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만나는 ‘나’
상태바
길 위에서 만나는 ‘나’
  • 김종대<내포문화숲길 사무처장>
  • 승인 2016.01.22 1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포지역으로 충남도청이 이전하고 신도시가 생기면서 그동안 지역주민들에게 생소했던 ‘내포’라는 단어가 이제는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간혹 지역 분들과 내포이야기를 나누면 ‘내포신도시’를 연상하고 도청인근에 자리 잡은 신도시가 ‘내포’라고들 인식하고 있기도 한다. 2010년부터 4년간 내포지역의 4개 시군에 800여리에 달하는 ‘내포문화숲길’을 연결했는데 그 조성배경이 내포 가야산으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이 남다르다. 가야산은 서쪽으로는 서산시와 동쪽으로는 예산군에 걸쳐 있고 남쪽으로 홍성군, 북쪽으로는 당진시와 함께하고 있는 채 700m가 되지 않는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산이다.

2000년대 초중반부터 수년간에 걸쳐 가야산 송전탑건립, 석산 및 광산개발, 골프장 개발 시도, 가야산을 관통하는 가야산 순환도로 등 많은 국책사업과 민간 개발 사업들이 진행되면서 지역을 사랑하는 주민들이 모여 내포지역의 고유한 역사와 전통 그로인해 생겨난 고유의 내포문화가 가진 소중한 가치들에 대하여 스스로 소중함을 자각하고, 자연스럽게 ‘내포의 정체성 찾기’ 활동을 시작했다. 이러한 지역 환경과 우리들의 현재 처해진 삶의 현실로부터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고 지역공동체를 복원함으로서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고 공존하는, 죽음과 파괴의 문화를 극복하고 새로운 생명의 문화를 제시하는 대안으로서의 ‘길’을 생각해 보았다.

지역개발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풍족하게 해줄 것이라는 행복에 대한 기대는 현대를 살아가는 모두를 들뜨게 한다. 하지만 개발과 발전에 대한 환상은 현대 물질 문명사회가 갖는 허구에 불과하다. 물질이 가져다주는 기쁨과 행복이 많다면 왜 우리 사회가 자살률이 증가하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데 반해 세계 최빈국 방글라데시의 행복지수가 높은 지는 그 누구도 설명해 주지 못했다.
2008년 무더웠던 여름부터 2년 여간 내포지역의 옛길들을 찾아다니며 내포의 고유한 역사 문화를 종합하여 논의한 결과 우리지역의 길들을 네 개의 큰 테마로 분류, 접근하여 ‘원효깨달음 길’,‘내포천주교순례길’,‘백제부흥군길’,‘내포역사인물-동학길’로 명명했다.

2009년 내포지역의 4개 시군(홍성,서산,당진,예산)과 중부지방산림청, 수덕사가 함께 내포문화숲길 조성협약을 하고 2010년 1월에 사단법인 내포문화숲길을 창립하여 민관협력의 체계를 확립했고 이를 기반으로 2010년부터 4년간 800리에 이르는 충남 최대의 장거리 도보트레일을 열었다.
지리산 농촌의 가치와 지리산의 가치를 걷는 길을 통하여 실현시키고자 2004년에 지리산둘레길이 제안됐고 2006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기초 아이디어로 구상된 올레길이 주목을 받으면서 각 지자체마다 많은 길을 조성했다.

내포문화숲길이 제안되고 조성된 배경에는 내포지역의 가치를 우리 스스로 발굴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삼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소중하게 잘 쓰고 후손들에게 물려주자는 목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일상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지역의 자연환경과 역사문화를 ‘걸음’이라는 인간의 원초적 행위를 통해 지나온 날들을 성찰하고 자아실현을 위한 소중한 시간들이 된다면 좋은 일이 아닐까? 또한 길을 걷는다는 것이 스스로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이며 길 위에서 만나는 많고 다른 사람들이 바로 나와 함께 더불어 살아왔고,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이라는 깨달음 또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일 수 있다. 내포문화숲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우리 내포지역민들이 주인으로, 사)내포문화숲길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하여 시행하고 있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속담이 있듯이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제주올레를 걸어야 된다는 생각만 내려놓는다면 우리 지역에 있는 내포문화숲길을 걸어 보는 것도 좋겠다.

지난 해 2박3일간 내포문화숲길을 찾아 걷고 간 40여명의 제주올레 아카데미회원들은 제주에서 찾을 수 없는 다양한 역사와 문화, 자연생태에 감동을 받고 돌아가면서 김성근 부회장이 남긴 말로 끝맺음을 짓고 싶다. “우리나라의 걷는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갔으면 하는, 가고자 하는, 함께 했으면 하는 이상적인 롤 모델을 내포문화숲길에서 이미 구현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