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의 구절처럼 자연속의 풀, 나무, 흙 등이 그녀의 손을 거치면 자연의 빛으로 거듭나 삶의 굴곡을 희망으로 물들인다.
천연염색 작가 임민숙 씨의 첫 전시회가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4일간 홍주문화회관 전시실에서 펼쳐졌다.
“천연염색 작업을 하다보면 우리네 삶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삶의 굴곡에 따라 희노애락이 담겨있듯 염색 천의 굴곡진 부분에 따라 천연 색이 차이를 내며 배어나옵니다.”
자연에서 얻은 그대로의 재료로 다양한 기법을 이용해 천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임 작가가 천연염색을 시작하게 된 것은 지금부터 10여년 전. 홍성군농업기술센터에서 댕댕이 공예를 배우다 우연히 접하게 된 천연염색의 매력에 빠진 임 작가는 무(無)의 상태인 하얀 천에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천연색을 입혀 유(有)를 얻어냈을 때의 기쁨과 만족감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의 행복이란다.
임 작가가 자연에서 얻는 염색재료는 국화, 양파, 메리골드, 이팝 나뭇잎으로 노란빛과 겨자빛을 뽑아낸다. 글을 새기기 위한 검정빛으로 단풍 나뭇잎, 오배자를 채취해 정성껏 자연 빛을 뽑아내 표현하고 ‘쪽’이라는 식물로 하늘을 머금은 색 쪽빛을 한 아름 담아낸다.
“원하는 색을 얻기 위한 염료를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언제든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도시가 아닌 시골이기에 가능합니다. 비싼 염료를 구입해 작품을 만드는 도시의 작가들이 한없이 부러워합니다.”
붓글씨와 사군자에 대한 실력도 남다른 임 작가는 충남서예가협회전 입선을 비롯해 대한민국새천년서예·문인화대전 입선 등 남다른 재능과 실력으로 충남도 초대작가로도 활동 중에 있다. 임 작가의 작품은 붓글씨와 사군자의 특징을 살려 바느질 홀치기 기법을 활용한 천연염색 작품에 함께 접목해 자연스러움과 다양한 형태의 표현으로 입체감을 살려 단조로움을 탈피한 것이 특징이다.
임 작가가 천연염색을 통해 느끼는 행복감만큼 자연의 색, 전통의 색을 뽑아내기까지 반복과 노동이라는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기도 하다.
“처음 접하는 꽃이든 식물이든 과연 어떤 색이 나올지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염색작업을 하지만 자연의 색이라 해서 모두 다 아름답고 만족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직물의 무게감으로 인해 육체적으로 힘이 들지만 수 많은 시행착오 끝에 고운 원색을 얻고 나면 아름다운 천연색에 푹 빠지게 된다는 임 작가는 홍동면에 들꽃공방을 운영하고 장애인복지관, 홍성·보령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천연염색을 알리기 위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터득한 천연기법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함께 공유해 천연염색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전하는 임 작가의 미소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이 배어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