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쑥(蓬)의 학명 아르테미시아(Artemisia)는 그리스 신화 알테미스 여신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우리 민족의 건국신화에도 곰이 쑥을 먹고 여자가 되어 환웅과 결혼, 단군을 낳았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이 있을 만큼 쑥은 신화적인 식물이다. 쑥은 순수한 우리말로서 초봄에 돋아난 자색의 줄기, 은빛잔털로 빛나는 반전의 매력 있는 봄의 전령사다. 새 잎으로는 떡과 버무리, 국이나 차(茶)로 먹을 수 있으며 한약재로도 쓰이는 귀중한 약초다. 오늘 이달의 시 ‘나그네 시름’(객회, 客懷)의 첫 구(句)에 쑥(蓬)이 등장한다.
이 몸이 어찌 동서를 따지랴 뿌리 뽑힌 쑥처럼 여기저기 떠도는데
함께 살던 친지들 모두 흩어진 뒤 타향에서 새해를 난리 중에 맞이하네
돌아가는 기러기는 천봉 눈 위로 그림자 드리우고 스러지는 호각소리 새벽바람에 날리는데
성문 바깥 길은 물길 구름 속 서글퍼서 꽃다운 풀 볼수록 고향생각 끝없어라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며 살아야 했던 자신을 가리켜서 “뿌리 뽑힌 쑥”(逐轉蓬)에 비유,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성찰을 갖게 한다. 전쟁으로 인한 이산가족, 존망을 가늠할 수 없는, 뿌리 뽑힌 쑥 같은 나라의 암담한 시대적 상황을 시인은 이 시에서 임진왜란을 시사적(詩史的)으로 진술한다. 역사를 시로 쓴 것을 말한다.
중국의 시성(詩聖) 두보(杜甫, 712-770)는 그의 대표작 추흥(秋興)에서 “언제 고향에 돌아가랴, 이제 추위가 오리라. 백제 성 흔드는 다듬이 소리 다듬이 소리”, 반복된 소리의 미학에 안사(安史)의 난(亂)으로 어지러운 시대를 겪고 있는 시인의 비애를 담아 절정으로 승화시키는데 우리의 시인 이달은 ‘나그네 시름’에서 “꽃다운 풀 볼수록 고향생각 끝없어라”로 마무리 해 “뿌리 뽑힌 쑥”과 “꽃다운 풀”의 절묘한 대구(對句)로 떠도는 인생의 덧없음과 처연한 고향 그리움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함으로서 두보(杜甫)의 시에 못지않다.
고향은, 고향을 떠난 골육들이 다시 만나는 곳이요, 힘든 영혼들의 안식처가 된다. 시인의 혼백이 고향에서 편히 잠들게 하는 것은 후손된 도리이며 명예를 높이는 것 또한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필자는 적선(謫仙)이 된 이달이 선동(仙童)의 인도를 받아 구름타고 귀향하는 장면으로 그려서 시인의 삶을 영예롭고 존경스럽게 표현 하려고 하였다.
그림 선동(仙童)은 단원 김홍도의 운상신선도(雲上神仙圖)에서 빌렸다. 시인은 신분의 벽, 곤궁의 늪에서도 두보에 버금가는 조선의 시성(詩聖), 한국시문학사의 보배 같은 존재가 되어서 지금 홍주 땅 하늘에 있다.

동양화가, 운사회장
글·그림 / 오천 이 환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