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미디어 만들기 ‘동네 한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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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미디어 만들기 ‘동네 한 바퀴’
  • 정수연(미디어활동가·주민기자)
  • 승인 2015.07.20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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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마을미디어란 말이 낯설지가 않다. 서울을 중심으로 각 지역에서 ‘마을 만들기’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그 안에는 ‘마을방송국’이라든지 ‘마을신문’ 등 마을을 담고 있는 미디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미디어가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임을 증명하는 것이리라.

그럼 우리 아이들과 마을에서 미디어를 가지고 놀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있다. 바로 동네 한 바퀴를 돌면 된다, 이 일은 엄마와 아이 둘이 해도 좋고 아니면 친한 또래 4~5명이 함께 놀면서 진행하면 더더욱 좋다. 필요한 장비는 사진기와 휴대용 포토프린터. 요즘은 휴대폰 사진이 화질이 뛰어나고 휴대폰이 없는 아이가 없으니 크게 따로 준비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좀 더 아이에게 재미와 동시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자 한다면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추천한다. 찍은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재미도 있고, 세상에 한 장밖에 없다는 희소성으로 인하여 아이가 좀 더 생각하고 신중한 선택을 할 것이다.

출발지와 도착지만 함께 정하고 출발해서 도착하기까지의 경로는 참여하는 아이가 마음대로 결정하게 둔다. (이왕이면 출발지와 도착지 모두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간이면 더 좋겠다. 필자의 경우 취학 전 아이들과 이 작업을 하였는데, 자신들이 좋아하는 ‘햇살 놀이터’로 향하는 뒷모습들이 참으로 행복해 보이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도착지로 가는 길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 줄 수 있도록 아이에게 사진 5~8장 정도를 찍으라고 하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진 안의 내용이 꼭 장소, 사물이 아니어도 된다는 점을 일러주자. 예를 들자면 가령 ‘가는 길에 문방구가 있다면 문방구 간판이 아니라 문방구집 아저씨를 찍어도 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이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 즉 미디어의 가장 기본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다. 어른들의 몫은. 그 다음은 지켜보기만 하면 되거나 아이와 함께 동행만 해주면 된다. 갈림길이 나올 때 혹 아이가 어느 길로 가야할지 물어도 선택을 아이가 할 수 있게만 해주면 된다. 아이가 선택한 길이 조금 돌아가는 길이라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그저 천천히 지켜봐주자. 도착지에 도착하면 실내공간으로 돌아가 아이가 찍은 사진을 간단하게 출력하여 큰 도화지에 사진과 함께 자신의 지도를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다. 아마도 어른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마을의 모습이 아마 아이의 지도 안에 있을 것이다. 지나가기 무서운 집의 개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르고 어른들이 차마 알지 못했던 아이들만의 비밀통로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작업의 결과물이 바로 ‘마을미디어’가 아닐까? 이렇게 엄마와 친구들과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를 탐험하며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장소를 접하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꼭 한 번 느낄 수 있도록 하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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