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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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농사
  • 맹다혜(곰이네농장대표·주민기자)
  • 승인 2015.08.0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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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계속되는 비와 잠깐의 폭염들로 하우스 안의 농작물이 제대로 나오지를 않고 있다. 영농조합의 농산물은 생협으로의 유통이 기본이기 때문에 매주 공급 가능한 양이라는 ‘가용량’을 보고 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처럼 계속 흐리고 습하고 더운 날씨에는 농작물도 각종 병해충과 품질저하에 시달리기 마련이어서 그 양을 예측하고 맞추면서 일을 하라는 상황은 마치 점쟁이가 되라는 것과 같다. 일반농산물이야 이렇게 양이 적은 시기에는 값이라도 올려 받으며 위안을 하지만 친환경농산물이야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큰 폭으로 오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더 힘들다. 농산물이 하나씩 결품이 되면서 받는 스트레스도 크다지만 가격도 그냥 그대로인데 수확해서 팔게 없는 농업인의 마음은 더 답답할 것이다. 거기다 농산물이 공장에서 찍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유통하는 분들의 짜증도 받아줘야 하니, 큰 잘못도 없이 죄진 느낌이다.

그래도 올해 처음 맞는 여름철 비수기 이지만 나름 내년의 개선책을 떠올리며 잘 견디고 있다. 생산자님들과 자주 대화도 하고,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오신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서 내년의 계획을 짜려고 노력한다. 늘 그 생산량의 주기란 것이 매년 비슷하다는 말씀이신데 영농조합의 역할은 그런 주기를 잘 파악하여 생산자님들에게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직접 농사를 짓는 분들보다는 못하여도 매년 초 작부계획을 세울 때 몇 월은 생산량이 적체했고, 몇 월은 늘 결품이었고, 그 기간은 이러하였으니 앞으론 이렇게 하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가능하신지 대화하고 묻고 부탁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계획에 너무 큰 기대를 하여도 정신 건강상 좋지 않다. 자연과 온갖 수많은 변수들을 대하는 것이 농사이기 때문에 계획한 것은 언제나 그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넓은 마음을 가져야지 그때마다 안타까워하고 힘들어하면 그 스트레스는 또 고스란히 생산자님들께 간다. 아무렴 생산자님들이 더 어려우시겠지 하는 마음과 어차피 농사와 농업, 농촌은 계절을 따라 느리게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사실을 잊지 말 것. 일하면서 늘 신경써야할 부분이다. 요즘 내가 농사짓는 민트도 여름이 되니 꽃대가 올라오고 잎이 얇아지면서 품질이 안 좋다. 민트 잎을 뒤지면서 따야하니 같은 시간에 딸 수 있는 물량이 전보다 훨씬 적어졌다. 남들도 그렇다보니 주문은 막 밀려드는데 매일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 배송지연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닌 말로 나도 결품을 내고 있는데, 우리 조합원님들한테 결품 냈다고 뭐라는 걸 보며 참 가끔은 내 정체성이 뭔지 흔들릴 때가 많다. 아무튼 올 여름도 한 20여 일이면 지나는데 잘 견디고 날씨 쾌청한 가을을 맞고, 내년부턴 남들 안 나오는 기간에 팡팡 쏟아지는 자신 있는 산지가 되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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