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 힘 모아 홍동 운월리 씨앗도서관 개관
토종종자 수집·대여·채종포 운영 등 다양한 활동
토종종자 수집·대여·채종포 운영 등 다양한 활동

씨앗도서관이라는 단어는 생소한 단어다. 씨앗도서관은 씨앗을 대출받아 심고 가꾼 후 다시 씨앗이 맺으면 도서관에 반납하는 것을 통해 씨앗을 보존하고 공유하는 공간이다. 씨앗은 단지 보관하고 전시하는 것만으로는 그 의미를 온전히 살릴 수 없다. 씨앗은 땅에 뿌려져 다시 씨앗을 맺어야 그 생명력이 온전히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씨앗을 단지 보존하는 씨앗박물관이 아닌 씨앗도서관인 것이다.
씨앗도서관 실무자인 문수영(23) 씨는 “지역의 씨앗을 지키고 씨앗이 땅으로 돌아가 심어질 수 있도록 하는 중간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쉽게 살 수 있는 씨앗을 굳이 씨앗도서관을 통해 번거롭게 빌리고 반납하는 것에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씨앗도서관에서 빌려주는 씨앗은 흔히 종묘회사에서 파는 씨앗과 달리 지역의 곳곳에 잠들어 있던 고유의 토종씨앗을 발굴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특별함이 있다.
문 씨는 “씨앗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지만 종자회사로부터 구입할 수 있는 씨앗은 유전자가 조작되거나 살충제 등이 사용된 것”며 “농사방법이 유기농이라도 씨앗이 건강하지 않다면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씨앗도서관에서는 지역에서 대대로 가꾸어 온 토종 씨앗 80여종을 포함해 전국에서 기증 받은 토종씨앗 등 200여 종의 토종씨앗을 만날 수 있다. 씨앗 대출시스템이 자리 잡고 지역의 고유한 토종씨앗을 늘리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토종씨앗을 보전하고 전파하려는 첫 걸음을 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씨앗도서관은 단순히 지역의 토종 씨앗을 보존하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대여하고 회수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문 씨는 “씨앗을 구하기 위해 지역의 어르신들을 찾아 씨앗을 채집하고 평생을 농사하며 길러온 씨앗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언제 누구에게 받은 씨앗인지 어떻게 기르는지 어떻게 먹는지 등등 씨앗마다 씨앗과 어르신의 이야기와 역사가 함께 녹아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씨앗도서관은 토종씨앗을 채집하며 씨앗이 갖고 있는 이야기를 수집하는 씨앗과 지역주민의 역사를 담고 우리종자의 주권을 지키는데도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씨앗을 심고, 기르고, 가꾸는 공부모임과 지역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토종씨앗의 가치를 전하는 씨앗교육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문 씨는 “풀무전공부에서 채종포를 관리하며 내가 뿌린 씨앗이 또 다른 씨앗으로 불어나는 경험을 하며 생명의 신비를 느꼈다”며 “건강한 씨앗을 키우고 확산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씨앗도서관은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는 수요일과 목요일 이틀간 도서관 문을 열며, 내년부터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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