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산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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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산의 그림자
  • 글·그림 / 오천 이 환 영
  • 승인 2016.03.1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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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만나는 시인 이달(14)
▲ 스님에게 지어주다, 74×47.

조선의 국가 이념은 성리학(性理學)이었다. 유교적 가치체계인 덕치를 기반한 왕도 정치로 국가와 백성이 모두 태평한 세상, 대도(大道)가 행해져 공의(公義)가 구현된 대동(大同)세계를 말한다. 따라서 조선의 사대부는 오로지 수기치인(修己治人), 곧 자신의 몸을 닦아 도덕적 인격이 완성되면 백성을 위한 정사(政事)에 나서야 하는 것이 책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상적(理想的) 삶인 자유롭게 살고 싶은 도가적(道家的) 삶을 꿈꾸며 갈등한다.
오늘 우리의 시인 이달(李達)은 방외인(方外人)의 시대적 차별과 편견에도 도가적 와유(臥遊)와 불가의 법(法)과 선(禪)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시의 모티브로 삼아 성리학적 시대의 모순에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오늘의 시 ‘스님에게 지어주다’(贈僧, 증승)는 「불일암에서 인운스님에게 지어주다」와 쌍벽을 이룬다.

“절간 경내에서 하룻밤 지내며 / 여래 범석(梵席)을 같이하네
봄 산은 꽃그림자 속에 들 앉았고 / 옛 절은 물소리 가운데 있네
법(法)을 물으니 마음은 허깨비 같고 / 선(禪)을 알아보니 성품은 곧 빈 것이라네
전쟁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아 / 동과 서로 각기 떠돌고 있네“

春山花影裏 춘산화영리 古寺水聲中 고사수성중
聞法心如幻 문법심여환 探禪性卽空 탐선성즉공
干戈時未定 간과시미정 漂泊各西東 표박각서동

봄 산의 꽃그림자와 물소리는 실체가 없는 허망한 것이다. 시인은 스님과 하룻밤 선문답으로 이를 확인하려한다.
‘법(法)을 물으니 마음은 허깨비 같고’, 선(禪)을 알아보니 성품은 빈(空) 것이라는 것을‘ 허깨비 같은 마음을 붙들어야 한다. 지유조심(只有燥心)이다.
그리하지 않으면 세상의 쓰레기 같은 외물(外物)이 주인 노릇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대하여 집착할수록 애초부터 그것은 공(空)한 것을 반야심경의 근본사상을 시인은 논하고 있다.
필자는 춘천 등선폭포를 주제로 봄산을 그려 시의(詩意)를 대신한다. 물소리 가운데 산사(山寺)가 있어 따로 그리지 않았다.
“인생의 마음이란 악이 가득하여 평생 미친(광패 狂悖) 마음을 품다가 후에 죽은 자에게로 돌아가는 것… 모든 지킬만한 것 중에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이 이에서 남이라” 전도서에 있다.
 

 

 

 

동양화가, 운사회장
글·그림 / 오천 이 환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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