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올해 처음 맞는 여름철 비수기 이지만 나름 내년의 개선책을 떠올리며 잘 견디고 있다. 생산자님들과 자주 대화도 하고,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오신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서 내년의 계획을 짜려고 노력한다. 늘 그 생산량의 주기란 것이 매년 비슷하다는 말씀이신데 영농조합의 역할은 그런 주기를 잘 파악하여 생산자님들에게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직접 농사를 짓는 분들보다는 못하여도 매년 초 작부계획을 세울 때 몇 월은 생산량이 적체했고, 몇 월은 늘 결품이었고, 그 기간은 이러하였으니 앞으론 이렇게 하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가능하신지 대화하고 묻고 부탁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계획에 너무 큰 기대를 하여도 정신 건강상 좋지 않다. 자연과 온갖 수많은 변수들을 대하는 것이 농사이기 때문에 계획한 것은 언제나 그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넓은 마음을 가져야지 그때마다 안타까워하고 힘들어하면 그 스트레스는 또 고스란히 생산자님들께 간다. 아무렴 생산자님들이 더 어려우시겠지 하는 마음과 어차피 농사와 농업, 농촌은 계절을 따라 느리게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사실을 잊지 말 것. 일하면서 늘 신경써야할 부분이다. 요즘 내가 농사짓는 민트도 여름이 되니 꽃대가 올라오고 잎이 얇아지면서 품질이 안 좋다. 민트 잎을 뒤지면서 따야하니 같은 시간에 딸 수 있는 물량이 전보다 훨씬 적어졌다. 남들도 그렇다보니 주문은 막 밀려드는데 매일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 배송지연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닌 말로 나도 결품을 내고 있는데, 우리 조합원님들한테 결품 냈다고 뭐라는 걸 보며 참 가끔은 내 정체성이 뭔지 흔들릴 때가 많다. 아무튼 올 여름도 한 20여 일이면 지나는데 잘 견디고 날씨 쾌청한 가을을 맞고, 내년부턴 남들 안 나오는 기간에 팡팡 쏟아지는 자신 있는 산지가 되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