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는 아이들이 굳이 왜 벼가 어떻게 자라 쌀이 되어 내 밥상에 오르는 과정을 알아야 하느냐고 할 수 있다. 공부만 잘 하면 되지. 그러나 농사 짓다보면 무조건 값을 깎거나 농산물의 가치를 너무 우습게 아는 어처구니없는 소비자님들을 만나게 되거나, 아무리 농촌에 보조금과 농업정책을 바꿔 봐도 그 농산물을 사먹게 되는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지 않아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기 때문에 이런 교육이 꼭 필요하다. 먹지 않고 살 수 없으니까.
여하튼 농사의 소중함을 알게 하고, 농사를 통해 인성교육을 하고자 하는 학교들과의 만남이 기대도 됐었다. 서울 학교에 도착하자 주변을 보니 유명 호텔들이 즐비하고 학교 안에는 1~2평정도의 논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논이란 설명을 들으며 기분이 좋아졌다. 귀여운 아이들이 모내기를 하겠다고 나와 앉아있는 것을 보니 기특하고 뿌듯했다. 오늘 잘 가르쳐주고 가야지 하던 마음이었다. 충남 친농연에서 만든 벼의 한 살이에 대한 동영상과 홍성에서 간 농부선생님의 재미있는 강의를 듣고 밖으로 나와 모내기를 시작하자 그전까지 귀엽게 여겨졌던 아이들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논에 손을 넣기도 전에 더럽다거나 무섭다고 징징거리는 아이들도 있었고, 혹시 이게 똥이냐고 묻거나, 느낌이 이상하다며 논에 손을 넣자마자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도 있었다. 귀엽긴 했지만 생각 같아선 여기 농부들은 매일 흙 만지며 사는 그게 더럽겠냐, 날 더운데 빨리빨리 하자거나,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다 뉴스에 나오지 싶어 많이 참았다. 특히나 주로 흙이 더럽다는 아이들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그래도 나는 흙이 더럽다고 생각하며 크진 않았는데, 요즘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흙장난도 안하나 싶은 게 혼자 심각해졌다. 흙을 더럽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교육이라니. 하기는 전에 흙에서 흙 묻은 상추를 더럽다며 양액재배한 상추가 깨끗하다고 말하던 나이 많은 서울 아주머니의 말도 들은 적 있는데 그게 이렇게 시작된 것이구나 싶었다. 모든 오물들이 건강한 흙에 들어가면 오물이 아닌 퇴비가 되고, 그것이 다시 농작물이 되는 개념을 모르는 아이들은 얼마나 삭막한 세상을 살 것인지 농사를 떠나 불쌍한 느낌이 들었다. 걔네들 머리에는 오물은 오물이고 다시는 새로워질 기회가 없다고 생각할 텐데. 거기다 흙이 더럽다고 생각하는 건, 그만큼 가까이 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그래서 아이들이 늘 아토피 같은 질환을 달고 산다는 생각이 드니 더 불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