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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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 이성철 <나사렛대 교수·칼럼위원>
  • 승인 2016.02.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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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담[德談] :①[민속] 신에게 자기의 소원이나 뜻을 빌고, 그것이 잘되기를 기원하는 말. ②상대방이 모든 일에 잘 되어주기를 기원해 주는 말. 우리나라 고유명절인 설날도 지나고, 바로 오늘은 앞으로 다가 올 새로운 한 해 동안의 덕을 서로에게 기원해 준다는 정월대보름이다. 소위 말하는 ‘덕담’을 주고받는 날이기도 하다. 누구를 만날 일이 생기면 ‘이 사람에게는 어떤 덕담을 해줘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하고, 특히 내 자식들에게는 어떤 덕담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한 해 동안의 마음가짐을 갖게 해주어야 할까를 생각하게 하기도 한다. 덕담을 주고받을 때는 진정으로 마음을 담아서 주고받는 것이리라. 상대방에게 덕담을 한다면서 말로 표현되는 것과는 다르게 속으로 갖는 생각이나 마음이 다르다면 과연 그것이 덕담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의 생각이나 마음은 정말로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마음이 담겨있는 덕담이야 말로 진짜 덕담이 아닐까.

일본을 260년 동안이나 지탱해왔던 막부시대 말기에 지금의 시모노세키 지역의 ‘토사’라는 곳에 살던 신분조차 미미했던 ‘료마’라는 인물이 그 신분을 무너트리고 오늘날 일본의 근간을 있게 한 소위 ‘메이지유신’으로 우리에게는 더욱 익숙한 ‘대정봉환’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만들어 낸다. 현대의 미쓰비시 상사를 태동하게 하고, 현대적 일본의 모습을 갖게 한 그야말로 일본으로서는 ‘위대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대정봉환’이란, 일본의 천황을 허수아비처럼 앉혀놓고 토요토미 가문이 막부의 ‘쇼군’으로 책봉 된 이후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가며 일본을 계급사회로 만들었던 사회상황에서 막부의 권력을 다시 천황에게로 이양하고 천황으로 일원화 된 정권 하에서 외세의 침략에 대비하자는, 당시의 일본으로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거대한 움직임이었던 것이다. 감히 미천한 신분이었던 ‘하급무사’로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토사번이라는 곳의 ‘료마’라는 지극히 평범했던 인물에서부터 시작되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그 ‘료마’가 대정봉환의 기치를 내걸고 여러 곳의 번주(註: 봉건 시대, 일정한 영토를 가지고 그 영내의 백성을 다스리던 사람. 지금으로 말하자면 개념은 다르겠지만 도지사급 정도가 되지 않을까)들을 만나고 다닐 때의 일이다. 앞에서도 말했듯, 당시 일본의 엄격한 계급구분으로 볼 때 ‘하급무사’가 ‘번주’를 직접 대면한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할 때였고, 더군다나 지극히 높으신 번주에게 소리높여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정도의 일이었다.

당시 ‘에치젠 번’이라는 곳의 번주와 대면하는 자리에서 그 높으신 번주께서 자신의 자리를 료마에게 앉아보라고 한다. 그리고 하는 말이 ‘보는 경치가 달라지지 않는가?’라며 권력자들의 마음은 언제나 그러함을 토로하게 된다. 누구든 일단 한번 권력의 맛과 느낌과 힘을 알게 되면 쉽사리 그 권력과 힘을 내어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권력의 맛이라… 권력자의 백성을 위한 마음이 아니라 ‘권력의 맛’.

누군가가 료마에게 ‘너는 대정봉환이 이뤄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묻자, ‘나는 결코 사심(私心)이 없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인간의 마음이기 때문에 나는 절대 사심을 갖지 않는다’라고 대답한다. 그렇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핵폭탄도 아니요, 전쟁도 아니요, 더군다나 거의 모든 백성들이 어금니 악물고 벌고 싶어 하는 돈도 아닌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그 모든 것들보다 더 한 ‘인간의 마음’인 것이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자기 개인의 사심이 앞선다면 그것은 올바른 행위가 절대 되지 못할 것이다. 사심은 그만큼 위험한 것이다. 정치에서건 어디에서건 사심은 위험한 것이다. 선거구 획정도 되지 않은 채 총선이 바로 코앞이다. 과연 사심없이 진정으로 ‘료마’처럼 백성들을 위한, ‘권력자’가 아닌 ‘정치가’를 뽑을 수는 없는가. 그리고 그렇게 선출된 ‘높은 분’들은 정말 ‘사심’없이 정치를 해 줄 수는 없는 것일까. 무섭지 않은, ‘분’이 아닌 ‘사심없는 사람’이 당선되어 주기를 기대해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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