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가족→사회’는 사람이 사회화되어가는 기본적인 공식이다. 가족은 한 사람이 삶을 살아가면서 사회로 나가기 전 단계다. 단순히 의식주를 해결하는 장소보다 더 많은 위력을 갖고 있다. 특히 가족 구성원간의 상호작용은 한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가족은 성격을 형성하고 대인관계 방법을 학습한다. 아이는 스스로 신체적, 인지적 발달을 하지만 부모와 상호작용을 통한 학습도 이뤄진다. 부모의 칭찬과 꾸중을 통해 도덕성도 발달시키고, 세상을 보는 눈과 가치관을 만들어 간다. 흔히 말하는 자존감, 자신감도 부모를 통해 얻고, 반대로 열등감, 부정적인 가치관도 부모로부터 학습한다.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함께 오랫동안 같이 살다보니 무심코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반복적으로 자녀에게 하는 말, 즉 습관적인 말과 상호작용을 통해 아이가 만들어진다. 아이는 보호자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아이는 그 절대적인 존재의 말을 따르고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연구보고에 의하면 학교에서 부적응을 보이는 학생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가정폭력(아동학대 포함)에 노출되었다는 것이다. 일회성이 아니라 일정기간 동안 반복되고, 이유를 모르고, 보호자가 술을 마신 뒤에 벌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부모의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했다. 보호자는 이 가정폭력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 단순히 학교를 중도 탈락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은 평생 동안 대인관계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트라우마는 고통스러운 기억에 관련되어 비슷한 상황이 되면 과거의 기억이 현재 속으로 끊임없이 침습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고, 주변 사람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한다. 가정폭력의 또 다른 결과는 냉소적이고, 사람을 믿지 못하고, 원한과 분노, 소외감, 복수심, 의욕이 약해지고, 희망을 잃는 결과를 가져온다. 아이는 이 모든 것이 종합되어 학교부적응 혹은 중도 탈락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학교나 가정에서 학생의 부적응 모습을 직접 목격하는 교사나 부모는 “아이(학생)가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한다. 학생은 무조건 “학교 다니기 싫다”는 말을 반복한다. 단순히 무단결석을 반복하고 반항적이라는 것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이지만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많은 사건의 ‘결정체’가 존재한다. 아이가 학교를 탈락할 위기가 되면 부모는 어떻게 해서든지 학교를 다니게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만 실제로는 더 악화된 결과가 나타난다.
중요한 것을 하나 놓쳤다. 이 아이를 힘들게 하는 부모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부모와의 면담을 깊게 하다보면 그 부모 역시 아이시절에 많은 상처를 경험했고 해결되지 못한 감정을 갖고 성인이 되었고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부모가 되었다. 경험했던 아픔을 뒤로하고 자신의 아이는 잘 키우고 싶은 간절함이 부모를 초조하게 만들고, 빨리 해결책을 찾다보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아이보다 더 힘들고 지치고 괴롭다. 남에게 답을 구하기도 하지만 알맞은 답을 찾기 어렵다. 부모는 반항할 대상도 없고 괴로운 심정을 위로 받을 곳도 없다. 외롭고 고독하다. 술에 의존하거나, 일에 몰두하거나, 우울해지거나……. 그럴수록 아이는 점점 더 삐뚤어지고 보호자도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가족은 이처럼 역동적이다. 예상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 장소이며, 삶의 색깔을 결정하기도 한다. 사람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감정의 문제다. 아니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문제다. 억압하고 참으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힘든 일이 진행되고 있다면 가족끼리 감정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한 번에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반복적으로 감정과 느낌을 공유하면 작은 변화가 감지되고 새로운 뭔가가 나올 것이다. 애매한 것을 참는 것이 필요하고 많은 말보다는 많은 따뜻한 눈빛이 필요하다. 기다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