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도서관에서 우주은하아파트 쪽으로 50m정도 올라가다 보면 우측에 한전학고방이라는 자그마한 슈퍼가 있다. 일본어로 ‘하꼬’는 작은 점포를 가리키는데 우리말로 학고로 바꿨다. 맞은편에 한전사택이 위치한 곳은 과거 한전 건물이 있던 자리라서 한전학고방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3평 남짓한 공간에서 천장 위에 메달린 30년이 넘은 낡은 선풍기를 보니 세월을 어렴풋이 가늠할 수 있었다.
한전학고방을 25년째 운영하고 있는 이종규(61) 씨는 오관리 7구 이장이기도 하다. 평소 불의를 보면 못 참는다는 이 씨에게 아내가 지어준 별명은 ‘카리스마 리’이다. 이 씨는 슈퍼를 운영하면서 철저히 지키는 사항으로 청소년에게 담배를 팔지 않는 것을 꼽았다. “요즘 아이들이 신분증을 주워다가 담배를 사러 와요. 이런건 학교에서 단속을 해야는데 안되고 있어요.” 처음부터 신분증을 보자고해서 주인이 아닌거 같으면 그 자리에서 파출소에 전화를 한다. 신분증을 주워 온 아이는 도망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25년 세월 동안 주변환경도 많이 변했다. 도서관이 인근으로 들어서고,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주변에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 씨는 도서관 주변에는 유흥업소 등의 제한이 있어서 상권이 죽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소매업의 애로사항도 이야기했다. “담배 가격이 거의 두 배가 올랐는데 이익은 그대로에요. 전에는 담배를 외상으로 사왔는데 지금은 선불로 바뀌었어요. 한번에 40~50만원씩 선불로 사오는 데 부담이 돼죠.” 매일 아침 용봉산을 등반하는 이 씨는 6년 전 위암수술 후 마음을 많이 비웠다고 한다. 홍성 사람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건넸다. “건강이 최고지요. 크게 욕심 부리지 말고 마음 비우고 살아갑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