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끝났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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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끝났지 말입니다
  • 조남민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6.04.14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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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이혼하자.”

시끄러운 TV소리에도 불구하고 막 잠이 들려는 찰나, 아내는 내게 이렇게 나지막이 말했다.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것도 유분수지 이건 좀 아니다 싶어 잠이 확 깼다. 아내는 TV속에 들어가기라도 하려는 듯 몰두해 있었다. 나는 잠에 겨운 목소리로 “갑자기 왜?” 라고 물었더니 희한한 대답이 돌아왔다. “나 송중기랑 결혼해야겠어, 너무 멋있어.”

상황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는 졸린 눈으로 TV를 슬며시 바라보니 유시진과 강모연이 ‘애정이 꽃피는 전선’에서 ‘밀당’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전투는 ‘태양의 후예’들이 했는데 평화주의자인 내가 졸지에 유탄을 맞고 전사하게 되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막대한 시청률과 다방면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개인의 사생활은 물론,한류문화, 경제활동, 심지어 국가위상에까지 관여하는 초특급 버라이어티 드라마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각종 뉴스 매체와 대통령까지 관심 갖게 됐던 이 드라마의 대단한 인기몰이는 이른바 ‘송송커플’, ‘구원커플’의 러브스토리와 군대라는 특별한 배경이외에도 주인공들이 사용한 멋들어진 군대용어도 톡톡히 한몫을 하였다. ‘송중기가 유시진이지 말입니다’, ‘벚꽃이 벌써 엔딩이지 말입니다’로 끝나는 ‘~지 말입니다’ 어투가 바로 그것이다. 군대에서는 해요체를 못쓰게 하기 때문에 ‘~지요’라고 끝나는 말에 ‘~지 말입니다’가 쓰였다는 것이 통설인데 이 군대식 화법이 드라마를 통해 일시에 유행어가 된 것이다. 귀엽기는 하지만 듣기에 따라서 어색하게 들리는 이 말투는 어법에 맞는 것일까? 정답은 ‘틀리지 않다’이다.

<‘~는지 말입니다’는 간접 인용절에 쓰여, 막연한 의문을 나타내는 종결어미 ‘~는지’에 ‘말입니다’를 붙여 쓴 표현으로 어법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때의 ‘말’은 주로 ‘말이야’,‘말인데’꼴로 쓰여 어감을 고르게 할 때 쓰는 군말로 상대편의 주의를 끌거나 말을 다짐하는 뜻을 나타낸다. ‘말입니다’는 ‘말이다’를 합쇼체 어미를 써서 듣는 사람을 높인 표현이다. -국립국어원> 즉, 군대라는 특수한 경우에서 자주 쓰이지만 어법에 틀린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를 무리하게 갖다 붙이게 되면 종종 어법에 어긋나게 쓰이게 된다.

통상적 군대용어는 ‘다.나.까’라고 하는 군기를 세우기 위해 사용되는 독특한 말투를 칭한다. 하급자의 경우 ‘~다’나 ‘~까’로만 말을 맺도록 하다 보니 군 생활에 적응하기 힘든 부분이 생겨나게 된다. 국방부에서는 사병들의 이러한 불편의 해소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기계적인 다나까 말투를 상황과 어법에 맞게 개선토록 지시했고, 또한 압존법을 무리하게 사용하는 관행도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우연이었을까. 국방부의 이러한 지침이 하달된 것은 ‘태양의 후예’ 제1부가 방송되던 날이었다.

나른함으로 가득한 고속도로를 달리던 어느 주말, 이런 글귀가 씌여진 전광판을 보며 피식 웃었다. ‘졸리면 쉬어야지 말입니다.’ ‘안전띠 매야지 말입니다.’ 유행은 봄날의 따뜻한 고속도로위에도 찾아오나 보다.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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