게 다르다. 예를 들면 법은 상황에 따라 언제나 개정이 가능하므로 절대성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 법이 존재하는 동안은 절대성을 가지므로 사형과 같은 엄청난 일들이 벌어진다. 이러한 문제로 법조항을 잘 모르는 사람은 범법자가 되기 쉬운 반면 법을 잘 아는 사람은 법의 근본이 되는‘법정신’을 어기면서도 명문화 되어있는 조항을 내세워 ‘위법적 합법(?)’으로 자신의 이익을 불리고 지켜낸다.

다시 말하면 자연의 길인 도는 순리로서 평등하지만 인간이 만들어 내는 도는 세(勢)를 따름으로 불평등하다는 것이다. 전국 대부분의 농촌지역은 1960년대부터 시작된 공업화라는 길에 적응하지 못해 회복불능에 빠져버렸다. 우리 홍성역시 서해안 간척사업 등으로 바닷물이 길을 잃었고,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던 생명들이 자취를 감추었으며, 뱃길마저 끊어짐으로 경제동력을 잃었다.

그래서 축산으로 새로운 길을 찾았지만 환경파괴와 폐기물의 증가는 미래의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평생 바다와 함께 사셨던 어느 할머니는 과거를 회상하며 “농사를 지으면서도 호미 하나로 갯벌을 뒤져 아이들 대학공부를 시켰지, 그런데 발전인지 개발인지를 하는 통에 바다에 조개가 들지 않아……” 이처럼 길을 열고 막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조상대대로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오는 사람들은 삶의 방식이 완전히 바뀌는 일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업화가 배고픔을 면하게 만들었다며 긍정적 평가를 한다. 그러나 이것을 자연의 도(道)인 순리에 대입해보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분명해 진다. 자연에서 최상위 포식자인 호랑이와 사자의 사냥성공률이 10%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인간사회는 상위 1%의 재산이 하위 99%의 재산 보다 많으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이처럼 세력을 따르는 인위적인 도(道)는 엄청난 불평등과 불균형을 초래한다. 자동차가 달리는 차도(車道)나 기차가 다니는 철도(鐵道)역시 도(道)다.

그런데 이것은 순리의 도가 아니라 세력이 주도하는 불평등의 도다. 이 같이 인위적 도에 해당하는 장항선철도 개량 2단계사업은 서울, 경기지역과 홍성 간의 이동거리를 1시간으로 단축시킨다. 이렇게 되면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교통의 편리보다는 도시로의 쏠림현상을 걱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최신유행을 주도하는 서울에서의 쇼핑은 물론 퇴근 후에 저녁 약속이 가능한 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도시는 모든 쇼핑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백화점과 같은 곳이다. 그래서 대형마트 하나가 생기면 골목상권 전체가 죽는 것과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항선철도 개량 2단계사업은 단순히 철로노선을 보강하고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홍성군의 정책은 물론 시민들의 생활방식에 엄청난 변화를 요구하는 새로운 길을 여는 일이다. 이 같은 변화에 대비해서 홍성군도 철저한 준비를 하겠지만 군민들의 의식 변화와 대처가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현재 도청신도시로 이주해온 사람들 거의가 대전과 같은 대도시환경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홍성시내 사업장들은 고객들의 수준을 따라 잡지 못하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장항선철도는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그러므로 홍성군은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쏠림현상은 최소화시키는 한편 서울 경기지역의 경제에 편입하는 정책을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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